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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이기는 법"

[복지국가SOCIETY] "투표 불참만으론 부족하다"

잔여주의 선별적 복지 세력과 보편주의 복지국가 세력의 대결

무상급식 반대 서명을 주도하였던 '복지 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분부'의 홈페이지(www.napu.co.kr)나 성명서를 보면, 이들은 단순히 무상급식 자체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무상급식을 계기로 무상의료,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등으로 야기되는 국가 정책의 혼란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그들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즉, 보편적 무상급식은 비록 작은 사안이지만,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 정책의 경험을 일부라도 하게 되면 보수 세력의 기득권이 날아갈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전면적인 복지국가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전력을 다해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이미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 시민들에게 서울시의 정책 방향을 묻는 '정책 투표'이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과 방향을 묻는 '이념 투표'인 것이다. 이제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는 결과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어렵게 시작한 무상급식의 밥그릇이 날아가서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번 투표의 결과는 우리의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여망으로 발전한 보편적 복지가 2012년 양대 선거를 계기로 활짝 피어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것인지, 아니면 채 싹을 틔워보지도 못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서는, 실질적 무상의료 수준으로까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향상, 국가가 보장하는 주거 복지의 실현, 고등학교 무상교육, 소득과 상관없는 보편적 무상보육, 그리고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전면적인 아동수당과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될 25만 원 수준의 기초노령연금 지급 등 향후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복지국가의 각종 보편적 복지 정책 전체가 무산되거나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된다.

한편, 주민투표의 문항도 바뀌었다. 24일 주민들이 투표장에서 받게 되는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투표용지가 아니라, 1안)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와 2안)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의 두 가지 문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된 투표용지이다. 이렇게 된 것은 초기 무상급식 반대 서명에서 발의되었던 '무상급식 반대'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무상급식 자체에 대한 반대 보다는 '전면적 실시에 대한 반대'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질문 항목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무상급식 자체에 대한 찬반 질문에서는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 그래서 이번 투표 문항의 변경은 상위소득자에게는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더욱 발전시키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더 심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이로 인한 부자들에 대한 다수의 증오감을 활용하기 위한 심리학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유권자들의 선택을 헷갈리게 하여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율을 높이기 위한 선거용 문구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즉, 이들은 복지는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복지를 확대하려면 상위 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에 대한 불안을 극대화하여 보수 기득권 세력의 단합과 분발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폭우 피해의 복구 작업도 제대로 못한 폭우 다음 날부터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이 침묵하였던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제 때를 만난 듯 일치단결하여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며, 적극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도 그 동안의 입장을 번복하며, 중앙당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투표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오세훈 시장의 입장에서는 투표에서 패배하고 시장 직을 사퇴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실패가 아닌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생애주기별 복지를 주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나 소장개혁파의 복지 좌클릭과 달리, 기존 보수의 가치와 자본 등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서울시장 직위까지 던지고 과감하게 싸운 '보수의 영웅'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도 오세훈 시장에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시장 직을 걸 것을 요구하였다. 시장 사퇴와 투표 결과를 연동하는 것은 투표율을 높이고,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들

▲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이제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우리 국민에게 무엇이 승리이고, 그리고 승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시 의회의 무상급식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조례에 따른 예산 집행은 물론 시의회 출석조차 거부하였던 오세훈 시장이 이번 투표의 결과로 2)안이 채택되어도 올해 중으로 전체 초등학교에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년에 중학교까지 확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투표를 통해 올해 3월부터 실시되어 이제 겨우 한 학기 동안 시행한 초등학교 4학년까지(한나라당 구청장이 당선된 강남 3구는 3학년 까지)의 무상급식이 재개되고,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던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을 다시 찾아오는 것만으로, 그래서 주민투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승리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이미 투표가 공고됨으로써 이제 182억 원이나 되는 비용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수해로 발생한 산사태를 미리 방지하고, 속절없이 죽어갔던 19명의 시민들을 살릴 수 있었던 사방댐 수십 개를 건설할 수 있는 예산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이 돈이면 18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에 1억 원씩 나누어주어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이 돈이면 방과 후 갈 곳 없는 어린이들이 모여 숙제하며, 직장을 마치고 늦게 돌아오는 어머니가 올 때까지 돌보아줄 수 있도록 서울시 25개 구마다 지역아동센터 36개를 더 지원하여 선생님들을 보내 줄 수 있는 예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울시민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날아가 버린 상황이라면 단순히 '오세훈 시장의 패배'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 승리일 뿐이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법

따라서 서울시민들의 궁극적인 승리는 단순히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이 쟁취한 무상급식이라는 성(城)을 지켜 내는 수성(守城) 그 이상이라야 한다. 이번 주민투표는 다음의 세 가지 목적이 달성될 때 비로소 서울시민의 승리, 민주진보세력의 승리,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가 될 수 있다.

첫째, 무상급식 주민투표 거부운동의 성공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찬성과 관련 인식의 제고" 계기로 이번 투표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번 투표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시민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소극적으로 불참하는 방식으로 유효 투표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시장과 '복지추방본부'가 추진하는 투표는 의도 자체가 정략적이고 부당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거부운동을 하는 것이 옳다.

재벌과 대기업 등 소수만이 잘사는 세상이 공정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수구 언론들과 보수 세력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1000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오세훈 시장의 대권 프로젝트 정치 놀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민들의 적극적인 불참 노력으로 거부되어야 한다. 또한, 사실과 다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주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왜곡하는 것이므로, 투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러한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투표장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서울시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렇게만 해서는 서울시민과 대한민국의 손해이다.

현금 182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과 다수 서울시민의 고민과 발걸음의 효용이 그렇게만 끝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이다. 따라서 이번 투표의 승리는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의 확산으로 나타나야 한다. 우선 나부터 가족과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을 시작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는 수다모임에 참석하고, 이번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계기로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에도 가입하자.

둘째,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성공은 서울시 재정을 비롯하여 국가 재정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현재 서울시 재정은 위기 상태다. 2010년 말 적자는 25조 5,363억 원에 이른다. 지방채 이자율을 4%로 잡아도 이자만 1조 원이 넘는다. 오세훈 시장 취임 전 해인 2005년 서울시 부채는 13조 원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재정 위기는 대부분 오세훈 시장이 무리하게 개발정책을 했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결과다. 서울시는 이미 재정 위기 상태이고, 이것은 복지 예산 때문이 아니라 마곡지구 개발이나 한강 르네상스 사업, 가든 5와 같은 대규모 건설과 토목 사업, 그리고 서울 디자인센터 등과 같은 전시성 행정의 결과이다.

원금 상환도 아니고 이자만 매년 1조 원이라는 부담을 서울시민들에게 지우면서까지, 각종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리는 오세훈 시장이 자라나는 꿈나무, 국가의 미래를 위한 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을 재정 위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논리는 너무나 심한 비약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계기로 오세훈의 토건 포퓰리즘을 심판하자. 마침 올해 9월부터는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리고 이번 투표를 계기로 서울시의 예산이 서울시민의 복지를 위해 제대로 쓰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 투표거부 운동에 이어 주민참여 예산제도에 참여하는 운동을 이어가자. 또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내고, 그 혜택은 골고루 누리는 증세 정책의 공론화를 진행하자.

셋째,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성공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 세력을 분쇄하고, 적극적인 이념의 우위를 차지하여 그 여세를 2012년의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적극적인 "투표 불참 운동"과 "보편적 복지국가 홍보 운동"을 통해 서울 시민들의 심판을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에 내려 주고, 내년 선거가 보편적 복지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이번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그 동안 중산층을 제외하는 차별적 무상급식을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시행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소득에 따른 차별이 자녀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으로 몰아서, 무상급식이 '부자들에게 부당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오도하는 여론 조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마치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국민의 0.2%인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만이 부과 대상이 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세금 폭탄"이라고 오도하여, 집 한 칸 없는 택시기사들까지도 반대표를 찍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다시 한 번 국민을 속이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넘어서는 길

우리는 부당한 주민투표 거부 운동을 통해, 월급만 빼고 공공요금 등을 포함한 모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의 고정 지출에서 한 학기 동안 절감되었던 5만 원에서 10만 원에 이르는 급식비 지출 부담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부당한 주민투표에 불참하는 것으로 우리의 의사를 적극 표현하여야 한다. 또한, 주민투표 거부 운동의 일환으로 보편적 복지 정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에 동참하여야 한다.

보편적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23개 자치구뿐만 아니라, 무상급식 반대로 손해를 보고 과도한 재개발과 토목공사로 이번에 폭우 피해까지 입은 강남 3구 주민들도 나서 거리마다 투표 반대 플랭카드를 내걸고, 트위터와 페이스 북 등 SNS를 통해 주민투표 불참 운동을 벌여야 한다. 지식인들은 기고를 통해 이번 주민투표의 문제점을 알리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보편적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시민들은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촛불을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타오르게 하여야 한다. TV 토론에 나간 패널들도 적극적으로 이번 주민투표의 실체를 알리고,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하는 보수 세력의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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