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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따라쟁이' 나경원,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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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따라쟁이' 나경원,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비판한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투기 부추기는 주택 공약

얼마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주택정책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재개발, 전·월세 대란 등으로 인해 수년째 신음하고 있는 중이니만큼 새로 시장이 될 사람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임 시장이었던 이명박은 무분별한 뉴타운 정책을 추진해 서울시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집값을 올려놓았으며 전·월세 대란의 원인을 제공했다. 직전 시장이었던 오세훈은 이명박식 주택정책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계승했다. 새로 시장이 될 사람은 전임시장들의 투기촉진형주택정책을 절대로 답습하면 안 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주택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나 후보는 강남과 강북을 분리해 강남에 대해서는 재건축 용적률 상향을 통한 전·월세 대란 해소를, 강북에 대해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소형주택 공급을 통한 전·월세 문제 해결을 각각 표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나 후보는 주민들이 대안을 원할 경우 저층 중밀도 공간인 휴먼타운으로 전환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도 최대한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은 곤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내세우는 전·월세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재건축규제완화를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후보는 강북아파트들의 재건축 연한을 단축해 재건축을 조기에 완수하면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늘어난 주택물량(임대물량 포함)이 주택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에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나 후보가 구상하는 재건축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방식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재건축규제완화조치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기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서울시 소재 공동주택에 대한 재건축 규제 완화는 부동산 투기심리에 불을 붙이는 효과를 낳곤 했다. 서울시의 토지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니 재건축사업은 불로소득을 놓고 벌이는 파티처럼 인식된 것이다.

지금이야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상태라 투기의 기미가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여건이 좋아진다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의 진앙 기능을 할 수 있는 재건축 규제완화는 곤란하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 나 후보가 강남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덜 올라 낙심하고 있는 강북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건축 규제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단념하는 것이 옳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골고루 분배해주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킨 것은 과거의 이명박, 오세훈으로 족하다.

강남아파트들의 용적률을 상향해 추가로 늘어나는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발상도 문제점이 있다. 용적률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 임대아파트 공급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고 용적률을 크게 높이면 상위법과의 저촉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도시계획상 적절한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용적률이라는 것은 현 세대의 편익과 안락함 뿐 아니라 후대의 편익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오세훈 표 뉴타운 사업을 넘어서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오세훈 전 시장이 강행했던 뉴타운 사업을 큰 틀에서 이어가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도 근심스럽다. 이명박 전 시장에 의해 시작돼 오세훈 전 시장이 계승한 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가격 앙등, 원주민 재정착률 저조, 급작스런 주택 멸실에 따른 임대공급물량 격감으로 인한 임대시장 불안 등의 허다한 문제들을 낳았고 지금도 그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나 후보가 뉴타운 사업이 서울시와 대한민국에 얼마나 심대한 해악을 끼쳤는지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뉴타운 사업의 승계를 공약으로 내세울 생각을 차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오세훈 표 뉴타운 사업은 폐기되어야 한다. 도심재생사업은 어렵고 더디며 공공이 비용을 많이 부담하더라도 대안적 공공지원형 도심재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월세 대란을 해결하겠다는 나경원 후보의 결기는 가상하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은 매우 그릇됐다. 물론 서울시장이 전·월세 대란, 도심재생사업 등의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 무척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못된 정책들을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기대지 않고도 서울시 차원에서 전·월세 대란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 있다. 미분양주택의 시장가격 이하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도심에 위치한 주택을 경매 등을 통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보조제도 도입, 장기저리의 전세자금 지원 확대, SH공사 등을 통해 소형 임대주택 공급 등과 같은 정책수단들이 그것이다.

기존의 프레임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과 시선을 달리하면 문제의 본질이 보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경원 후보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택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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