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법 개정안은 청소년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부모의 동의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실명·연령 확인과 본인인증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게임 실행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연령이 기존 14세 미만에서 19세 미만 고등학생까지로 확대된다. 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은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에는 인터넷 게임을 강제적으로 하지 못하게 된다.
"청소년 즐길 여가활동 게임밖에 없어"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4층에서 열린 '6.29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본 청소년 정보인권'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은 청소년이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현 사회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활동가는 "왜 청소년이 게임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지,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부족한 근본적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도외시하고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모는 건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과잉한 국가의 규제"라며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적극 옹호하고,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서 명확히 설정해 막연한 청소년 보호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의 '검은빛'은 "과도한 입시교육으로 자유로운 시간과 경제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의 청소년은 자신이 어떤 문화를 누릴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없다"며 "이들 대다수가 게임에 집중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화활동을 할 여유와 시간이 없으니,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강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에 빠진다는 얘기다.
검은빛은 셧다운제에 대해 "청소년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지, 그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한 문화적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며 "단순히 게임을 '유해한 것'으로 규정짓고, 청소년을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잠재적 중독자'로 규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가가 청소년 인권 침해"
청소년의 활동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은 이미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바 있다.
2000년 헌법재판소는 과외 금지를 위헌 처리하며 "아동과 청소년은 되도록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인격, 특히 성향이나 능력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아동과 청소년은) 부모와 국가에 의한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인격체이며, 그의 인격권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반해 게임법 개정안은 청소년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게 토론 참여자들의 지적이다.
장 활동가는 "헌재는 청소년 당구장 출입금지 제도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인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게임 그 자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하지 않으므로, (게임법 개정안) 입법 목적인 보호의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장 게임법 개정안이 단순히 인터넷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청소년들은 결국 아케이드 게임, PC게임 등을 즐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셧다운제 도입 후 온라인 게임 대신 패키지 게임 판매가 늘어났다. 태국은 2003년 셧다운제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개인정보도용 등의 부작용이 늘어나자 2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현실을 보면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필요로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게임법 개정안은 결국 부몬의 주민등록번호를 청소년이 도용하도록 하는 법"이라며 "'19금'에만 필요하던 성인인증이, 이제 모든 온라인 게임에 적용돼 개인정보 도용 가능성이 더 넓어진 셈"이라고 우려했다.
☞게임, 21세기 로큰롤인가 오타쿠 전유물인가 ☞"대학교수도, 백수도 즐기는 이것…정말 해로울까?" |
▲ 지난해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0' 참가자들이 블리자드의 차기작 <디아블로3>를 즐기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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