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안부 및 원폭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를 공식 제안했다.
조세영 외교통상부 동북아시아국장은 15일 오전 가네하라 노부카츠(兼原信克)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양자협의 제안을 담은 구상서를 전달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진지하고 엄중히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주한 일본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양자협의가 열려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일본군 위안부 및 원폭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에 대해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으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정한 분쟁해결 절차를 한국 정부가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그 동안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 문제가 한일협정에 따라 모두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위안부 문제가 불거졌지만 당시 맺은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 문제까지 다 해결되었다는 논리다.
청구권 협정 제3조는 이처럼 한일협정의 해석과 시행에 관해 양국 간 분쟁이 있을 경우 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청구권 협정 제3조 1항에 따르면 양국간 이견에 대해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청구권 협정 제3조 2항은 외교적 노력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 중 한쪽 정부가 중재를 요청하는 공식서한을 보내고, 30일 이내에 양국 중재위원 1명씩과 양국이 합의한 제3의 중재위원 또는 제3국 정부가 지정한 위원을 더해 3명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이날 양자협의 제안이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른 최초의 '외교적인 경로를 통한 해결' 노력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당국자는 "1990년대 위안부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지만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양자협의는 아니었다"며 "다시 말하면 일본에 (한일협정의 해석상 차이에 대한)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가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양자협의를 거부하거나 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중재위원회라는 보다 강도 높은 분쟁해결 절차를 거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청구권 협정 조항에) 한일 양국이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승복해야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양자 협의나 중재위 구성에 관한) 강제 조항은 없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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