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송아지만한 개가 튀어 나온다.
나는 놀래 죽겠는데,
개주인은 태연히 현관 밖에다가 신문지를 깔아놓고 개똥을 누이고 있다.
대단하다.
임대아파트 규정상 개를 못 키우게 되어 있는데!
더구나 11평짜리 소형아파트에 무슨 공간이 있다고 저리 큰 개를 키우나?
한국인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외국인도 개를 키운다.
키우는 거야 못 말리지만, 안고 오는 게 문제다.
사무실에 개털이 날리니까.
태국인 부부가 개를 안고 왔다.
나는 개 데리고 오는 노동자는 쳐다도 안 보니까, 나 대신 A간사가 상담을 하고 있다.
개털이 날릴까봐 가능한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니 잘 안 들리지만, 대강 이런 사연 같다.
퇴사하고 고용지원센터에는 신고했지만 *출입국에는 가지 않았단다.
A간사가 돌아보며 물었다.
"목사님, 그럼 벌금이죠?"
내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퇴사한 지 얼마나 됐는데?"
"내일이 한 달이래요."
"그럼 최소 벌금 100만원이야. 빨리 가라고 해."
태국인 부부는 출입국을 향하여 곧바로 출발했다.
일단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는 잊어버렸다.
하지만 얼마 후, 호기심이 생겨 A간사에게 물었다.
"태국인 부부 말이야. 왜 좀 빨리 오지, 한 달이나 지나서 왔을까?"
"체류기한이 남아 있었거든요."
"엥? 등록증 뒷면 봤어?"
"예."
"뭐라고 써있었는데?"
"2011년 7월 00일요."
"어? 그럼 벌금 안 물어. 출입국 안 가도 되는데!"
"어떡하죠? 다시 부를까요?"
자가용을 몰고 갔으니까 상당히 멀리 갔을 거다.
"내비 둬. 거의 다 갔을 텐데 뭐."
개를 싫어하는 목사 때문에,
태국인 부부는
속된 말로 좆뱅이를 치고 있다.
메아 쿨파!
*출입국 :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퇴사 신고를 하면 구직필증을 발급해준다. 이 구직필증을 가지고 출입국에 가는 것은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비자기한이 남아 있는 노동자는 출입국에 갈 필요가 없다.
*메아 쿨파 : Mea culpa '내 탓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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