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섹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게임은 짧게 잡아도 40년 역사를 가진 중요한 문화다. 대중문화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은 이제 영화를 넘어설 정도로 커졌다. 미야모토 시게루(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창조한 게임 기획자)는 록스타처럼 숭배받는 우상이다.
그러나 누구도 게임에 영화, 대중음악, 뮤지컬, 소설, 만화의 지위를 부여하진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아이들이 즐기는, 중독성 강한 '나쁜 것'이다. 아니라고? 주변의 이성 친구에게 물어보라. "게임이 취미인 이성이 호감을 보인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라고. "스타크래프트 중계에 환호하는 성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라고. '스타리그' 중계카메라가 방청석을 비출 때, 관객 상당수가 응원도구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게임에 부작용이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 드라마 <빅뱅이론> 등에서도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주인공들의 에피소드가 개그소재로 활용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큰 고민을 갖고 풀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는 '게임 강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프로게이머'들의 리그가 활성화돼 있다. 정부에서도 게임산업 발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게임개발업체는 당당히 주식시장에 상장돼 투자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한국 게임 산업을 바른 눈으로 보자'는 말은 이십년 전에나 나왔어야 할 구호다.
척박한 것은 게임 문화만이 아니다.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게임산업 역시 아직 개선에 쉽지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핵심기술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다. 게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콘솔(전용게임기)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아직 상당수 기업이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돌아가고,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삶은 '창조자'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비참하다. 이 역시 큰 틀에서는 게임문화의 영역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다.
'IT일상다반사'는 게임을 둘러싼 논란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게임산업의 다양한 이면을 둘러본다. '게임 강국' 한국 사회는 새로운 주류 문화로 성장 중인 게임문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나?
기사에서 칭하는 '게임'은 모든 놀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PC게임과 온라인 게임, 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 등 전자기기를 통해 구현되는 게임에 한정함을 밝힙니다. 아케이드 게임(동전, 지폐 등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 대중화된 후, 흔히 통칭하는 게임이란 이들 '전자오락'을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게임'이란 단어가 전자기기를 이용한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기고문을 기다립니다. 게임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 건설적인 대안, 게임문화에 대한 생각을 이메일(eday@pressian.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
게임은 첨단 IT산업의 총아다. 전파기술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새 대중문화를 열었듯, IT산업이 낳은 가장 강력한 대중문화 콘텐츠인 게임은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의 킬러콘텐츠인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출시 시기에 국내 PC방 산업이 뜨고, PC교체 수요가 폭발해 '스타크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사실은 상징적이다. 텔레비전 기술이 문화를 옮겨담는 그릇(하드웨어)에 불과했던 반면, 게임은 기술 자체가 내용물(소프트웨어)이다.
상당수 대중문화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성장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1인용 영화장치 '키네토스코프'가 영상 유희 기구 시대를 열고, 뤼미에르 형제는 이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발전시켰다. 녹음기술, 음향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음악의 대중화(팝)는 불가능했다.
한국 최고 여가 문화, 21세기판 종합 예술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1962년 스티븐 러셀이 만든 세계 최초의 게임 <스페이스 워>는 그래픽 기술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이후에도 게임은 반도체, PC, 콘솔(게임전용 컴퓨터) 등 관련 산업 발달에 힘입어 성장했다. 산업 발달이 새 시장을 낳고, 이 시장은 새로운 문화를 열어 자가 발전을 가속화시킨 것은 성공한 대중문화산업의 전형적인 발전사다.
게임시장은 이미 대중문화의 첨병으로 인식돼 온 영화마저 넘어섰다. 대작게임 한 편을 제작하는데 3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만 달러의 자본이 투입되는 시대다.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0 한·일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53.9%)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여가수단으로 응답자의 가장 많은 28.3%가 게임을 즐긴다고 답해 TV시청(22.1%), 영화관람(19.7%)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에 따르면 게임의 주요 이용자는 십대 청소년이 아니라 40대며, 여성의 40%가 게임을 즐긴다. 이제 게임은 상당수 성인에게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소비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시대는 지났다.
게임이 이토록 강한 문화산업으로 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참여형 종합예술' 특성 덕분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웬만한 판타지 소설을 능가하는 장대한 스토리를 갖췄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마치 소설 <반지의 제왕>처럼 선악 구도가 명확한 긴 역사의 세계관을 수립하고, 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차기작을 발표할 정도다.
종합예술적 성격이 빠르고 쌍방향의 특성을 지닌 디지털 매체와 결합하면서, 게임의 전파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다. 현실, 혹은 판타지의 어떤 세계(소설적 요소)가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미술적 요소)으로 이용자의 눈 앞에 펼쳐진 가운데, 이용자는 이 안에 '직접' 뛰어드는 가상현실 체험을 하게 된다. 게임 특유의 중독성도 여기서 나온다.
공저 <컴퓨터 게임과 문화>를 집필한 최유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컴퓨터 게임은 감성융합의 매체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분히 연극이나 영화 같은 종합예술의 성격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다"며 "요즘 들어 게임의 영화화, 또는 소설화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진흥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제1 여가수단은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프레시안 |
게임시대인가, 안티 게임 시대인가
그런데 게임은 대중'문화'의 하나로 '대중'에게 각인되지 않는다. 게임 폭발을 이끌었던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가 나온지 40여 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게임문화는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 대중문화인 음악과 영화가 빠른 시간 내에 주류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점에 미뤄 극단적으로 비교되는 부문이다.
여기서 '게임문화'란 단순히 대중이 즐기는 여가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파생되는 관련 상품을 즐기거나 게임의 역사를 추억하고 옛 타이틀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문화, 수집문화 등을 총괄하는 의미다. 단순한 여가 활동으로 게임문화를 정의한다면 한국에서 게임은 충분히 대중화됐으나,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소비하는 차원으로 넘어가면 이 문화는 극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 남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대개의 경우, 게임은 대중에게 성숙해가는 문화로서가 아니라 불편하고 유해한 산업으로 인식된다.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되는 게임관련 뉴스의 대부분은 중독, 폭력 등의 단어를 연상케하는 유해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어서,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 언론은 사건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1인칭 슈팅 게임(FPS) <둠>을 꼽았다.
게임을 문화의 하나로 인식하는데 가장 큰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들이다. 머드게임 <단군의 땅> 개발에 참여했던 게임기획자 김원보 전 연세대 강사는 공저 <컴퓨터 게임과 문화>에서 어떤 형태로든 게임개발에 연관된 사람 대부분이 "이제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 외적인 부분, 문화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제 제작 측면에 적용하려 할 때는 "도리어 적의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는 게임이 다른 대중문화와는 달리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실연자는 예술가다. 아무리 음악기술이 발달해도 창작력을 가진 음악가가 없다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 만화콘텐츠를 실어나를 매체가 첨단의 속도로 변해도, 만화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카데미가 놀라운 3차원 기술을 선보인 <아바타> 대신 <허트로커>에 6개부문 상을 안긴 건 같은 이유에서다.
게임은 다르다. 아무리 기획자가 탄탄한 스토리를 구성해도 이용자에게 실감나는 액션을 전달할 기술이 없다면 명작이 나올 수 없다. 기획자 한 명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프로그래머와 이를 뒷받침해줄 그래픽엔진이 뒷받침해야 한다.
"게임은 근본적으로 공학적 로직으로부터 출발한다. (중략) 따라서 게임 개발자란 기본적으로 공학자이자 엔지니어이지, 철학자나 문학가가 아니다"라는 김원보 강사의 설명은 이 새로운 대중문화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 게임을 창조하는 이들은 문화요소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을 위협으로 인식한다. 자연히 게임을 문화적으로 고찰하게끔 하는 토양은 줄어든다. 국내 게임매체 대부분이 프로게이머의 경기성적 소식이 아니면 업계 동향을 전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을 부끄러워하는 게이머들
시연자뿐만 아니라 수용자들 역시 게임을 대중문화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설사 자신이 게임을 즐긴다 하더라도 대부분 이용자들은 게임을 음악이나 문학에 비해 '저급한 것'으로 생각한다. 웹 서핑 혹은 게임이 취미인 이의 전형이 게으르고 뚱뚱한 성인 남성으로 상징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콘텐츠진흥원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사람이 게임을 즐기면서도 게임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45.3%)'라고 답한 사람이 '긍정적이다(23.8%)'라고 답한 이의 두 배에 달했다. 일본의 응답 비율이 56.7%, 43.3%였던 점을 볼 때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게임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크게 인지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현재 한국에서 게임의 지위는 대중문화가 아니라 하위문화(서브 컬처)에 가깝다. 적지 않은 대중이 이를 즐기지만 음악, 영화, 문학, 만화 등과 같은 주류문화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청소년 잡지 <R> 등에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고 있는 게임평론가 이상우 씨는 게이머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에 죄책감을 느끼는 근본 원인으로 한국적 특성을 꼽는다. 70년대 <퐁>, <슈퍼 마리오> 등으로 문화 토양이 시작된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전자오락실이 게임산업의 탄생을 주도했다는 이유다.
이 평론가는 "게임이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전자오락실이 등장했다. 자연스레 정부의 관심은 매체가 아닌 '공간'에 대한 규제로 옮아갔다. 오락실, 곧 게임의 발원지가 탈선의 공간으로 낙인찍히면서, 게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문화적 토양이 성숙하기도 전에 급격한 상업화가 진행된 것 역시 척박한 문화 토양을 낳은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한국 게임소비자 특유의 경쟁적이고 광폭한 게임소비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우 평론가는 "외환위기 이후 <스타크래프트>, <리니지>가 PC방 창업붐과 맞물려 일종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면서 게임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며 "그런데 이와 같은 급격한 성장은 게임을 산업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게 하고, 이에 대한 문화적 고찰을 할 여유를 낳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게임문화가 척박한 오늘날의 상황은 한국의 다른 산업이 급격한 산업화 기간에 겪었던 후유증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이는 PC기반의 온라인 게임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한국 게임산업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0' 참가자들이 블리자드의 차기작 <디아블로3>를 즐기고 있다. 블리자드의 차기작 구상이 발표되는 이 자리는 로큰롤 스타의 공연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현상을 낳고 있다. 아예 블리자드 팬까지 생겨날 정도로 게임문화 소비는 다양하게 이뤄진다. ⓒ뉴시스 |
21세기 로큰롤인가, 오타쿠 문화의 저변확대인가
그런데 시연자와 수용자가 동시에 자신들의 문화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은 상당수 대중문화의 초기에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미 1970년대에 성공의 절정을 달렸던 로큰롤은 1950년대 태동 당시에는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악마의 음악'으로 취급받았다. 심지어 초기 로큰롤의 대표적 스타였던 리틀 리처드마저 별안간 개신교 전도사로 돌변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로큰롤의 시연자 대부분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비주류였던 흑인이었고, 이들의 자극적인 몸짓과 시끄러운 음색은 기성 문화와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이에 백인 청소년이 열광했다. 주류문화로서는 커다란 위협을 받은 셈이다. 대중화의 촉매 역할을 했던 닌텐도가 상대적 비주류였던 동양(일본)에서 탄생한데다, 기존 주류문화보다 높은 몰입도가 특히 아동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1970년대 게임의 성장 배경은 1950년대 로큰롤과 완벽히 일치한다.
그러나 이후 로큰롤은 당당히 주류 무대로 진입했다. 문제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오늘날에도 일부 로큰롤 스타의 난잡한 삶은 심심치 않게 언론의 가십난을 장식한다. 기타에 빠져 공부를 포기하거나, 클럽 문화에 빠져 일탈하는 아이가 생겨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탈 행동에는 적절한 규제가 가해지지만 이제 이를 두고 "로큰롤이 해롭다"는 목소리가 강조되진 않는다. 오히려 로큰롤을 위시한 대중음악은 아이들이 선망하는 좋은 직업의 대표격이 됐다.
게임문화 역시 조만간 주류문화로 올라서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5일 낸 <게임 세대가 몰려온다>는 보고서에서 "부모세대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서 게임을 과소평가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게임은 음악, 미술, 스토리가 결합된 새로운 종합 매체로 대중 문화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게임에 대한 배척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기성세대는 게임이 일상화된 신세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 세대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닌텐도의 성공 과정을 추적한 책 <닌텐도의 비밀>에 따르면 닌텐도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기던 80년대 당시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학부모는 "나는 컴퓨터가 두려운데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아요"라며 새로운 문화에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는 로큰롤 문화가 절정에 달했던(당연히 그 부작용도 절정이었던) 60년대에 이른바 '로큰롤 세대'였던 청년세대가 저항운동을 통해 주류사회에 충격을 안긴 현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게임세대를 경멸하는 지금의 부모세대가 바로 1960년대 반전운동 세대다.
'비디오게임이 사회적으로 유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마리오, 루이지, 젤다를 창조한) '게임의 신' 미야모토 시게루의 대답은 상징적이다. "비디오게임이 해롭다고요? 옛날에 로큰롤도 그런 소릴 들었죠."
▲닌텐도 위(wii)를 위한 콘텐츠로 출시된 <슈퍼 마리오>. 화투 제조사였던 닌텐도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슈퍼 마리오의 캐릭터 위상은 이미 영화 시대의 영웅이었던 미키 마우스마저 넘어섰다. ⓒ뉴시스 |
이상우 평론가는 "결국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레 게임이 주류문화로 진입할 것"이라며 "이미 게임문화 안에서도 인디게임 출시가 활성화되고, 이에 대한 심의 논란이 생기는 등 게임문화가 다변화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나 게임이 가지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게임문화가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기성 주류문화처럼 대중적 담론을 형성할 수준에 오르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점 또한 지적했다.
그는 "게임은 엄연히 예술보다 상품성이 중시되는 산업의 영역"이라며 "보다 깊이 있는 소비자층을 두껍게 형성하기 위해 공략, 업계 동향 등을 단순 나열하는 이상의 인문학적 연구가 결합된 게임문화 비평 매체가 탄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게임의 특수성은 '예술 이전에 산업'이라는 점 말고도 또 있다. 세계적으로 지금도 논란을 계속 낳고 있는 게임만의 해악, 중독성이다. 중독성이야말로 오늘날 게임문화를 낳은 가장 핵심적인 특성이다. (☞다음 편 바로가기: "대학교수도, 백수도 즐기는 이것…정말 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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