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새벽 6시30분부터 뉴욕 주코티 공원에는 100여 명이 모여 '행동의 날'이라 이름붙인 이날의 시위를 준비했다. 이들이 월가로 진입할 수 있는 남쪽 도로는 이미 경찰이 차단벽을 설치하고 출입증을 가진 이들만 통과시키는 상태였다.
7시30분경 500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들은 경찰에 체포당했을 때 대처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경찰을 피해 각자 흩어져 월가 진입을 시도했고, 몇몇 그룹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 근처까지 도달해 "우리는 99%다", "경찰의 곤봉이 무섭지 않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 17일(현지시간) 월가 시위 두 달째를 맞아 미 뉴욕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월가 시위대들. ⓒAP=연합뉴스 |
시위대들은 앞서 증권거래소를 '점령'하겠다며 9시30분에 울리는 개장 알림벨을 차단하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진 못했다. 경찰은 시위대들을 인도로 밀어붙이며 저항하는 이들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지하철 입구 등에서 발이 묶인 월가 금융인들은 출근이 늦었다며 시위대에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철제 바리케이트와 최루액, 소음 발생기 등 다양한 진압 장비를 동원해 시위대를 몰아붙였고 오전에만 50~70명에 달하는 이들을 체포했다. 참가자 중 하나인 프란 애그논은 증권거래소를 '점령'하겠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서 "중요한 일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시작은 잘 이루어졌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다"라고 말했다.
정오경 주코티 공원으로 시위대가 돌아왔을 때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시위대는 공원에 들어가 있던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고, 브랜든 와츠라는 20살의 청년이 머리에서 얼굴로 피가 흘러내린 채 연행되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필라델피아 경찰 출신인 레이 루이스는 경찰 제목을 입고 경찰의 폭력을 비난하며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당해 주목을 받았다.
▲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월가 시위에서 경찰이 한 여성 시위 참가자의 얼굴에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 ⓒAP=연합뉴스 |
이날 오후 주코티 공원 북부의 유니온 스퀘어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은 월가 시위 초기였던 지난 9월 700여명이 연행됐던 브루클린 다리쪽으로 행진했다. 국제서비스노조(SEIU) 소속 노조원 등 3000명도 이날 오후 5시 경 맨해튼 폴리 광장에서 브루클린 다리 쪽으로 행진을 벌였다.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은 행진이었지만 메리 헨리 서비스노조 대표를 비롯한 노조 간부 여러 명이 경찰의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체포당하기도 했다.
일부는 지하철에 탑승해 승객들을 상대로 경제적 불평등에 함께 항의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위대들은 애초 '지하철을 점령하라'라는 이벤트를 기획했지만 지하철이 멈추는 일은 없었고 도로도 대부분 원활하게 운행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체포된 시위대는 최소 240명에 달했다. 또 경찰관 7명과 시위대 10여 명이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레이몬드 켈리 뉴욕 경찰국장은 체포당한 이들 중 최소 5명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경찰이 애초 1만 명이 넘는 인파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에 그쳤다고 안도감을 보였다. 시위대 역시 예상보다 적은 숫자에 실망했지만 지난 15일 새벽 월가 시위의 상징이었던 주코티 공원 농성장이 철수 당해 기세가 꺾인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라는 반론도 나왔다.
▲ 미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 자유의 여신상 모형을 세운 시위대들. ⓒAP=연합뉴스 |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뉴욕 시위에 동조하는 월가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여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500명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타워와 웰스 파고 플라자 사이를 행진하다 70여 명이 체포됐으며, 라스베이거스와 포틀랜드에서도 4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시카고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여 교통을 마비시켰다가 46명이 체포됐고 필라델피아에서도 실업자 다수로 구성된 100여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가 수십 명이 체포됐다. 시애틀에서는 900명의 시위대가 워싱턴대 인근의 유니버시티 다리를 폐쇄하고 시위를 벌였다. 새로운 월가 시위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에서도 지난 15일 학생들이 설치했던 텐트 20개가 철거당했다.
캐나다에서도 밴쿠버의 시위대들이 주코티 공원의 소유주인 '브룩필드 자산관리사'가 입주한 웨스트 조지아 빌딩에 침입해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국경을 초월한 동조 시위가 이어졌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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