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해 한국은 발효 전까지 협정문에 맞춰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반면, 미국은 협정 발효 후 1년 안에만 관련 법령을 수정하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백한 불평등 조약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8일 박주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민주당)이 국회도서관에 번역을 의뢰해 발간한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안에 언급돼 있다.
미국의 협정 시행을 위한 조건을 설명한 이행법안 101조 (b)항은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되는 협정의 해당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판단하는 때에, (미국) 대통령은 협정이 2012년 1월 1일 이후로 미합중국에 관하여 시행된다는 점을 규정한 서면을 대한민국 정부와 교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조문에 대해 "한국이 한미 FTA 협정문에 맞춰 협정 발효 전에 국내 법령 수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는 헌법에 따라 특별법의 효력을 지니며, 따라서 조문과 상충되는 법령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필요한 조치', 즉 법령 개정이 충분히 완료됐다고 미국 대통령이 '판단하는 때' 이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의 효력을 인정하는 서면을 한국 정부와 교환하겠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한국이 한미 FTA 협정문에 맞춰 법령 개정을 완료한 후에야 미국도 협정문의 유효성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한미 FTA 협정문과 상충되는 국내법의 제·개정 작업은 이미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반면 이행법 103조 (b)항은 "이행조치가 협정 발효일 후에 시행되는 경우, 그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최초의 규정들은, 타당한 최대한의 한도 내에서, 그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협정문에 맞춘 국내법 개정을 '최대한의 한도 내에서' 협정 발효 1년 안에만 제정하면 된다는 뜻이다.
송 변호사는 "한국은 협정 발효 전에 국내 법령 개정을 해야 하지만, 미국은 협정 발효 후 1년 안에 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발효 절차에 불평등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행법 번역본 머릿말에서 "미국이 한미 FTA 이행법률안의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합의된 한국의 권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한국이 부담해야 할 의무가 추가된 것은 아닌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며 정부에도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률안이 한미 FTA 협정상 미국의 의무와 한국의 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