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이야기다.
중년 여성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이시죠? 저 여기 00교회 선교부인데요."
외국인에게 한글도 잘 가르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소문이 난 교회다.
"00교회 누구신데요?"
"저 그냥 집사인데요."
그냥 집사? 이 사람은 이름도 없나?
"그런데요?"
"뭐 좀 여쭤보려구요."
"말씀하세요."
"방글라데시 사건 아시죠?"
"예. 압니다."
40대 방글라데시 남성이 수원역전에서 만난 17살짜리 가출 소녀와 동거하다가 말다툼 끝에 살해한 사건이다. 화성은 전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도시 중의 하나지만, 간혹 이런 엽기적인 사건이 터져서 이미지가 나빠진다. 이런 기막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민의 일원으로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집사는 계속 말했다.
"그 방글라데시 사람이 우리 교인이거든요."
"그래서요?"
"혹시 방글라데시 가서 재판 받는 방법이 없나 해서요?"
"없습니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면 한국에서 재판 받는 겁니다."
"어, 이상하네. 미국 군인들은 미국 가서 재판 받지 않나요?"
"미국 군인은 다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지켜주러 왔다고 특별한 협정을 맺어가지고 특별대우를 받는 겁니다. 방글라데시 사람하고는 다르지요."
"아휴, 그럼 어쩌면 좋지? 우리 교인인데."
안쓰러워 죽겠다는 말투다.
이해가 안 간다.
아무리 우리 교인이라도 범죄자 아닌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데도 그게 안타까운가?
며칠 후다.
또 다른 중년여성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거기서 경찰서에 항의했지요?"
아닌 밤에 홍두깨라더니.
"아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외국인 인권단체에서 경찰서에 하도 *항의전화를 해서 수사를 못할 정도였다네요. 외국인 인권 탄압 말라면서."
"우린 그런 전화 안합니다."
"어?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요?"
"인터넷에서 화성 치고, 외국인 치면 거기가 제일 먼저 뜨잖아요!"
"인터넷에 뜨는 거하고, 경찰서에 전화 하는 거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요?"
"하긴 관계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잠시 무춤하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만 외국인 도와주는 데죠?""예."
"왜 한국사람 안 도와주고 외국인만 도와주는 거죠?"
더 이상 대응할 필요가 없어서 전화를 끊었다.
사람마다 울타리를 치고 편을 가르는데 미치겠다.
우리 교인,
우리 고향 사람,
우리 한국사람.
울타리 넘어,
좀 높게 날을 수 없나?
*항의 전화 : 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확인해보니, 인권단체에서 항의 전화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후일담 : 방글라데시인은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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