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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싼 전력'의 재앙, 전력 정책 방향타를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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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싼 전력'의 재앙, 전력 정책 방향타를 돌려야"

[해설] 대규모 정전 사태, 경직성 전력 공급의 한계

15일 오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비상용 자가 발전 체계를 갖춘 대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사람이 갇히거나, 금융 거래가 끊기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다. 정부 당국은 '일시적인 전력 수요 급증' 때문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진단에 동의한다. 하지만 처방은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를 지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예견된 사고'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행 에너지 수급 체계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다. 이런 입장은 앞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에너지 수급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것.

"'지산지소' 방식 '분산형 전원' 늘려야"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전원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을 도입할 경우, 정전 등 사고가 터져도 피해 범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 보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 에너지, 식물이나 해조류에 의해 만들어지는 바이오매스 연료, 풍력 등을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대부분 지산지소(地産地消) 방식이다. 전력을 생산한 곳과 소비하는 곳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 지역이 필요한 전력을 해당 지역이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정전 피해의 범위가 제한된다. 또 생산과 소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시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민감해 진다.

"전력 낭비 구조 방치하고선 해답 없다"

이어 정 사무처장은 전력 수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꿀 때라는 게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공급만 늘려서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규모는 세계 25위인 반면,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1위 수준이다. 소득 수준과 비교해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는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인데, 이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독일,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사무처장은 전력 요금 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상황에선 시민들이 전력 사용을 자제하게끔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정 사무처장은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지게끔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난 시간대에는 요금이 비싸지면, 이 시간대에는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게 된다는 게다.

"공급 탄력성 낮은 원자력·화력, 대안 아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도 "그동안 한국이 너무 싼 값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산업용 전기의 경우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 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선 굳이 전력을 아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다. 가정이나 가게에 공급하는 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컨을 켜놓은 상태에서 가게 문을 열어 놓은 풍경은 이런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 이런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전력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관련 기사: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올리는 게 옳다", "전기요금, 이젠 올릴 때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처럼 원자력과 화력에 주로 의지하는 전력 생산 구조는 공급 탄력성이 너무 낮다는 게다. "발전소를 가동하고 멈추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서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라는 게 양이원영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해마다 원자력과 화력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어 그는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대표적인 원전 강국인 프랑스 역시 지난 2009년 겨울 전력 부족 사태를 겪었다. 공급 탄력성이 낮은 원자력 발전으로는, 냉난방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사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이젠 에너지 전환이다" 관련 주요 기사 모음

2011년은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고비가 되는 해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터졌다. 그 피해는 지금도 진행 형이다. 그리고 15일에는 한국에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일련의 이런 사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기 소비 자체를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화학 산업체에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 됐던 원자력 발전은 이제 정당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 산업용 전기가 너무 싸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기업이 전기를 많이 쓰면 오히려 요금을 깎아주게끔 돼 있어서, 기업이 에너지를 아껴야 할 동기가 안 생긴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데, 이런 기술에 투자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론 국가 경제에도 해롭다.

'값 싼 전력 공급'은 그동안 원자력 발전을 정당화하는 근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논리는 결국 대기업에게 전기를 싸게 공급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원전의 수혜자인 대기업은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부과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온다. 기사 본문에서 소개한 것처럼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요금을 올리는 방안도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전기 요금을 다르게 매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전기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생태 환경에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담을 짊어지지 않고, 전기를 소비하기만 하는 지역이 똑같은 전기요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다. 전력을 나르는(송전) 과정이 길어지면, 전력 손실이 커진다는 점도 한 이유다.

발전소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방식의 효과는 또 있다. 이 경우,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일종의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발전소가 생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들 가운데 일부를 추려 소개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올리는 게 옳다"
"전기요금, 이젠 올릴 때다"
"한국, 원전 밀집도 1위…일본보다 더 큰 재앙 온다"
"난방이 필요 없는 집? 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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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정전 사태로 전국이 아수라장이 된 15일 오후, 전력거래소 풍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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