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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노동자 해고한 돈으로 임원 임금 올려주자?"

금속노조, 파업참가자 229명 정리해고 관련 사측 문건 공개

경북 구미의 반도체업체 KEC가 노동자 대규모 정리해고를 통해 관리자와 임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내부문건이 발견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확보해 22일 공개한 'KEC 기획조정실 내부문건'에 따르면, KEC는 파업참가 조합원 전원(198명)의 희망퇴직을 유도해 73억 원을 마련하고, 남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42억 원의 추가재원을 확보한 뒤 이 돈을 임원과 관리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쓰기로 했다.

문건에는 파업 복귀자의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구체적인 이유로 "관리자급 우수인재 이탈방지·확보를 위한 적정연봉을 책정하고, 성과주의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13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는 '경영난'으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사측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10일 KEC는 229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사측은 "경영난으로 인건비 20%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정리 해고를 피하려면 임금 100억 원을 삭감하라"고 노조에 요구했었다. KEC가 정리해고를 통보한 날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사합의안이 1년여 만에 체결됐던 날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C 정리해고는 아무런 정당성도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파업 이후 작년에 비해 인원이 200여 명 줄어들어 회사는 인건비만 60억 원을 절감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462명 중 절반을 해고하면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가 지난 6월 파업조합원 전원을 희망퇴직시키기 위해 반인권교육을 자행하다 부당노동행위가 들통 나자 마침내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이라며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을 해고해 돈도 남기고 노조도 깨고 한마디로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이 어렵다고만 하면 정리해고를 용인하는 정권의 정책이 이런 막가파식 현실을 낳았다"면서 "KEC만 이런 것이 아니다. 한진중공업도 정리해고 후 사주에게 170억 원을 배당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관리자와 임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 KEC 관계자는 "아직 회사에서 (금속노조가 공개한 문건과 관련해)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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