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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기요금, 이젠 올릴 때다"

[이정전 칼럼] "전기요금 올릴 건가, 원전 더 지을 건가?"

살인적 더위에 이은 혹한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최대전력수요가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년에도 작년과 같은 폭염과 혹한이 온다면 순환단전이 불가피하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전력대란이라는 지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오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 전력수요가 왜 그렇게 폭증을 거듭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전력낭비를 첫 번째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전력낭비를 포함한 각종 낭비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큰 병폐다. 독일을 여행한 분들은 독일인들의 검약에 놀란다. 독일 국민들은 수돗물을 틀어놓은 채 세수하거나 설거지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반드시 수돗물을 받아놓고 그걸로 세수하고 설거지 한 다음에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소득은 독일의 그것에 비해서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1인당 물소비량은 독일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 우리 국민이 엄청나게 물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 낭비는 곧 전력낭비다.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 아닌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와 물을 물 쓰듯 하고 있다.

이런 전력낭비를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폭증할 때면 정부는 으레 절약을 강조하고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책이라고 해봐야 에어컨 잠시 끄기, 쓰지 않는 가전제품 코드 빼놓기, 여름철 실내온도 높이기, 겨울철 실내온도 낮추기, 내복입기 등 지극히 유치한 미봉책뿐이다. 어디 전력정책뿐인가.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자동차운행 홀짝제, 관용차 운행 자제, 정유회사 욱질러서 가격 낮추기 등 한심한 것들뿐이다. 자동차운행 홀짝제가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보유를 늘려서 오히려 유류수요를 증가시킨다는 교통전문가들의 주장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허구한 날 우리 정부는 미봉책만 내놓을 뿐 무엇 하나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전력낭비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비정상적으로 낮다. 정부의 가격억제정책 덕분에 전기요금은 적정원가의 93.7%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농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36.5%로 대단히 낮다. 이렇게 전기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으니 누가 전기를 아껴 쓸 것인가? 우리 국민의 전력낭비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낳은 지극히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전의 부채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의 부채와 공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 모두들 걱정하고 있지만, 낮은 전기요금을 심각하게 문제 삼는 정치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가스와 석유의 가격은 거의 80% 이상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겨우 15% 정도 인상에 그쳤다. 전기요금이 이와 같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시장의 원리에 따라 예컨대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원 역시 전기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올 여름에도 폭염이 예상된다는 기상예보가 나가기 무섭게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에어컨이 벌써 수백만 대가 팔렸다고 한다. 이 결과 전력수요는 더욱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이명박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녹색성장 정책"을 망치는 요인이 된다. 녹색성장 정책의 핵심 중의 하나는 대체에너지의 개발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이렇게 싼데 도대체 누가 전력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인가? 전기요금이 비싸야 대체에너지 개발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충분히 높은 전기요금은 효과적인 전력절약 기술개발의 촉진제가 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국민의 세금으로 녹색산업에 보조금을 듬뿍 쥐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정부가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적당히 국민의 세금으로 녹색성장을 이루어보자는 속셈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을 벌여서 곶감 빼먹듯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녹색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꼭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야 할까? 장기적으로 원유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산업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날로 절실해지는데, 그 한 가지 방법은 전기요금의 현실화다.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우리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극히 꺼려해 왔다. 인플레가 우려되는데다가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떻든 공공요금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무기가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원자력발전이다. 전력수요는 기본수요(기저수요)와 계절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요(이른바 peak load)를 합친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수요의 대부분을 원자력발전으로 채우고 있으며 나머지 불규칙적 수요는 주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본수요 자체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원자력발전소가 많으냐고 묻는다면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 덕분에 우리 국민이 전력을 너무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해도 좋다. 만일 10여 년 전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렸더라면 아마도 그렇게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전력을 물 쓰듯 낭비하는 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국민의 선택은 두 가지다. 전기요금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을 것인가. 그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일단 우리 국민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경제학에 "이 세상에 공짜 도시락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대가를 지불하느냐이다. 높은 전기요금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그 어떤 것을 선택하든 결국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점에서는 매 한 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에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 금액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정부나 원자력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이 저렴한 전력공급방법이라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일본에서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말로만 원전에 반대해봐야 소용이 없다. 여전히 우리 국민은 전력을 물 쓰듯 하고 있지 않은가. 한쪽에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반대운동이 진행 중인데 다른 한 쪽에서는 소비자들이 에어컨을 사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어느 언론인이 꼬집은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요금인상 운동부터 펼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 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준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전기요금을 올리면 되지 않는가. 우선 전기요금을 올림으로써 전력낭비를 줄이는 데에 국민의 뜻만 모인다면 서민들에게 덜 부담을 주는 구체적이고 합리적 방법은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다. 이를 테면 어느 수준 이하의 전력 사용에 대해서는 낮은 요율을 적용하는 일종의 기초공제 제도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니 전기요금을 인상하자는 요구로부터 원전반대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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