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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만들자' 촉구하다 해고된 박 대리, 그는 지금…

노사협의회 '뒤끝' 소송비용 청구…"너무 일찍 철든 두 딸에게 미안해"…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올리고 해고된 지 1년. 박종태 대리는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중앙문 앞에 다시 섰다. 변한 것은 없었다. 삼성 경비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감시하는 것도, 박 대리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심지어 추운 날씨마저 1년 전 그대로였다.

이날 박 대리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해고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고 씁쓸해하면서도 1년 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고 했다. 농성하면 쌀쌀하게 대하던 사원들도 지금은 그를 유연하게 대한다는 것. "건강 잘 챙기라"는 인사도 자주 받지만 더 적극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사하려고 일부러 텐트 문을 두드리는 여사원도 있었어요.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이었어요. 얼마 전에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그 여사원의 눈시울이 붉어졌죠. 저한테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노사협의회에서 활동할 때) 임신한 여사원들을 많이 챙겼거든요. 그랬다가 찍힌 거지만."

박종태 씨는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7년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 위원에 당선됐다. 박 씨는 지금껏 "열심히 해서는 안 되는 노사협의회 활동을 너무 열심히 했다가 삼성의 눈 밖에 났다"고 주장해왔다. 노사협의회 위원일 당시 임신한 여사원이 과로로 유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의 활동 중 하나였다. 그는 급기야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올렸고, 같은 달에 해고됐다.

▲ 21일 해고 1주년을 맞아 텐트 농성을 시작한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노사협의회, '뒤끝' 소송비용 청구

해고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복직 싸움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지금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했다. 3주 전 집으로 날아 들어온 청구서가 그랬다.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 사원 대표가 보낸 청구서에는 지난해 진행된 민사소송 비용 660만 원이 청구돼 있었다.

박 씨가 해고되기 전, 노사협의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회사의 일정과 경영정책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정직, 면직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그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법원은 "노사협의회 사원 측은 면직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징계 주체의 당사자로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박 씨는 "사원 측에는 징계를 내릴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게 법원 판결이었다"며 "그러면 왜 노사협의회 이름으로 나를 면직시켰나. '사원을 위해 있다는' 노사협의회가 사원에게 정직, 면직한 것도 부족해 1년이 지난 소송비용을 이제와 청구한 것은 또 뭔가"라며 억울해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노사협의회에서 먼저 나를 정직, 면직시키고 나중에 회사가 징계, 해고하는 게 수순이었다"면서 "뒤늦게 비용까지 청구한 건 회사의 입김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너무 일찍 철든 두 딸에게 미안해"

해고된 후로 대출을 받아 생활해온 그에게 청구된 660만 원은 큰돈이었다. 그동안 우울증, 고지혈증, 부정맥, 목 디스크 등으로 건강이 나빠져 일을 못한 탓이다. 지금은 대출금마저 다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그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처분소송은 1심에서 기각됐다. 그는 곧바로 항소했고, 신문과 우유를 배달해 생활비를 벌면서 계속 싸워나갈 계획이다. 그는 "부당하게 해고됐으니 당연히 원직 복직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한창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두 딸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 왼쪽부터 박종태 씨,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 박원우 위원장, 김영태 회계감사. ⓒ프레시안(김윤나영)

박 대리 해고 후 생긴 삼성노조

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삼성노동조합의 박원우 위원장, 조장희 부위원장, 김영태 회계감사가 그와 함께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노조를 만들자던 사람이 해고되고 나서야 삼성에 노조가 생긴 셈이다.

이들의 노조 활동도 쉽지는 않았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노조 만들자는 얘기를) 표현하지 못하게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안타깝다"며 "표현하면 인사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사원들이 인지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게 또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에버랜드의 경우, 서로 고소고발하고 회사에서 관리 감시하는 것 때문에 사원들이 움츠려져 있지만, 다른 계열사에서는 노조 가입을 문의한다"며 "인원은 밝힐 수 없지만 이미 가입한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직 사원을 위해 일했는데 어떻게 노사협의회가 (박 대리를) 내칠 수 있느냐"며 "삼성에 정말 노조가 생겨서는 안 되느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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