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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선진당, 탈북자 놓고 위험한 '정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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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선진당, 탈북자 놓고 위험한 '정치 게임'

북송 문제에 '조용한 외교' 탈피 촉구, 역효과 우려 목소리 높아

한국 국적의 탈북자 2명을 포함한 35명의 탈북자들이 중국 각지에서 공안(경찰)에 붙잡혀 북송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외교 당국에 '강력한 외교'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중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붙잡힌 탈북자들의 제3국 송환을 공식 요구할 방침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5일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5명의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긴급당정회의를 개최했다. 외교부는 회의에서 강제북송 금지 원칙을 확인하고 6일 허승재 외교부 동북아3과장을 현지에 파견해 체포 사실 확인 및 북송 저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기독교계 북한인권단체인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는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긴급성명서에서 "지난달 2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20명, 웨이하이(威海)에서 10명, 옌지(延吉)에서 29일 3명, 30일 2명 등 탈북민 35명이 체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붙잡힌 탈북자 중 2명이 한국 국적을 가진 새터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에 대한 '조용한 외교'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하는 여당과 보수 야당의 요구가 나왔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5일 당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당은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며서 지금까지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려달라고 촉구했다"며 이날 중으로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연맹' 명의로 탈북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당정회의에서 "탈북자의 법적 지위는 본인이 북한 지역을 벗어나 한국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게 돼 있다"며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은 중국도 가입한 유엔난민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전날 여야 의원 25명과 함께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중국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탈북자들이 받을 불이익을 고려해 강제 송환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요구가 나왔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협조를 받고 인권에 대해 관심있는 국가와 함께 좀 더 적극적인 외교적 조치를 펼 필요가 있다"며 "동포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를 외교부가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 2명을) 강제송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며 "외교부 차관보가 주한 중국 대사에게 강제 송환은 안 된다는 점을 직접 전달했고, 주중 대사는 '한국 입장을 잘 알겠고,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송환과 관련해 열린 긴급당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 내 탈북자의 제3국 송환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져 온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공개적인 외교 활동을 통해 북송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중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탈북자를 불법 입국자로 보고 북한으로 보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유엔난민협약에서 정치적·종교적으로 극심한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 송환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지만,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탈북자를 다른 나라로 보내는 걸 꺼리고 있다. 또한 중국은 탈북자들을 국제법적으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대신 치외법권 지역인 타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들에 한해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비공개로 한국 송환을 허용해 왔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외교적 압력보다는 전반적인 한중관계가 원만할수록 탈북자들의 제3국행이 수월했던 게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 입장에서도 공식적으로는 탈북자의 한국 송환에 반발했지만 사실상 묵인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한중관계 역시 소원해진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탈북자 북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중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조치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중국 내 탈북자 문제가 꼬인 경우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이나 보수 야당이 국내 정치용에 가까운 강경 발언이나 결의안 채택으로 중국을 자극하면 탈북자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 2명을 북한에 보내면 당연히 안 된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국회가 결의안을 내는 등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 장기적으로 몰라도 당장 존재하는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 탈북자 단속도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조용한 외교를 유지하는 게 낫다. 우리가 목소리를 높인다고 중국이 한국을 의식해 북송을 안 하겠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유엔난민기구(UNHCR) 같은 국제기구에서 하면 모를까 한국이 공개적으로 나서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라고 덧붙였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도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시끄럽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교 당국이 탈북자 문제에 관한 국내 여론을 중국와의 협의 과정에 활용하는 것은 하기 나름이겠지만, 이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상태에서 공세적인 자세로 나가면 (중국 측의) 도움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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