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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치소로 간 송경동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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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치소로 간 송경동을 위한 기도

[시 기고] 한 여성노동자가 송경동 시인에게

지난 1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 씨가 35미터 크레인에 올랐고, 그 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갔다. 위험한 저 끝에 오른 사람을 살리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달려간 희망버스였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협상ㆍ타결된 뒤, 11월 10일 크레인 농성 309일 만에 김진숙 씨와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노동자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희망버스를 앞장서서 기획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이 내려졌던 시인 송경동 씨와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정진우 씨는 11월 15일 경향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부산 영도경찰서에 출석하였다. 이틀간 조사 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1월 18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두 사람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법원은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을 이유로 들었다. 부산서부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었던 두 사람은 11월 24일 부산구치소로 이감되었다.

<한겨레> 기사(11월25일 자)에 따르면 송경동 시인은 현재 발목과 목의 통증으로 부산 위생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바, 발뒤꿈치 수술과 목뼈의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으며, 변호인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해 10월, 기륭전자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다 굴착기 위에서 추락해 발뒤꿈치를 다쳐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에서 14개의 금속판을 심어 부서진 뼈들을 연결하는 수술을 한 바 있다. <기고자>

부산 구치소로 간 송경동을 위한 기도
- 송경동 시인이 쓴 시집 <꿀잠>을 읽고


아버지,

남자가 그곳에 있습니다
'나도 살고 남도 살고'를 생각한
남자 말입니다

일용직이나 전전하던 남자는
나만 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만 살던 김씨와
나만 살던 박씨와
그렇게 살고지고 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나만 살고는 남도 살고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남자는 알았습니다

남자는 사실에 희망을 품었습니다
사실은 현실이어야 합니다
현실이 내일인 까닭입니다

사실에는 알아채는 고통이 따릅니다
고통은 남자의 시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시에 말을 걸었습니다

팔십만 원짜리 청소부인 울엄니는
회사이름이 바뀐 채
퇴직금을 떼먹혀도
글씨를 몰라서 다행이라지만
11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쓰는 나는 다행이 아닙니다
찌질한 인생인 남자와
나와
울엄니가 그 남자의 시입니다

남자는 시 때문에 망했습니다
시도 남자 때문에 망했습니다
서로는 서로를 놓아주지 않은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떼로 뭉쳐 다니는 건 불순세력입니다
몸뚱이뿐인 내가 내 편 하나쯤 만드는 건 선동입니다

아버지,

이왕 걸 죄목이라면 합당하게 하소서
살면서 재수 좋은 날 하루쯤은 있어야 합니다

그날
그 하루를 허락 하소서

*윤춘신 씨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이며, 여성주의저널 <일다>에 '윤춘신의 생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했다. 지금도 노동자로 일하는 그가 송경동 시인의 첫 시집 <꿀잠>을 읽고 갇힌 시인을 위한 기도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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