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지역의 언론 <트윈시티 스타 트리뷴>은 30일(현지시간) 대형 은행에 분노한 고객들로 인해 신용협동조합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시건주 매플 그로브에 있는 탑라인 연방신용협동조합의 경우 이달 첫 3주일 동안 당좌 예금계좌 수가 20% 늘었는데, 그중 3분의 1이 대형 은행의 수수료 부담 때문에 계좌를 옮긴 이들이다. 탑라인 신협의 해리 카터 최고경영자(CEO)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놀라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25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네소타 가톨릭 신용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지난 6개월간 계좌가 2배로 늘었으며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합의 데이비드 사윈 CEO는 "고객들이 '은행과 30년 넘게 거래해 왔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은행은 우리를 너무 몰아붙였다'라며 가입 동기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난 미국의 신용협동조합은 2008년 금융위기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휘청거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금융위기를 자초한 대형 은행들의 무분별한 투자에 분노한 이들이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를 돕겠다는 이들이 저소득층 대출 사업을 주업무로 삼는 조합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금융기관 규제가 도입되는 한편 수수료 규제는 완화되면서 대형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일반 고객을 상대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고객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었다. 경기 침체 속에 지난달 3만 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혀 눈총을 받았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이에 더해 내년부터 직불카드 사용자로부터 월 5달러(약 5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월가 시위대와 정치인 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BOA는 이러한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은 상태다. JP모건 체이스나 유에스 반코프, 씨티 그룹 등 수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다른 대형 은행들은 여론을 의식해 최근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들은 일부 지역에 한정해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일정한 잔고를 유지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추가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등 '꼼수'를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신용협동조합은 일찍부터 대형 은행의 높은 수수료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1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아피니티 연방신용협동조합의 카일 마크랜드 CEO는 올해 봄부터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의 수수료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며 은행 고객들에게 다른 대안 금융기관이 있음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월가 시위대가 대형 은행의 탐욕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나서면서 신용협동조합에 쏠리는 관심이 늘어나자 신용협동조합들은 내달 5일 '은행 계좌 전환의 날'을 또 한번 고객유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신문은 미네소타 내 144개 신용협동조합을 대표하는 미네소타 신용협동조합 네트워크의 경우 '은행 계좌 전환의 날'을 알리는 소식지를 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 다음날 5일로 선포된 '은행 계좌 전환의 날' 홍보 전단. ⓒbanktransferday.org |
'은행 계좌 전환의 날'을 처음 제안한 크리스텐 크리스천이라는 여성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31일 현재 약 6만8000명의 이용자들이 행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또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별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약 3만1600명이 동참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 운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플로리다주 소재 로치데일 시큐리티의 애널리스트 딕 보브는 2012년 말까지 대형 은행의 계좌 수가 15~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은행에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계좌를 폐쇄하는 고객들은 은행 입장에서도 주된 수익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은 결코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런 계좌를 정리하고 싶어한다고 보브는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정보 전문 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의 애널리스트 그렉 맥브라이드는 저소득층보다 부유층이 더 수수료 인상에 민감하다고 주장했다. 뱅크레이트닷컴이 지난 3월 조사 결과 은행 수수료가 오르면 거래 은행을 바꾸겠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64%로 나타났는데 7만5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가구의 경우에는 75%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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