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젊은 조카를 데리고 왔다.
비쩍 마른 조카란 놈,
껄렁껄렁 하는 게 여간 불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보디가드인가 아니면 해결사?
아니나 다를까 조카가 시비를 걸었다.
"우리 아저씨 돈, 빨리 좀 받아주세요."
낸들 빨리 받아주고 싶지 않나?
어린놈이 건방떠는데 환장하겠다.
점심 찌개에 얹어먹은 라면이 도로 올라오려는 것을 꾹 참고
"나도 빨리 받아주고 싶어."
하고 일단 말문을 열었다.
"그럼 왜 빨리 안 받아줘요?"
계속 시비조다.
나는 조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너 하나!"
그리고 그의 아저씨를 가리키며
"니 아저씨 둘!"
하고는 목청을 높였다.
"이렇게 나한테 돈 받아달란 사람만 9천명이야!"
조카가 약간 수그러든다.
내처 말했다.
"그런데 돈 늦게 주거나, 못 주겠다고 하는 사장님도 5천명이야!"
조카의 눈이 커졌다.
"한쪽에선 빨리 받아달라고 하고, 한쪽에선 못 주겠다고 하고! 그럼 새중간에 낀 난 어떡해야 되겠니?"
"......."
다시 다그쳤다.
"말해봐."
"미안합니다."
"니 아저씨 돈만 빨리 받아주랴?"
"아뇨. 안녕히 계세요."
둘은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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