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언비어·괴담' 유포자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에서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응이 나오자 "단순히 허위 글을 게재하고 퍼나른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검 고위관계자는 8일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유포하는 행위 자체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 엄단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FTA 독소조항 12 완벽정리', `맹장수술을 받으면 의료비가 900만원이 되고 감기약은 10만원이 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등의 글에 대해 "현황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였을 뿐"이라며 "(이런 류의 글을) 당장 처벌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FTA 반대 시위와 인터넷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현행범 체포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인터넷 공간에서는 즉각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조차 검찰의 `FTA 괴담 구속수사' 방침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이버공간의 토론 문화를 옥죄는 것은 물론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지배적 견해를 뒤집고 무리하게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결국 처벌대상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사범'으로 좁혔지만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이 같은 글들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하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는 필요해 보이지만 형사처벌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위법을 처벌하는 기관으로서 여론이나 정치권의 입장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맞게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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