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는 12일 국무총리 브리핑실에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명숙 총리는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와 국방과 경제발전, 그 어느 면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이 근간"이며 "이는 한-미 정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동의를 이미 거친 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라는 말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강제진압에 대한 공식적 사과는 없어
지난 4일 대추리에서 진행된 강경한 진압작전을 의식한 듯 한명숙 총리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대국민 호소를 시작했다.
한 총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하여 "한없이 가슴 아파하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주민들에게)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한 총리는 "주한미군기지 대부분을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은, 가까운 오산기지 등 기존의 미군 군사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과 항만-철도-도로 등 기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전략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평택 미군기지 이전 결정이 협상을 통해 번복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한 총리는 또 "이번 주말에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한다"며 "평화로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를 이루어 내자"고 주문했다.
한편 '평택 범대위'가 이번 주말에 서울과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이 집회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어서 또 한번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국민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 전문이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국무총리로 부임한 지 오늘로 23일이 됩니다. 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주한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안타까움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오늘 저는 이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5200여만 평의 미군기지 땅을 돌려받고 그 대신에 360여만 평의 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은 한 나라의 수도 서울 복판에 120여 년 간이나 외국군대가 주둔해 온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1988년부터 우리가 요구하여 추진해 온 사안입니다. 이것은 2003년 한-미 정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동의를 이미 거친 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주한미군기지 대부분을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은, 가까운 오산기지 등 기존의 미군 군사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과 항만-철도-도로 등 기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전략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대로,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와 국방과 경제발전, 그 어느 면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작금에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저는 한없이 가슴 아파하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국민 누구나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의 표출 방식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충돌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경찰과 군인,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주민… 이 모두가 우리의 아들 딸이고 우리의 형제들이 아닙니까. 우발적 충돌로 인해 폭력의 악순환에 휘말린다면, 만에 하나라도 인명이 손상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그 여파와 후유증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한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모두 한걸음씩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읍시다. 정부당국도 더욱 열린 자세로 성의를 다해 주민들과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귀기울이겠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50년의 역사 속에 두 차례나 강제수용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불모지의 갯벌을 스스로의 힘으로 간척하여 오늘의 삶의 터전을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정부는 주민의 이러한 아픔과 함께하면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풀어 가도록 최선의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주민들의 아픔과 희생을 이해하고, 이분들을 사랑으로 감싸드리고 위로하며 서로 짐을 나누어집시다. 저는 국무총리로서 최선을 다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항상 슬기롭게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번의 뼈아픈 경험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단기간에 이루어낸 대한민국 국민답게, 우리는 폭력과 투쟁이 아닌 평화로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를 이번에 이루어 냅시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런 정도의 어려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과 대화의 절차를 통해 해결해내는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 보여줍시다. 지금은 우리 국민 한분 한분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지혜와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선택합시다. 국민 모두가 대화와 평화의 길로 나서주기를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5월 12일 국무총리 한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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