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진보신당과 귀뚜라미보일러에 따르면, 최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직원 명의로 주민투표에 참여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공지에는 지만원 씨 등 대표적인 극우논객들의 글이 인용됐다.
지난 3일 정오 최 회장은 지난 6월 17일 극우논객 지만원 씨가 쓴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라는 글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시 총유권자는 836만, 이 중 3분의 1인 278만 명이 투표에 참가하고, 투표자의 과반이 무상급식에 반대표를 던지면 오세훈이 이기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또 "애국자라면 모두 나서서 싸워야 할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발송된 두 번째 글에서는 최 회장의 입장이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전사원에게 공지토록 된 이 글에서 게시자는 "회장님께서 8월 24일 서울시 무료 급식 관련 투표에 앞서 우리 귀뚜라미 가족들이 아래 사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셨다"며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8월 24일 서울시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셨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직접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에 나설 것'을 직원들에게 독려한 셈이다.
두 번째 공지에서 최 회장은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의 글을 짜깁기해 인터넷에 떠도는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글을 발송했다. 이 글은 무상급식을 두고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며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 사실을 처음 제보받은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와 같은 공고는 자유로운 주민투표 운동의 범위를 벗어나 회사 내 특수관계인에 의한 부당한 압력"이라며 "특히 이번 주민투표는 선관위 등에서 투표의 불참 역시 투표행위로 해석하는 등, 보이콧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투표참여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부당한 주민투표 개입행위에 대해 선관위가 즉각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귀뚜라미 그룹은 해당 지침 내용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귀뚜라미 보일러 관계자는 "회장님이 평소에도 개인적으로 상식 등이 담긴 글을 주변 임원이나 간부에게 보내신다"며 "그 글을 받은 분이 인트라넷에 올린 게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회장이 이런 글을 보낸 건 무상급식 투표 참여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본지의 질문에 "그런 것은 모르겠다. 어찌됐든 회장님이 직접 글을 쓰신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최진민 회장의 입장이 담긴 두 번째 사내 공지. ⓒ진보신당에 제보된 귀뚜라미 보일러 게시물 일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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