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표적인 '서민 공공병원'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뷰티 컴플렉스'와 기타 의료시설, 관광호텔 등을 짓기로 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주변을 "관광특구로 개발해서 호텔을 지으면 수익이 날 것"이라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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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대신 '패션·디자인·관광의 중심지'?
서울시와 중구청은 25일 오후 2시 중구 구민회관에서 구민들을 대상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 주민설명회'를 열고 "동대문 일대를 세계적 패션
·디자인
·관광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이 일대에 있는 경찰기동대, 한양공업고등학교, 국립중앙의료원은 각각 디자이너 육성 지원시설, 디자인샵 및 디자인호텔, 뷰티컴플렉스 등으로 바뀐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대해서 서울시 관계자는 "이 일대를 사람들이 걷고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관광문화지로 조성할 계획"이라면서도,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국립중앙의료원 자리에는 어떻게든 의료기능이 들어오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뷰티 컴플렉스는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하지만, 여기에 다른 개원의도 들어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김연선 시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은 크기나 기능으로 보면 대형병원이고, 가격으로 보면 서민 병원"이라며 "공공병원이 아니고서야 서민 건강을 대신할 곳이 없다. 한 번 가고 나면 이만한 기능을 하는 병원은 다시는 안 들어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왜?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은 대표적인 '서민 공공병원'으로 저소득층에게 주로 의료 혜택을 제공해 왔다.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전체 환자의 35.5%로 다른 공공병원보다도 3배 이상 높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수익성 악화의 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복지부 기관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을 법인화하고 매각과 동시에 이전을 추진했다. "효율적 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한마디로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에 서울시도 동의했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고른 이전 부지는 대표적인 부자 동네인 서초구였다.
서울시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서두르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병원 이전 부지인 서초구에는 혐오시설인 화장장이 들어설 예정이라 '주민 달래기'를 위한 보상이 필요하고, 동대문 패션 상권 근처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팔면 서울시가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위치한 동대문 일대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립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사람들이 쇼핑 말고 할 게 없어서 왔다가 그냥 가지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립을 계기로 동대문이 패션뿐 아니라 디자인 허브가 돼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대규모 공공부지 이전 등이 기회요소"라고 말했다.
"부자 상대로 수익성 추구하라는 것"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는 이날 오후 1시 중구 구민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 변두리로 이전되면 서민층·빈곤층 진료에 주력하기를 포기하고 강남구
·서초구
·과천시 부자들을 상대로 수익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이 병원에서 24년간 일했다는 한 간호사는 "잘 사는 사람은 우리 병원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복지 위주로 운영해야 하는 마당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초구 부지로 이전하면 공공의료는 해체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병원은 '하얀 정글', 갈림길에 선 한국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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