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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시청광장 한켠의 '투명인간'을 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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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원순 시장, 시청광장 한켠의 '투명인간'을 봤습니까?"

[특수고용직은 노동자가 아니다?·②] 또 다른 '도가니',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는 엄연히 사용자에게 종속된 이른바 '종속적 자율 노동자'임에도 전통적 근로자의 개념이 적용돼 현재까지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400여 일 가까이 노상에서 싸워온 학습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재조명해보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이 정치적으로 왜 중요한 쟁점인지를 앞으로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진실을 위한 학습지 교사들의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고자>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확실시 될 즈음, 시청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광장에 모여있던 시민들은 '시민의 승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바로 그 시청광장 길 하나 건너편 환구단 앞에는 1407일째 한뎃잠을 자고 있는 또 다른 시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광장 시민들의 환호에 마음 놓고 함께하지 못했다. 광장의 환호가 되려 절망으로 다가왔을 사람들. 1407일이라는 지겹도록 긴 시간에 지친 하루를 더하고 있었던 사람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제동에 환호하던 시민들은 그들의 존재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절망은 그렇게 광장의 환호 속에 묻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이 1400여 일 투쟁하고 있는 농성장을 찾지 않았다. 가장 개방된 광장 너머 가장 붐비는 도로가변에서 1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보행객들에게도 박원순 시장에게도 없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광장과 환구단 사이에 놓인 도로 하나는 마치 건널 수 없는 깊고 긴 협곡 같았다.

김어준이 잘리고 김미화가 잘리고 윤도현이 잘린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시민들은 학습지 교사들이 부당하게 잘려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시민들의 분노는 어떤 주파수에 따라 반응하는 것일까. 광장의 시민과 환구단의 시민.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이 두 시민 사이의 간극은 왜 이리도 큰 것일까.

ⓒ정택용

광장의 외침이 당신의 일터와 연결되어야 한다

반MB 연대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화려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들이 내년 대선까지 승전을 계속하여 정권교체가 일어나게 되면 김어준이, 김미화가, 윤도현이 다시 방송에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당하게 해고된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복직될 수 있을까. 85호 크레인 위에서 다시금 긴 겨울을 보낼지 모를 김진숙이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개방된 광장, 그 너머의 학습지 교사들도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대답은 '알 수 없음'이다. 우리 중 누구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반MB 연대'가 정말 '시민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는 것이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얼마 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와 같은 글을 남겼다.
"박원순이 시청 앞에서 1407일째 농성중인 유명자(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를 외면하는 건 그의 철학과 세계관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일. 냉소를 넘어 그 자연스러움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더는 외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일."

'노동'없는 복지는 팥앙금 없는 찐빵이다. 복지도 좋고, 무상급식도 좋지만 당신의 임금이 오르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빚이 늘어간다면, 당신이 가정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사장이 당신을 착취한다면, 당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무법천지라면 그 모든 복지담론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복지는, 그리고 당신의 '행복'은 바로 당신의 일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광장에서 '반MB'를 외치는 일은 일터에서 사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일보다 쉬우며, 광장의 외침이 당신의 일터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세상은, 그리고 당신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서울시청 앞, 'MB 비리 지뢰'에 맞서 싸우는 그들

시청광장 앞, 환구단에는 제 일터의 부당함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MB 정부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 이 사람들은 이번 겨울도 돌바닥에 이불 한 장 깔고 한뎃잠을 자야 한다. 밤이면 꺼지지 않는 가로등과 광장의 조명이 잠을 설치게 하며, 찬 돌바닥의 한기에 발이 절로 오그라든다. 종일 대기를 채우는 매연과 소음은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스트레스는 일분, 일초도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이토록 힘겨운 싸움을 14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하고 있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들의 행동은 바로 부당함에 대한 항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장들이 비정규직 다음으로 착취하기 쉬운 대상이 바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회사에서 사장이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다. 영업 실적이 나지 않으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돌아가며 회사의 이익은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가 그들의 복지를 책임질 필요도 없다. 이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가. 재능교육은 이와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굴지의 교육기업으로 우뚝 섰다. 학습지 교사들은 바로 이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20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지적한 바대로 학습지 교사들은 회사로부터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에 관해서도 통제·관리 받는 '노동자'다. 이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복지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영업실적을 강요받으며 노조를 탈퇴하지 않을 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에까지 시달려왔다. 실제로 작년에는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이 17년간을 일해 온 회사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되었고, 노조 탈퇴를 거부한 수많은 조합원들이 해고되었다.

'우리는 노동자다'라는 당연한 외침을, '우리는 노동자니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인정해 달라'라는 정당한 요구를 그들은 1400일 동안 반복해왔다. 그리고 고상한 교육철학을 가진 굴지의 교육기업 재능교육은 용역 폭행, 성희롱, 재산압류 등의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탄압해 왔다. 이것이 서울시장 당선일, 환구단 앞에서 1407일째 밤을 맞던 또 다른 시민들의 사연이다.

부정과 비리의 '도가니' 심판, 현장교사들이 시작했다

▲ 지난 4월 시청광장 앞 환구단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 ⓒ이혜정
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가는 '도가니 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도가니 사건의 최초 고발자는 공지영이 아니다. 2005년 당시 광주 인화학교에서 성폭력 사태를 알게 된 교직원들이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에 제보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2005년부터 진실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은 교직원을 비롯한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였다. 현장에서의 폭력을 보고 들은 이 교직원들이, 이 노동자들이 사태를 외면했다면 인화학교에서의 비극은 계속되었을 것이며 피해아동들의 트라우마는 더욱 극심해졌을 것이다.

당신의 일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의 요구는 바로 노동현장의 부정과 비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리를 고발하는 것 또한 노동자이다. 시민들이 '먹고사는 현장'은 바로 '일터', 곧 '노동현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된다. 노동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며, 사실 모든 먹고사는 문제의 중심이다.

아이를 유산시킨 회사가 진정한 교육기업이라고?

재능교육은 명색이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진 '교육기업'이다. 그러나 17년간 재능교육에서 학습지교사로 일해 온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은 아무리 장사꾼이라지만 회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실적을 강요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해왔다. 그 과정에 재능교육이 내세운 교육철학은 어디에도 없었다.

"회사는 다양한 과목들을 계속 내놔요. 재능수학, 셈이 빠른 수학, 창의력 수학, 재능 영어 등등 굉장히 많은 과목들이 나오는데 그거를 회원들에게 다 팔아내야 했죠. 회사에서 어느 정도 영업 목표를 두게 하니까요. 사실 엄마들은 선생님들이 '이거 필요해요'하면 솔깃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아이의 능력 밖의 것들을 시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러면 아이는 정말 힘들어지는 거죠."

그녀는 '사교육이긴 하지만 교육자의 입장에 있는 것인데, 회사의 영업 강요에 의해 교재를 더 권하는 것이 과연 교육일까'하는 고민을 오래 해왔다고 했다.

"회사는 우리가 영업사원이길 바라죠. 유사한 과목을 두 세 개씩 만들고, 그거 전부 다 해야 잘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는 거죠. 재능 수학, 재능 원리 수학, 재능 빠른 수학. 이 모든 과목들을 다 해야 수학이 완성된다고 이야기하니까요."

또 급여체계를 교사들의 수수료 제도로 운영되도록 만들어놓다 보니 회원 탈퇴나 회비 미납에 대해 교사들에게 수수료 공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다보니 책임은 교사들이 지고, 회사가 손해 보는 것은 없는 셈이다.(재능교육의 경우 회원 탈퇴 시 수수료에서 공제하고 회원 증가 시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같은 제도로 인해 실제 결혼 7년 만에 얻은 아이를 유산한 교사도 있다 했다. 당시 그 교사는 어렵게 가진 아이였기 때문에 교실을 빼달라고 회사에 요청을 했다. 그러나 유득규 사무처장의 말에 따르면 '들어올 때는 쉽게 들어올 수 있는데 나갈 때는 못 나가는 게 학습지 교사'란다.

"선생님이 들어오면 교실을 빼주겠다는 거예요. 선생님이 언제 들어올지 알아요. 그래서 언제까지만 나오고 이후엔 못 나오겠다 했더니 '거기서 나는 휴예 책임은 다 당신에게 묻겠다'고 협박을 했던 거죠."

더 이상 수업을 다닐 수 없는 상황임에도 회사는 막무가내였다. 금전적으로 얼마인지도 모를 손해배상 협박에 겁먹은 교사는 계속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이가 유산되었다.

이처럼 이익 앞에 사람 없는 기업이 '교육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한 아이를 유산시킨 회사가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알아보고 성장시킬 수나 있을까.

▲ 재능지부 조합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재능교육 본사 앞에 쳐놓은 철조망. 재능교육은 2009년 9월 철조망을 철거했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싸우면서 드러나는 또 다른 부정들

도가니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얼마 전, 묻혀있던 또 다른 진실을 드러냈다. 1964년, 교감이 굶기고 폭행해 죽은 어린아이들을 암매장한 사실이 50년 세월을 지나 다시금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50여년이라는 세월의 거리는 있지만 가해자는 역시 영화화된 사건 속 가해자들과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은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이처럼 영원히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지도 모를 진실들이 알려진 것은 2005년부터 해고를 각오하고 인화학교와의 싸움을 시작한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재능교육이라는 부도덕한 기업과 싸우는 동안에도 또 다른 진실들이 드러났다.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이 인수한 인천 재능재단에 관련된 것이었다. 재능재단 박성훈 이사장과 10년이 넘게 싸워왔다는 전 대헌공업고등학교 동창회원 황성진(가명) 씨. 그는 재능재단과 싸우는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들로 "교육기업이라는 곳이 과연 이렇게까지 비리 투성이일 수 있나 싶었다"고 했다.

황성진씨는 후배들을 위해 계속 장학금을 모교에 전달해 온 당사자로서 무엇보다 재능재단이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대학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어요. 고등학교는 돌볼 의지도 없었고 돌볼 필요도 없었던 거죠. 기존에 고등학교에서 쓰던 건물조차도 다 대학으로 넘겨줬고, 체육관 시설, 운동장까지 다 대학으로 넘겨줬어요. 대학 모집인원을 증원을 해서 대학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데만 전념한 거죠."

이기우 전 교육과학부 차관이 학장으로 있는 현 재능대학의 교지를 늘려 건물을 증축하여 대학인원을 증원하려면 고등학교 건물과 운동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본관을 대학에 빼앗기고 당장 공부할 교실이 없어 10개월간 운동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공부했다고 했다. 2003년 졸업생이라는 서영호(가명)씨는 1학년 당시 10개월간 컨테이너에서 공부했던 당사자이다. 그들은 입학하기 전은 물론이고,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하던 당시에도 이에 관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운동장에 1, 2, 3학년 전부 컨테이너별로 쭉 나열해서 공부했어요. 왜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학교 측에서는 칠판 설치를 비롯, 책상이나 의자를 옮기는 것 역시 학생들에게 하도록 지시했단다.

"컨테이너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잖아요. 여름엔 환기가 잘 안되니까 엄청 더웠죠. 선풍기 두어 대 가지고 버텼는데……."

게다가 있던 건물과 운동장을 넘겨주고 나니 고등학교는 교지가 부족해 10여 년간 불법인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때문에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응당 지원받아야 할 지원금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실습이 중심인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지원금이 부족해 실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영호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엔 실습 자체가 많이 부족했었어요. 거의 못했죠. 실습이 중요시되는 실업계 고등학교인데……."

불법 고등학교에 갑자기 지원금은 왜?

그런데 돌연 2010년에 교육청에서 여전히 불법상태인 재능유비쿼터스고등학교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재능재단에서 대학에 속해 있던 운동장을 고등학교에 넘겨주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대학도 고등학교도 여전히 절름발이 운영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황성진 씨는 이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했다. 재능대학 학장으로 부임해 있는 이기우 전 교육과학부 차관과,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의 제자인 이충환 현 재능고등학교 교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뭔가 깔끔하지 못한 이와 같은 교육청의 행정에 대해 당시 여러 시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제 188회 인천광역시의회(임시회) 건설교통위원회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성만 시의원은 김진영 도시계획국장에게 "재단이 10년 동안 학생들을 무허가 시설에 교육하도록 방치하고, 10년 동안 부족한 시설을 학생들이 쓰도록 만들어놓고, 이제 다시 지원을 받겠다고 한다"면서 "이런 자의적, 인위적 판단에 대해서 주무관청인 교육청이나 도시계획국에서 분명한 단서조항 하나 없이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행정관청이 지나치게 재단의 요구사항을 좇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도시계획국의 무성의한 행정에 대해 질책했다.

또 이재호 시의원은 재단이 고등학교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는 재단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호 시의원은 "이 학교(재능재단)행정을 가만히 보다보면 아이들이 볼모가 된다는 얘기죠, 우리의 아이들이. 과거 11년 동안에 지켜지지 않은 행정의 약속, 이게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아이들이 무허가 건물에 방치됐단 얘기"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받아야 할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 것은 결국 재단이 받아야 될 압박을 우리 아이들이 받은 것"이라고 분노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목소리는 정당했다. 부도덕한 기업에 대한 성토와 그에 따른 불매 운동, 그리고 1400일이 넘는 싸움은 이처럼 한 기업의 또 다른 부정들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들이 옳았다. 재능교육이라는 기업이, 재능재단이라는 사학이 최우선에 둔 가치는 그들이 말해온 바처럼 '인본주의'도 아니고, '인간 잠재력에 대한 신뢰'도 아닌 그저 '이윤추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 재능교육에서 붙인 압류딱지.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당신의 고통은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초겨울로 계절이 넘어가면서 새벽 바람은 그 한기를 더해가고 있다. 길바닥에서 또 한 계절을 나야 하는 학습지 노동자들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살을 에는 새벽의 냉기도 아니고,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도 아닐지 모른다. 그들 곁을 스쳐 지나서 백화점과 쇼핑몰로, 혹은 커피숍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더 힘겨울 수 있다. 1400일이 넘도록 길 위에서 투쟁해도 세상은 꿈쩍도 않고 있는 현실. 빈털터리에 전과자까지 되어가면서 투쟁했지만 결국 상처와 절망 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그 잔인한 현실이 노동자들을 소름끼치게 하고 절망하게 만든다.

우리는 타인들의 고통을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들을 통해, 정제된 언어를 통해 접하게 된다. 비극을 이미지로만 기억할 때, 당신은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 우리가 비극에 무감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도가니'에서 당신의 기저에 잠겨 있던 생생한 분노를 깨우는 것은 피해아동의 끔찍한 비명소리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절망의 비명소리. 불가항력적인 당신의 분노는 당신이 직접 그 비극을 목도하면서 가능해진다. 당신을 그 현장 한 가운데 놓아주는 것, 영화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수잔 손탁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자, 당신의 광장 건너 그들이 있다. 1400여 일, 세상의 부조리와 일터의 부도덕과 지금, 싸우고 있는 그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길 하나 건너 그곳에 있다. 김제동의 목소리에 박원순의 환호에 투쟁하는 학습지 교사들의 절망이 영영 묻혀버리기 전에 40여 미터, 길 하나를 건너는 당신의 '행동'이 필요하다. 약자인 학습지 노동자들의 권리가 확대될 수 있는 그곳. 착취의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그곳. 그곳에 진정한 '시민의 승리', 더 나아가 우리가 외치는 진정한 진보(進步)가 있다.

-이에 대해 재능교육은 학습지 교사는 대법원, 대검찰청, 행정법원,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재능교육이 유득규 씨를 계약 해지한 사유는 조합 활동 때문이 아니라 2009년 7월부터 불매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아울러 유득규 씨 등 9명이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신청사건도 서울지노위, 중노위에서 모두 각하됐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회사는 유득규 씨에게 영업 강요를 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시설관리 직원은 회사 임직원과 시설물 보호를 위해 배치한 적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당사와 수수료 제도에 합의했던 기존 집행부를 사퇴시킨 후 신 집행부가 단체협약의 사실상 폐기를 요구하며 불법농성에 돌입, 학습지 노조의 단체협약 해지가 단행됐다고 밝혀왔습니다.

-재능교육은 학습지노조 강모씨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며, 유모 씨 등이 회사 직원을 성희롱으로 고소한 사건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재산 압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원에서 진행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재능교육은 회사로 인해 학습지 교사가 아이를 유산한 사례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재능유비쿼터스 고등학교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해 부지를 통합했던 것이며 학교 건물, 체육관, 운동장 등을 대학에 넘겨준 것이 아니라 같이 사용한 것이고 체육관은 처음부터 보유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대학 모집인원 증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시설을 늘린다고 증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실습동 증, 개축 당시 잠시 컨테이너에서 수업한 사실이 있을 뿐, 대학에 건물을 넘겨줬기 때문에 컨테이너에서 수업한 것은 아니며 지난 10년간 학교가 불법상태로 운영, 방치된 사실이 없고 매년 초, 중등교육법 등 교육 관련 법규에 의거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실습 등 수업이 정상적으로 실시됐으며 지원도 타 고등학교와 동일한 수준 이상으로 받아왔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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