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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카드

[한윤수의 '오랑캐꽃']<445>

순박한 얼굴에 고집이 들어 있다.
유목민의 특징이다.

우즈벡 노동자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나 돈 냈는데 보험카드 없어. 사기야."

무슨 얘기냐?
그는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A회사에서 B회사로 옮겼다.
헌데 옮기는 과정에서 사무직원의 실수로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되었다.
아무도 몰랐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갈 때까지는.

원무과에서
"당신은 보험 안 돼요."
하자 흥분해서 우리 센터로 달려온 거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시정을 부탁했다.
경리직원은 싹싹하게 말했다.
"네, 지금 당장 보험료 납부하고 소급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할게요."

나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돈도 냈고 수속도 밟았으니까.
행정 처리가 될 때까지 <며칠만 기다리면> 치료비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었다.
유목민한테는!
치료 받으러갈 적마다 아직도 돈을 더 내고 있었으니까.
3번 다.
그때마다 나에게 달려와 항의했다.
"왜 돈 더 내?"
그는 유예(猶豫) 기간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나는 그를 무조건 안심시키려 들었다.
"돈 더 낸 건 며칠 후에 돌려받을 수 있어."
"다 거짓말이야. 카드 왜 안 줘?"
나는 애써 웃으며 설명했다.
"카드 없어도 돼. 한국 사람도 마찬가지야. 주민등록증만 갖고 가면 다 돼."
그는 더 길길이 뛰었다.
"카드 없는데 뭐가 돼?"

순간 내가 잘못 했다는 걸 깨달았다.
초원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온라인을 이해 못한다는 것을!
카드 없어도 된다고 설득할 게 아니라,
종이로 된 실물(實物) 카드를 손에 쥐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종이카드 만들어줄게"
비로소 얼굴이 풀어졌다.

닷새 후 종이카드가 나왔다.
15만 원을 환급받고 웃었다.

▲ 주파르.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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