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바마, 월가 시위대 '기습'에 연설 중단 사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바마, 월가 시위대 '기습'에 연설 중단 사태

하와이 '굴욕'에 이어 또…오바마 "나도 말 좀 하자"

최근 미셸 버크먼이나 미트 롬니 등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연설 장소에 출몰했던 월가 점령 시위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까지 방해하는 일이 22일(이하 현지시간) 일어났다.

<AP> 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 센트럴 고등학교에서 급여세 감면 연장을 주제로 연설했다. 미 대선 예비선거가 처음 열려 대선의 풍향계로 일컬어지는 뉴햄프셔주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지역이다. 그러나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편으로 돌아섰고 최근에도 공화당의 미트 롬니가 오바마보다 약 10%의 지지를 더 얻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적진'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군중 속에 흩어져 있던 '뉴햄프셔를 점령하라' 시위대들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 것. 이들은 월가 시위대들이 확성기 없이 토론을 벌일 때 사용하던 '인간 확성기' 방법을 사용해 한 사람이 선창하면 따라하는 방법으로 오바마의 말을 막았다.

이들은 작전명인 "마이크 체크"(mic check)라고 동시에 외쳐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끊었고, 이어 "대통령님, 4000명이 넘는 시위대들이 체포됐습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연설장소에 모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오바마!'를 외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곧 파묻혔다. 이같은 장면은 전파를 타고 미 가정의 TV에 생중계로 노출됐다.



약 1분간 연설을 중단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시위대를 지켜보던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후 "당신들의 생각을 보여준데 감사하다"며 "나도 말 좀 할 수 있게 해 달라, 나는 당신들의 말을 들을 것이며, 당신들도 내 말을 들어 달라"라고 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이후 다음 주로 예정된 급여세 감면 연장안 투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뉴햄프셔를 점령하라' 시위대들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이크 체크' 작전은 완벽하게 진행됐지만 불행하게도 두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청중들의 환호에 묻혔다"며 전문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후 이 전문이 적힌 쪽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님, 4000명 이상의 평화로운 시위대들이 체포됐습니다. 반면에 뱅스터(bankster, 은행가(banker)와 갱(gangster)의 합성어)들은 계속해서 경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당신이 침묵하면 경찰의 무자비함이 용인될 수 있습니다."

▲ 22일(현지시간) 미 뉴햄프셔주에서 진행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한 월가 시위대 중 한 명(가운데 안경쓴 이)가 연설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날 외친 구호 전문이 적힌 쪽지를 전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앞서 시카고의 월가 시위대들도 21일 저녁 시카고의 한 축제에 참석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의 연설을 중단시켰다. 22일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축제에 참석한 시위대들은 시장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라고 외쳤고 이매뉴얼 시장은 연설을 예정보다 짧게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매뉴얼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다.

지난 12일 미 하와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서도 하와이의 인기 가수 마카나가 40여 분 동안 월가 시위대의 메시지를 담은 자신의 신곡을 열창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만찬을 주최한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 대화를 나누느라 마카나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점령' 시위 참가 임산부 복부 가격

○…'점령하라' 시위대에 대한 미 경찰의 폭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임신 5주차인 제니퍼 폭스라는 여성 시위자가 두 명의 경찰에게 번갈아 복부를 발로 차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UC데이비스)에서는 한 줄로 앉아 저항하지 않는 시위대의 얼굴을 향해 경찰이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이 촬영돼 논란이 되면서 결국 UC데이비스 경찰서장이 직위 해제 당하고 스프레이를 뿌린 2명의 경찰은 직무 정지당했다. 해커그룹 어나니머스는 21일 스프레이를 뿌린 경찰의 이름이 존 파이크라며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9일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한 월가 시위대들이 22일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미 의회 초당적 위원회의 부채감축 협상 종료시간에 맞춰 행진을 진행한 이들은 이날 협상 실패 소식을 접한 후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13일 동안 행진한 거리는 370㎞ 이며, 첫날 20명에 불과했던 인원은 마지막에는 70명까지 불어났다.

○…미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은 22일 시청 앞에서 농성 중인 시위대에게 사무실과 텃밭을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시 당국은 시위대들에게 연간 1달러의 임대료로 1000㎡(3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주고 채소를 기르거나 집을 지어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는 부지까지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10일부터 7주 째 시청 앞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 일부는 이러한 제안을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시위대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속셈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월가 시위대 농성장 철거는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토론토 법원은 21일 토론토의 월가 시위대들이 머물고 있는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비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토론토 경찰은 23일 아침까지 시위대들이 떠나지 않으면 강제 철거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200개가 넘었던 세인트 제임스 공원의 텐트 숫자는 법원의 명령이 나온 이후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