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뉴욕타임스>는 2012년 선거를 준비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티파티가 보여준 '열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티파티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통제 세력임을 보였지만, 티파티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으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티파티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이 단체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들을 대거 당선시키며 세를 과시했다. 티파티 소속 의원들은 부채상한 협상 과정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자신들의 입장이 대폭 반영된 타결안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의회 표결에 부정적인 이들도 있었다. 결국 2일 미 상원 투표에서 티파티 소속 의원 46명 중 19명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티파티 소속이 아닌 의원들은 찬반 표결에 관계없이 티파티의 비난을 샀다. 유타주의 오린 하치 상원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인디애나주의 리처드 루가 의원은 법안에 찬성했는데, 티파티는 두 의원이 모두 티파티 운동의 보수적 원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루가 위원은 이날 정부부채 합의 내용이 "보수적 재정 지불능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가 이 발언에 티파티가 동의해주길 희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하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 더 많은 정부지출을 선호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밥 베넷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하치가 이번 반대표 행사로 자신이 행했던 모든 보수적 투표를 부각시키려고 했다"며 "그는 이제 '난 티파티가 뜨기 전부터 티파티였다'고 말하고 다닌다"라고 전했다.
공화당 내 유력 대선 주자들도 티파티와의 거리를 어느 정도로 두어야 하는 지를 놓고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번 협상을 비난하면서 티파티의 주장과 보조를 맞췄다. 반면에 롬니의 라이벌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이번 협상을 "(정부의 장기 재정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긍정적인 일보"라고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공화당 의원들과 대선 주자들은 티파티의 이데올로기와 정치 현실 즉, 경쟁 상대가 누구냐, 지역구 정서가 어떠냐에 따라 티파티의 요구에 상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마블 코믹스가 만든 영웅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을 하고 시위를 벌이는 티파티 활동가. ⓒ로이터=뉴시스 |
"민주당에도 '티파티'가 필요하다"
<가디언>은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티파티의 '거친 전술'로 인해 중도 성향의 유권자와의 거리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티파티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행사할수록 그에 대해 해명해야할 일도 많아질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37%의 응답자가 논쟁 과정에서 티파티 의원들의 의견에 호감이 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인상이 더 나빠졌다고 대답한 응답도 42%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스캇 라스무센은 티파티의 최근 활동에 대한 반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반감은 중도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과 무당파들 가운데서도 생겨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런 추세를 마냥 반길 상황은 아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폴 해리스는 이날 칼럼에서 티파티가 정부에 대해 분노하는 일반 시민들을 '작은 정부, 세금 철폐,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라는 간단하게 설명되는 믿음을 이용해 조직함으로써 미국 야당을 접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칼럼은 티파티가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마저도 감동할 만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데올로기적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현재 미국 좌파는 티파티만큼 단합해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지지 세력보다 우파를 더 겁내게 됐다는 것이다.
칼럼은 좌파 세력들이 티파티처럼 민주당을 향해 강력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고 공화당과 싸우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오바마가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의 의도에 말려든 것을 교훈으로 중도파를 잡는 것보다 자기 진영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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