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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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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한윤수의 '오랑캐꽃']<449>

1999년
태국인 송차이는 관광객을 가장하여 한국에 들어왔다.
하루 동안 여행사 가이드를 착실히 따라다녔지만,
다음날 가이드가 한눈을 파는 틈을 타서 도망쳤다.

처음 2년은 김포의 사출공장에서 일했다.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은데다 성실해서 기술자 대접을 받았다.

두 번째로 일한 곳이 화성의 사출공장이다.
8년이 흐르는 동안 회사의 재정상태가 점점 나빠져 결국 망했다.
여기서 못 받은 돈이 4개월 임금과 퇴직금을 합쳐 2천만 원이 넘는다.

세 번째로 일한 곳이 평택이다.
거기 있으면서 처음 나를 찾아왔다.
왜냐?
고향에 가고 싶은데,
못 받은 돈이 많아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십여 년을 잘 참았는데 왜 가요?"
하고 묻자 그는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라고 말했다.

아내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었는데,
목마를 타고 놀던 6살짜리 코흘리개가 벌써 대학에 다니는 숙녀가 되었다니,
얼마나 보고 싶겠나?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얘기다.

사장님은 기계를 팔아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경매까지 갔다.
민사소송, 압류, 경매, 유찰, 재경매, 낙찰, 배당.

그 돈을 받아주려고 애쓰던 직원이 퇴직한 후,
다른 직원이 이어 받아 배당에 성공할 때까지,
두 사람의 노고(勞苦)와 1년 5개월의 시간이 들었다.

어제 법원으로부터 2039만원을 받아서 해외송금계좌로 넣어주었는데
벌써 그의 와이프로부터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 센터가 받아준 최고 금액이다.

그가 봉지커피와 후원금 10만 원이 든 봉투를 들고 작별인사차 왔다
"언제 가요?"
"오늘 저녁이요."

그가 떠났다.
숙녀를 만나러.

12년 만의 귀향이었다.

▲ 송차이.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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