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인근 고등학교 교감한테서 전화가 온다.
"목사님, 외국인 노동자 얘기 좀 들려주시죠."
고 3이 수능시험을 마치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노는데,
이때 외부 강사로 와서 강연을 해달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땜빵 수업이다.
나는 매번 거절한다.
"학생들이 싫어할 걸요."
그러나 교감 선생님은 주장한다.
"싫은 것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싫은 걸 하는 데는 반대다.
좋은 것 하기도 바쁜데!
솔직히 얘기하자.
대학생도 외국인노동자에게 관심이 없거늘, 하물며 고등학생이 무슨 관심이 있을까?
또 머리 허연 노인 강사를 쳐다보기나 하겠나?
김제동 같은 인기 연예인이라면 몰라도!
수천 억을 들인 화성종합경기장이 완공되었다.
준공식 날 시장님 참석 하에 기념식과 체육대회가 열리고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와 수많은 농악패와 춤꾼들이 몰려와서 축하공연을 했다.
한 가지 가슴 아픈 점은 관중이 거의 없다는 거.
오히려 출연한 사람들보다도 적으니까.
관중 대부분이 노인이고,
그나마 동원한 인원들이다.
그러나 낮 동안 한산하던 경기장이 저녁 무렵 아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특별 초청으로 SBS <안선영의 라디오가 좋다>를 공개 방송하기 때문이다.
유키스, 노라조, 캔, LPG, 나인뮤지스,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출연하니 중고생들이 어찌 열광하지 않겠나?
떼 지어 입장하는 청소년들.
화성에 있는 자동차들이 다 달려온 것 같고,
그 넓은 주차장이 모자라 천지사방 길가에 몇 백 미터씩 늘어섰다.
드디어 켜지는 화려한 조명.
째질 듯한 노래와 따라 부르는 합창들
경기장이 함성으로 떠나갈 듯하다.
이렇게 다를까?
시켜서 하는 일과 자작 하는 일이!
청소년들이 기뻐 외치는 함성을 들으며
강연을 거절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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