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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해킹 스캔들', 영국 정·관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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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해킹 스캔들', 영국 정·관계 강타

머독 측근 체포 이어 런던경찰청장까지 사임…다음은 누구?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소유한 영국 신문의 전화 도청 및 해킹 스캔들의 여파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스캔들로 영국 정·관계 인사들과 언론 사이의 어두운 유착 관계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해당 신문 폐간과 영국 위성방송 인수 포기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던 머독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는 모양새다.

17일 <AP> 등에 따르면 머독의 최측근이자 최근까지 해킹 스캔들의 시발점인 영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뉴스오브더월드>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레베카 브룩스(43, Rebekah Brooks)가 이날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가 오후 늦게 보석으로 석방됐다.

브룩스는 이번 해킹 스캔들로 체포된 10명의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22년 전 머독의 비서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머독의 수양딸'이라 불릴 정도로 총애를 받으며 출세를 거듭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뉴스오브더월드>의 편집장을 맡았고 <더 선>를 거쳐 다시 <뉴스오브더월드> CEO에 올랐다. 도청·해킹 스캔들이 터진 이후에도 머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다가 지난 15일에야 사임했다.

19일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었던 브룩스는 경찰의 체포로 출석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브룩스의 대변인인 데이비드 윌슨은 그가 (사임한) 금요일 늦게까지 경찰 출두에 대한 사실을 몰랐으며 체포 계획 역시 알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도 존 위팅데일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이 경찰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브룩스의 청문회 출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경찰이 일요일에 출두한 이를 체포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위원회 소속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이례적인 경찰의 체포가 청문회에서의 질문을 피하려는 일종의 책략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 레베카 브룩스 전 <뉴스오브더월드> CEO ⓒ로이터=뉴시스

英 경찰, 2006년 확보한 해킹 증거 방치해와

이 때문에 영국 경찰이 브룩스의 청문회 출석을 막기 위해 체포를 감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수 년에 걸친 <뉴스오브더월드>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영국 경찰 역시 이번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런던경찰청은 지난 2006년 <뉴스오브더월드> 해킹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신문의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로부터 해킹 피해자로 의심되는 4000명의 명단 및 해킹을 의뢰한 기자와 편집자가 함께 적힌 1만1000쪽의 기록을 확보하고도 대부분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경찰 고위 간부들은 지난 수 년 동안 <뉴스오브더월드>에 의한 해킹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며 수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뉴욕타임스>는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편집장인 닐 윌리스가 2009년 퇴사 이후 런던경찰청의 미디어 전략 담당으로 일하면서 해킹 사건에 대한 내용을 신문 측에 전달해왔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런던 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2006년 이후 <뉴스오브더월드>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네셔널 편집자들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했고 여기에는 존 예이츠 치안감과 폴 스티븐스 런던경찰청장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스티븐스 청장은 1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윌리스 전 편집장을 채용하지 않았을뿐더러 그가 해킹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면서도 이에 관련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캐머런 영국 총리, 머독 인사들과 26차례 만나

스캔들에서 영국 정계도 자유롭지 못하다. 17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자신의 지방 관저에 머독 및 그가 소유한 언론사 간부들을 초청한 사례가 2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체포된 브룩스 역시 지난해 성탄절을 비롯해 5번 이상 캐머런 총리를 만났다.

캐머런 총리는 또 기자들에게 해킹을 독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과의 각별한 인연도 의심받고 있다. 쿨슨은 2007년 영국 왕실 해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지난해 총리 공보책임자로 임명됐다. 올해 초 다시 사임했던 그와 캐러먼 총리는 이후에도 관저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머독 일가 역시 사면초가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 <가디언>은 머독의 차남 제임스 머독 위성방송 스카이 회장이 적어도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킹 피해자들과 신문이 합의하도록 승인한 제임스 머독이 영국 뇌물방지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머독 부자는 19일로 예정된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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