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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은 땅값 올라 웃겠지만, 환자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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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시장은 땅값 올라 웃겠지만, 환자는 어쩌라고…"

[해설] 국립중앙의료원 매각·이전, 복지부와 서울시의 계산 일치

대표적인 '서민 공공병원'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시와 정부의 등쌀에 떠밀려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능이 축소돼 이전될 위기에 처했다. 주로 서민층인 병원 이용객들은 "우리는 이제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불안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립병원이면서 동시에 종합병원이다. 다른 국립병원으로는 국립경찰병원, 정신과 전문병원인 국립서울병원, 결핵 전문인 국립마산병원 등이 있지만 이들 병원은 주로 특수한 질병이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종합병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주로 의료 혜택을 제공해 왔다.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전체 환자의 35.5%로 다른 공공병원보다도 3배 이상 높다. 환자 중에는 비혼모나 다문화가정 등 의료소외계층도 많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윤을 많이 내기 힘든 이유다.

정부는 공공병원 팔고, 서울시는 서초구민 달래고

그런 국립중앙의료원에 정부가 '수익성'의 칼날을 들이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복지부 기관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을 법인화하고 매각과 동시에 이전을 추진했다. 목적은 "효율적 운영과 경쟁력 강화"였다. 이를 두고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한마디로 국립중앙의료원은 돈이 안 되니 다른 곳에 현대적인 병원을 지어서 너희끼리 알아서 먹고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이 법인화되면 조직·인사·예산·회계 등에서 결정이 자유로워지고, 공무원이었던 의료인들은 '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이전 과정에서 서울시가 현 부지의 개발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도 일었다. 현재 국립중앙병원의 위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 온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인접해 있다. 민주당 김연선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주변을 지구단위 계획으로 묶고 있는데, 그 속에 국립중앙의료원도 포함된다"며 "서울시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땅을 개발하면 땅값이 배로 뛸 테니 무조건 팔고 가려한다"고 꼬집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팔고 옮기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서울시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서초구 원지동에 대규모 화장시설을 들이려고 했다. 혐오시설에 대한 서초구민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서울시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현 부지인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2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강재규 당시 국립의료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서울시는 12월 화장시설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준공을 앞두고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오는 25일에 서울시는 중구 구민들을 대상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관련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반발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 '국립중앙의료원 매각‧축소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 1958년에 설립돼 지난해 법인화가 이뤄진 국립중앙의료원의 개원식. ⓒ연합

"서울시, 공공의료는 뒷전이고 개발 이익에만 관심"

보건의료노조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 기능과 역할을 확대한다는 약속 없이는 매각과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김문자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지부장은 "정부는 적자 나는 병원이라고 우리를 떨어내 버리려고 하지만, 공공병원에서 흑자를 내려는 속셈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의료수급자 환자들이 900명이나 우리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는다"며 "반면에 민간병원은 돈이 안 되는 환자는 여기로 다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하나 있는 국립 종합병원마저 돈만 벌면 (의료취약계층은) 어떡하느냐"며 "정부는 너무 경제 논리밖에 모른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공공의료는 뒷전으로 하고 개발 이익에만 치중하려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김 지부장은 "서울시가 지금 병원 부지를 매각하면 개발할 사람이 몰려들 것"이라며 "그 개발이익은 서울시가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와 정부는 공공병원이 어떻게 해야 잘 운영될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들 돈 나올 구멍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 병원 부지를 의료복합시설로 활용해 일부 의료 기능을 존속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지부장은 "오세훈 시장이 (병원 부지를) 관광특구로 개발해서 호텔을 지으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의료복합시설에서는 호텔업과 같은 상권을 개발하거나, 건강클리닉과 같은 상업 시설을 들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병원 수두룩한 부촌에 공공병원이 가면?"

이전이 예정된 서초구 부지는 대형병원이 이미 많은 데다 부촌이어서 공공병원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교육부장은 "서초구 주변에는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이 종합병원이 많은 반면,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중구에는 의료공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동네로 가면 병원 정책이 부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성을 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종합병원이 들어서기에 새 부지가 아예 부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설립·운영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1420병상이 필요하지만, 서초구 원지동 부지로 이전하면 475병상~570병상밖에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그밖에 △ 고속도로와 인접해 소음이 크고 △ 방음벽에 등에 가려 제대로 찾기 어려운데다 △ U자형 도로·회전도로 등으로 구성돼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원지동 부지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원지동 부지에서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하기에는 투자비, 시설유지 관리비 증가로 위험이 크다"며 "이 부지는 요양시설이나 정신의료센터 등 특수 전문병원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 서울 중구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는 의료원 매각·이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서초구 부지는 걸어서 20~30분, "노인들은 어떻게 가나…"

국립중앙의료원을 찾는 환자들은 "국립병원이 중구에서 사라지면 돈 없는 사람은 불편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중풍, 고혈압, 당뇨 등으로 몇 년간 이 병원을 찾았다는 의료수급권자 최동례(84) 씨는 "가난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이 병원이 없어지면 우리 같은 사람은 큰일난다"며 "나는 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하는데 강남까지 어떻게 가느냐"며 걱정했다.

이에 대해 정 교육부장은 "원지동 부지는 청계산 밑이라 변두리 개념에 가깝다"며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가기 어려울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거들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은 지하철 2,4,5호선이 통과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서초구 원지동의 경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도 추가로 20~30분을 걸어야 한다.

정 교육부장은 "공공의료 전달 체계는 보건지소-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중앙의료원 순서로 이뤄지는데, 공공의료 전달 체계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가장 상층부에 있는 만큼 그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지원 미비로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데, 기능 축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아무 청사진도 없이 무작정 이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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