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지배구조가 금융회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법 상태를 내년 4월까지 방치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하는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1% 안팎의 지분으로 삼성 계열사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14일 삼성 측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가운데 20.64%를 매각할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8월 26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고, 조만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5년 간 유지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도 바뀌게 됐다.
지난 1996년 완성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형 출자 지배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대신,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와 같은 수직 구조로 바뀐다.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 삼성 계열사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 셈. 삼성 지배구조 문제를 오랫동안 파헤쳐 왔던 경제개혁연대 역시 1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런 변화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산법을 어긴 상태로 계속 지낼 수는 없는 탓에 당연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소유 구조는 삼성카드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사장 및 이서현 부사장 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카드가 20.64%를 매각한다는 게 이번 발표인데, 삼성 측은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이런 전망에 대해 모두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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