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타 킨테

[한윤수의 '오랑캐꽃']<426>

이명박 정부가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노예계약으로 묶은 거다.

한번 묶이면 끝이다.
한국에 있는 한,
다른 공장에 갈 수 없다.

이런 공장일수록 근로조건이 엉망이고, 온갖 부조리가 판친다.
사장님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어느 용접회사.
국민연금은 사장님 4.5프로 노동자 4.5프로 반반씩 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장님은 9프로 전부를 노동자의 월급에서 떼었다.
국민연금 횡령이다.

하지만 아무도 항의를 하지 못했다.
감히 노예가 어떻게 주인에게 대들 수가 있나!

대신에 태국인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국민연금으로 보내는 공문(사진 참조)을 작성하여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 이걸 가지고 국민연금에 가봐요."

▲ 국민연금 공문. ⓒ한윤수

그러나 태국인은 국민연금에 가지 않고,
사장님에게 갔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공문(公文)을 들고 사장님과 담판했다.
"저 회사에서 내보내주시면 이 공문 없었던 걸로 할 게요."

사장님은 픽 웃었을 뿐이다.
"돈 주면 될 거 아냐."

결국 탈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불가능한 탈출을 시도하는 *쿤타 킨테는 계속 나올 것이다.

링컨이 당선되어 노예 해방을 선언하지 않는 한!

*노예계약 : 3년 계약을 말한다. 원래 근로기준법 상에는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외국인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단서조항을 달아 3년 계약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걸리면 한국에 있는 4년 10개월 동안 직장 이동이 불가능해진다. 3년이 지나고 나머지 1년 10개월을 가지고 재고용계약을 하더라도 사업주의 사인을 받아야 하므로 결코 그 사업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건 2년 일하면 풀어주던, 악랄한 산업연수제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으로 악법 중 악법이다.

▲ 급여명세서 ⓒ한윤수

*어느 용접회사 : 이 회사는 월급을 흰 봉투에 담아 현금으로 준다. 그러나 봉투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 뭘 떼었는지 알 수 없다. "국민연금이 얼마고 건강보험이 얼마예요?"하고 물으면 작은 포스트잇에 깨알 같은 글씨로 숫자 몇 개만 써주고는 "제일 많은 게 국민연금이야."하고 만다. 사진에서는 동그라미를 친 숫자가 국민연금.

*쿤타 킨테 :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잡혀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다가 발가락을 잘린 흑인 노예.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의 주인공. 작가 헤일리는 그의 7대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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