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AP> 등에 따르면 머독의 최측근이자 최근까지 해킹 스캔들의 시발점인 영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뉴스오브더월드>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레베카 브룩스(43, Rebekah Brooks)가 이날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가 오후 늦게 보석으로 석방됐다.
브룩스는 이번 해킹 스캔들로 체포된 10명의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22년 전 머독의 비서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머독의 수양딸'이라 불릴 정도로 총애를 받으며 출세를 거듭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뉴스오브더월드>의 편집장을 맡았고 <더 선>를 거쳐 다시 <뉴스오브더월드> CEO에 올랐다. 도청·해킹 스캔들이 터진 이후에도 머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다가 지난 15일에야 사임했다.
19일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었던 브룩스는 경찰의 체포로 출석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브룩스의 대변인인 데이비드 윌슨은 그가 (사임한) 금요일 늦게까지 경찰 출두에 대한 사실을 몰랐으며 체포 계획 역시 알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도 존 위팅데일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이 경찰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브룩스의 청문회 출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경찰이 일요일에 출두한 이를 체포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위원회 소속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이례적인 경찰의 체포가 청문회에서의 질문을 피하려는 일종의 책략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 레베카 브룩스 전 <뉴스오브더월드> CEO ⓒ로이터=뉴시스 |
英 경찰, 2006년 확보한 해킹 증거 방치해와
이 때문에 영국 경찰이 브룩스의 청문회 출석을 막기 위해 체포를 감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수 년에 걸친 <뉴스오브더월드>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영국 경찰 역시 이번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런던경찰청은 지난 2006년 <뉴스오브더월드> 해킹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신문의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로부터 해킹 피해자로 의심되는 4000명의 명단 및 해킹을 의뢰한 기자와 편집자가 함께 적힌 1만1000쪽의 기록을 확보하고도 대부분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경찰 고위 간부들은 지난 수 년 동안 <뉴스오브더월드>에 의한 해킹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며 수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뉴욕타임스>는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편집장인 닐 윌리스가 2009년 퇴사 이후 런던경찰청의 미디어 전략 담당으로 일하면서 해킹 사건에 대한 내용을 신문 측에 전달해왔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런던 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2006년 이후 <뉴스오브더월드>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네셔널 편집자들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했고 여기에는 존 예이츠 치안감과 폴 스티븐스 런던경찰청장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스티븐스 청장은 1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윌리스 전 편집장을 채용하지 않았을뿐더러 그가 해킹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면서도 이에 관련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캐머런 영국 총리, 머독 인사들과 26차례 만나
스캔들에서 영국 정계도 자유롭지 못하다. 17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자신의 지방 관저에 머독 및 그가 소유한 언론사 간부들을 초청한 사례가 2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체포된 브룩스 역시 지난해 성탄절을 비롯해 5번 이상 캐머런 총리를 만났다.
캐머런 총리는 또 기자들에게 해킹을 독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과의 각별한 인연도 의심받고 있다. 쿨슨은 2007년 영국 왕실 해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지난해 총리 공보책임자로 임명됐다. 올해 초 다시 사임했던 그와 캐러먼 총리는 이후에도 관저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머독 일가 역시 사면초가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 <가디언>은 머독의 차남 제임스 머독 위성방송 스카이 회장이 적어도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킹 피해자들과 신문이 합의하도록 승인한 제임스 머독이 영국 뇌물방지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머독 부자는 19일로 예정된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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