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하던 간첩식별법.
이른 아침 산에서 내려오는 자,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자,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을 잘 쓰는 자 등으로 쭉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자기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자.
그럼 요즘 공항에서 사용하는 관광객 식별법 중에
혹시 이런 것도 있나?
자기가 관광객이라고 말하는 자.
전혀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는 태국인이 관광비자로 들어왔다.
어수룩한 얼굴로 그 무시무시한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다니!
참으로 용하다.
양계장에서 일했다.
불법체류자만 쓰는 독특한 곳이다.
월급이 밀려서 달포 만에 나왔다.
그 돈 160만 원을 받아달라고 온 건데,
두 명의 태국 남녀가 따라 왔다.
핫팬츠를 입은 키 큰 여성과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사내.
한눈에 봐도 브로커라는 걸 알겠다.
이들이 바로 취직시켜주고 돈을 빨아먹는 현대판 드라큐라다.
내가 물었다.
"통장 있어요?"
"예."
의심이 나서
"당신 통장이야?"
"아뇨."
알고 보니 브로커(여자)의 통장이다.
"그럼 핸드폰은 있어요?"
"예."
의심이 나서
"당신 핸드폰이야?"
"아뇨."
알고 보니 브로커(여자)의 핸드폰이다.
기가 막혀
"한국에 뭐 하러 왔어요?"
물어보니
"돈 벌러 왔어요."
한다.
돈 벌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데!
합법 체류하는 석 달 동안 뭐했나?
통장은커녕 핸드폰도 안 만들었으니.
잘못하면 돈 다 빼앗기게 생겼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돈 받는 방법을 가르쳐줘야지.
"사장님에게 얘기해 놓을 테니 직접 가서 받아."
며칠 후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브로커 여자하고 같이 와서 안 줬어요. 빼앗길 게 뻔하잖아요!."
사장님도 나하고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할 수 없이
"잘하셨네요."
했더니
"목사님이 걔 통장 좀 만들어주실래요? 그럼 그리 돈 넣을 테니."
"그러죠."
대답은 떡 먹듯이 했다만,
이 어수룩이가 연락이 안 된다.
스스로 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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