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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뻘 되는 아이들마저 택배원은 인간 말종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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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뻘 되는 아이들마저 택배원은 인간 말종이라며…"

[현장] 특수고용직 택배원 "10년간 임금은 오히려 깎였다"

서울과 경기지역 특수고용직 택배원들이 지난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물가는 오르는데 10여년 간 임금은 오히려 깎였다"며 그동안 우체국이 인하해온 위탁수수료(임금)를 9년전 수준으로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일부는 우체국과의 협상을 통해 현장으로 돌아갔고, 마지막까지 파업하던 양천과 여의도우체국 택배원은 9일 밤 10시경 최종 협상을 마치고 오는 11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우체국과 택배원들은 평균 930원이었던 위탁수수료를 970원으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불안정한 고용조건'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특수고용직으로 일하는 택배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원사업자에 종속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위탁업체와 '공공기관'인 우체국으로부터 이중삼중의 착취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택배원들의 노동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우체국에서 택배 일을 하는 김영배(가명) 씨는 얼마 전 물건을 전하려고 고객에게 전화했다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다. 아침에 잠을 깨웠다는 게 이유였다.

또 다른 택배원은 "무거운 물건을 양손으로 들어서 할 수 없이 발로 문을 두드렸는데 고객이 '문을 발로 찼다'고 쌍욕을 늘어놓았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택배원은 일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며 "자식뻘 되는 아이들이 '최고의 인간 말종은 노가다와 택배'라고 말하고 지나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 해도 집배원은 공무원, 택배원은 특수고용직"

공공기관인 우체국이라고 해서 택배원들의 처우가 나은 것은 아니다. 김 씨는 우체국 직원이 아니라 위탁업체에 소속된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우체국에는 공무원 신분인 정규직 집배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집배원과 특수고용직인 택배원(위탁집배원)이 있다. 집배원은 오토바이로 편지나 소형화물을 나르고, 택배원은 개인차량으로 대형화물을 배달한다.

그러나 그는 "집배원이 하는 일이 택배원에게 넘어올 때가 많다"며 집배원과 택배원이 하는 일이 꼭 분리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집배원이 쉬는 토요일이면 소형화물을 배달하는 일도 김 씨에게 맡겨졌다. 비나 눈이 와서 택배가 밀리는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의 우체국 위탁 배달원증(신분증)에는 '지식경제부'라고 적혀 있다. 우체국이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택배원에게 '고객 8대 만족 서비스'와 같은 지침을 내리거나 예절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우체국이 사실상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김 씨의 우체국 위탁 배달원증(신분증)에는 '지식경제부'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분실물 생기면 사비 털어 물어내"

우체국 택배원들은 우체국의 근무조건이 민간택배업체보다도 못할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 민간업체에서 두세 명이 담당하는 구역을 우체국 택배원은 한 명이 맡는다는 것. 게다가 화물의 무게나 부피에 따라 수수료가 700원대~2000원대까지 달라지는 민간업체의 택배원들과는 달리, 우체국에서는 무거운 물건도 택배 한 건당 붙는 '위탁수수료'(임금)가 930원대로 정해져 있다.

하루 평균 13시간 일한 끝에 김 씨가 버는 돈은 한 달에 약 220만 원. 기름값 20~70여만 원을 비롯한 차량유지비와 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평균 140만 원이 그의 손에 쥐어진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셈이다.

김 씨는 "우체국 택배비가 일반택배비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우체국은 그동안 임금을 올려주기는커녕 오히려 깎았다"며 "여의도우체국의 경우 2002년에는 배달 한 건당 1050원을 받았는데 점점 수수료가 내려가더니 2005년부터 930원으로 내려갔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하향 추세"라고 말했다.

분실물이나 파손품이라도 생기면 택배원이 받는 수수료는 더 줄어든다. 또 다른 우체국 택배원 박정만(가명) 씨는 "배달 과정이 아니라 분류 과정에서 생긴 파손품이나 분실물까지 택배원이 개인 사비로 물어낸다"며 "우리끼리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서 분실물 계를 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도 "특수고용직은 개별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우체국이 그 맹점을 이용한다. 단결도 못하게 하고, 배달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 책임을 위탁업체에 물리려고 한다"며 "그런데 위탁업체는 그 책임을 다시 택배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멈춰버린 우체국 택배원들의 개인 택배차. ⓒ프레시안(김윤나영)

"깎였던 임금, 10년 전으로 원위치 해야"

서울과 경기지역 우체국 택배원들은 배달건당 930원인 위탁수수료(임금)를 1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의도치 않은 파업이었다.

박 씨는 "택배원은 우체국에서 계속 일하고, 우체국은 위탁업체만 2년마다 바꾼다"며 "보통은 6월에 우체국이 위탁업체와 계약하는데, 지난 6월에 우체국에서 우리에게 위탁수수료(임금)를 올려주기 위해 기존업체와 계약을 4개월 연장한다고 해서 11월까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에도 우체국은 내부 감사 관계로 새 위탁업체와 계약하지 못했고, 우리더러 일단 일하고 있으면 곧 업체를 구해줄 테니 나중에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일을 시작하면 사측이 정한 근무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계약서도 안 쓴 상황에서 일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거의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파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파업 인원은 서울 여의도와 양천우체국 택배원 50여 명이었다. 양천지역 택배원 협상단 대표는 "우리는 930원인 위탁수수료를 9년 전 가격인 원위치로 돌려놓자는 것"이라며 "이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국체신민주노동자회 관계자도 "2003년보다 기름값이 2배 올랐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임금이 어느 정도로 깎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우체국장은 이들에게 "추후 계약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태가 있을 수 있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9일 오후 6시부터 위탁업체인 한국우편물류지원단과 최종 협상을 벌였다. 3시간에 거친 협상 끝에 위탁수수료를 970원으로 40원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택배원들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고 오는 11일부터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현안 해결 차원에서 택배 현장을 방문해 (위탁택배원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었다"며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신규 계약단가의 기초금액을 지난번보다 68원 인상한 개당 1388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수주를 원하는 위탁배달업체들이 과다경쟁해서 계약단가가 기초금액 대비 200원 이상 떨어졌고, 이 때문에 개별 위탁배달원들이 받아갈 수 있는 배달건당 수수료가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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