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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 '부끄러움의 전당' 5위 한국, 국제적 관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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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 '부끄러움의 전당' 5위 한국, 국제적 관심 받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지난 16일까지 집속탄금지협약(CCM) 2차당사국회의가 열렸다. 시민단체 회원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석했던 반전·평화 활동가 네트워크 '무기제로'의 여옥 씨가 두번째 참관기를 보내왔다.

CCM에 가입하지 않은 한국 정부는 당사국 회의에도 참가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에서 집속탄 금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한국은 관심 대상이었다고 여옥 씨는 전했다. 한국 내 주요 금융기관과 국민연금이 집속탄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현실은 윤리적 투자를 강조하며 집속탄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국제적 추세와 맞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편집자>


집속탄금지협약 2차당사국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 시민사회영역의 활동가들은 공식일정의 두 배가 넘는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전미팅과 워크샵, 지역별 회의를 진행했고 매일 각 세션이 시작되기 전에 모여 논의될 내용과 진행 중인 로비 상황을 공유하는 아침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빵으로 때우며 매일 시민단체 자체 회의(사이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저녁에도 행사를 열고, 공식일정 이후에도 비공식 현장방문과 보고대회 시간을 가졌다.

바쁘게 움직인만큼 로비의 성과도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활동가들은 이 지역 정부 관계자들과의 조찬모임을 성사시켜 아직 가입을 안한 쿠바, 아르헨티나 등의 정부에 CCM 가입을 위한 압력을 넣기로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있는 자국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CCM 가입을 촉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활동가들도 있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한국 활동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너무 달랐다. 일본은 CCM 조인식이 열리던 오슬로에서 서명했고 비준도 마친 상태이며, 당사국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CCM에 가입할 의사는커녕 집속탄을 계속 생산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번에 참가등록을 하긴 했으나 결국 오지 않았다.

일본정부를 부러워하는 우리에게 일본에서 온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 일본본부(JCBL) 사무국장 준코 우쯔미 씨는 처음부터 일본이 CCM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JCBL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에서 집속탄 문제를 공론화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로 미국이 일본을 CCM에 가입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알고보니 일본 외교부장관이 미국 측을 따로 만나서 압력을 넣어달라고 미리 요청했다고 한다. 공론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언론을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집속탄 문제가 많이 알려지자 정부도 어쩔 수 없이 CCM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일미군은 여전히 집속탄을 보유한 채 훈련에 사용하고 있고, 일본정부는 미군의 훈련장소는 자국의 관할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어서 JCBL은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냈다.

▲ 지난 16일까지 레바논에서 열린 집속탄금지협약(CCM) 2차 당사국 회의에서 시민단체 등은 별도로 사이드 이벤트를 열고 집속탄과 관련한 각국 정보를 공유했다. ⓒ무기제로

매일 점심시간에 열린 사이드 이벤트에서 집속탄과 관련된 여러 주제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국제평화단체 IKV 팍스 크리스티(IKV Pax Christi)가 주최한 회의에서는 집속탄에 투자하고 있는 전세계 금융기관들의 최신 정보, 특히 한국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집속탄반대운동 활동가들은 집속탄 생산을 막는 또다른 방법으로 생산하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투자철회 캠페인을 진행하고, 투자기업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활동가들은 집속탄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의 목록을 파악했다.

CCM 당사국회의 중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남한(South Korea)'이라는 단어가 사이드 이벤트에서는 계속 등장했다. 집속탄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투자액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을 패러디함)에는 한국이 5위권 안에 포함되어 있었고, 올해 선정된 8대 집속탄 생산기업에도 한화와 풍산이 목록에 올라가있다.

올해 5월에 발간된 최신 정보를 확인해보니 이 두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총 49개로, 그중 한국기관은 26개(한화 20, 풍산 18)였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은행들이 집속탄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를 해 수익을 얻는다는 것도 불편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스웨덴 등 많은 나라들은 집속탄생산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CCM 1조 1항에서 금지한 '집속탄 개발, 생산에 대한 지원'로 해석하고 투자를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윤추구를 최우선의 목표로 생각하는 기업들 역시 윤리적 투자를 위해 스스로 투자철회를 선언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은 국민연금을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에 투자하고 있다니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만도 하다.

뉴질랜드의 활동가 메리 워리암 씨은 한국 참가팀과의 만남에서 "투자반대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들 뒤에 정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화와 풍산이 기업의 의지만으로 집속탄을 생산할 수 없듯 집속탄 생산이 가능한 여건을 누가 만들고 있는 것인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내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집속탄 생산을 지원하고, 그렇게 생산된 집속탄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을 알게된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투자철회를 요구해야하지 않을까.

집속탄피해 생존자들은 회의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공식회의 일정이 끝나기 전날밤(15일) CMC가 주최한 생존자 축구팀과의 축구경기가 열렸다. 집속탄 또는 지뢰로 인해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의족을 하고 운동장을 뛰는 모습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 집속탄으로 다리를 잃고 의족을 찬 레바논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축구 장면. ⓒ무기제로

그동안 집속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해 '생존자'이기보단 '피해자'로서 규정되던 사람들이 얼핏 보기에는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니, 그들 역시 집속탄의 문제점을 온몸으로 절실히 깨달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을 누비며 집속탄반대활동을 펼치는 활동가들과 집속탄으로 팔다리를 잃었지만 삶 자체는 잃지 않은 생존자들의 축구경기는 생존자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생존자 축구팀과의 축구경기가 끝나고는 레바논 음식을 나누며 레바논 시각장애인팀이 연주하는 레바논 전통음악에 맞춰 모두 흥겹게 춤을 추었다. 집속탄으로 팔을 잃은 사람과 군인과 평화활동가, 의족을 한 사람과 목발을 짚은 사람,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과 가톨릭 수도사, 국적과 성별,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모두가 어울려서 춤을 추고 즐기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즐겁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낯선 풍경이었다. 그 모습에서 집속탄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 이곳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집속탄금지협약 2차 당사국회의 참관기 <1> "축구선수 꿈꾸던 레바논 소년의 다리를 누가 앗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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