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ABC>에 따르면 전미신용협동조합협회(CUNA)는 지난 9월 29일부터 지금까지 약 한 달 동안 65만 명이 대형은행에서 신용협동조합으로 계좌를 옮겼다고 밝혔다. 이 새로운 고객들이 신용협동조합에 예치한 금약은 약 45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개인당 평균 약 6900 달러(약 768만6600원)을 입금한 셈이다.
미국에는 약 7800개의 신용협동조합이 있으며 이들은 대형은행처럼 금융자본에 투자하기 보다는 지역 내 소액 대출 사업 등에 업무를 집중하는 비영리 금융기관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은행에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에게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또 금융위기를 일으킨 대형 은행들이 반성보다는 수수료 인상 등 일반 고객들의 주머니를 터는 방안에 골몰하면서 분노한 시민들의 신용협동조합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렉티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형은행 고객의 17%가 거래를 유지할 마음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신용협동조합 이용 고객은 90%가 만족을 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기름을 부은 계좌 전환 운동은 지난 9월 말 미국의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직불카드 사용 고객들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BOA의 발표 이후 미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크리스틴 크리스천이라는 20대 여성이 11월 5일을 '은행 계좌 전환의 날'(Bank Transfer Day)로 정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이날까지 대형 은행 계좌를 없애고 신용협동조합으로 자산을 옮기자고 촉구한 것이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크리스천은 <ABC>에 "직불카드 수수료 정책은 현명한 소비자로서 지지할 수 없다"며 "신용협동조합은 논리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이며 난 미국 국민들에게 신용협동조합이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를 가르쳐주자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 운동은 처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대들이 이 계획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고 이후 크리스천의 페이스북에는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페이스북에 월가 점령 운동과 계좌 전환 운동은 서로 무관하게 시작된 운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운동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5일로 정해진 '은행 계좌 전환의 날'에 월가 시위대들의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ABC>는 이날 은행기관을 상대로 한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공교롭게도 이날은 은행들이 문을 닫는 토요일이어서 정작 사람들은 돈을 이체하기 번거로운 날이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에 계좌 전환운동의 상징성을 부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영국에서 11월 5일은 '가이 포스크 데이'로 불리는데, 이는 1605년 영국의 제임스 1세가 가톨릭을 억압한데 항의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한 가톨릭교도 가이 포크스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후 가이 포크스는 이름없는 민중들의 저항의 상징이 됐고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온 가이 포크스의 가면은 월가 시위와 계좌 전환 운동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영국에서는 200여 명의 시위대가 '가이 포크스 데이'를 기념해 런던 국회 의사당 앞을 행진했다.
▲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온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는 시위 참가자. 이 가면은 대중의 익명성과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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