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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의 제국, 도청 스캔들에 휘청…한국은?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게이트'로 확대되는 '전화 해킹 스캔들'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제국 뉴스 코퍼레이션이 흔들리고 있다. 40여 년 전 머독은 영국 언론계에 입성하면서 1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을 맨 처음 손에 넣었다. 그런데 10일, 머독은 지령 8674호를 마지막으로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문을 닫아야 했다.

판매 부수를 늘리고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수년째 언론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뉴스 오브 더 월드>에 대해 영국 국민들은 온라인 광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광고주들은 시민들의 압력에 이 신문에 광고를 거부하거나 취소했다. 앞으로 머독의 다른 신문에 대해서 같은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시민들은 언론 자유를 남용해 민주주의 질서를 교란하는 머독에게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계속될 것인지 예견할 수 없지만 머독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인 새 폭풍의 태동을 예감하게 한다. 민주주의에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고무적인 현상임이 틀림없다.

머독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폐간하는 속내

<뉴스 오브 더 월드>는 3S(섹스, 스포츠, 센세이션)로 매주 260만 부를 판매하는 대표적인 '피플(명사 스캔들)' 신문이다. '쓰레기' 신문이라는 혹평이 따라다니지만 머독에게는 1년에 10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려주는 돈 주머니이다. 매일 314만 부를 발행하는 영국 최대 일간지 <더 선(the Sun)>과 함께 머독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신문이다. 10일 그가 이 신문의 폐간호 발행에 맞춰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부랴부랴 미국에서 런던으로 날아온 것도 이런 애착 때문이었을 것이다.

머독이 아끼는 <뉴스 오브 더 월드(약해서 NoW)>를 폐간하기로 결정한 대외적인 이유는 이 신문이 2006년부터 화제거리를 찾기 위해 자행해 온 불법 휴대폰 해킹(도청)에 대한 여론의 분노 때문이다. 이 문제로 하원이 임시회를 소집하고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 대한 공식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영국 사회는 격앙됐다. 폐간은 분노한 여론과 의회에 대한 사죄의 표시이인 셈이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그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NoW>는 위기가 지나면 몇 달 후 <더 선(Sun)>의 일요판으로 부활하게 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죄의 뜻이 있다면 노동당 대표 밀리밴드가 주장한대로 불법 도청의 최고 책임자인 편집인 레베카 브룩스부터 해임해야 했다 그러나 신문의 사장을 맡고 있는 머독이 아들이며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은 브룩스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그녀를 옹호했다. 따라서 진정한 사죄의 의지는 의심스러우며 머독이 <NoW>를 폐간하기로 한 속내는 정부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BSkyB 위성방송의 완전 인수 허가에 있다. 언론계는 머독이 BSkyB 인수 허가에 지장이 없도록 여론과 의회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한 하나의 유화 제스쳐를 보이는데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위성방송 인수 노리던 머독, '도청 스캔들'에 발목

머독은 이미 방송 BSkyB의 주식을 39.1% 소유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BSkyB 나머지 61% 주식을 인수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허가를 신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영국 언론계는 지금 신문 시장의 37%를 지배하고 있는 머독이 BSkyB 방송까지 장악하려고 하는데 대해 하나로 뭉처 반대하고 있다. 완전 인수가 성사되면 한 개인이 영국 여론을 좌우하게 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런데 선거 때 머독 신문의 신세를 진 캐머론 보수당 정권은 머독의 영국 회사 <뉴스 인터내셔널>이 BSkyB 방송을 장악해도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위험이 적다며 머독의 신청을 허가해줄 태세였다. 그러나 <NoW>의 도청 스캔들로 정부가 머독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기 어렵게 됐고,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 머독이 <NoW>를 폐간하는 제스서를 보임으로써 BSkyB 인수가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머독에 유리하지 않다. <NoW>는 2006년부터 연예인 정치인 스포트계 명사들의 휴대폰 통화 해킹을 광범위하게 자행해 왔다. 스캔들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왕실 특히 윌리엄 왕세자의 휴대폰 해킹이었다. 수사 결과 <NoW>의 도청 사실이 확인돼 신문의 왕실 담당 기자 클라이브 굿맨과 그의 사설 탐정 멀케르가 각각 4개월과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이 있다. 당시 <NoW>의 편집인이던 앤디 콜슨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런데 앤디 콜슨은 그 후 캐머런 당수(현 총리)의 대변인이 됐다. 보수 언론과 보수 정권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인사이다. 머독 캠프는 통화 해킹이 한번으로 끝난 "고립된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해킹은 최근까지도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최근 불거진 스캔들 여파로 얼마 전 콜슨은 대변인을 사임해야 했고 <NoW> 편집인 시절 정보를 얻기 위해 도청을 하고 경찰 간부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혐의로 마침내 구속됐다. 그래서 캐머론 총리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전화 해킹 게이트'로 확대되나

이제 의회의 조사가 시작되면 그렇지 않아도 눈 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던 <NoW>의 전화 해킹 사건은 '전화 해킹 게이트'로 확대될지도 모른다. 머독 언론의 비리와 언론과 정치인들과의 유착관계가 폭로될 수도 있다. 영국 언론과 정치인 사이의 권언유착의 베일이 벗겨질지 기대가 크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4000 명에서 7000명에 이르는 사람이 <NoW>의 통화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사건의 기폭제가 된 것은 2002년 3월 납치됐다가 그해 9월에 살해된 13세 소녀 밀리 다울러의 음성우편함 해킹이었다. <NoW>쪽에서 단순히 통화 내용을 알기 위해 해킹한데 그치지 않고 음성우편함의 내용을 일부 삭제한 사실이 런던 경찰의 수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NoW>에서 고용한 사설탐정은 음성함의 저장량이 다 차있는 것을 알고 신문에서 그 일부를 삭제했다. 다음에 걸려올 통화의 저장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통화 내용용의 삭제로 다울러의 부모는 이미 사망한 딸이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돼 몇 달간 부질없이 초조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이런 잔인한 해킹에 분노하고 행동하게 된 것이다. 삭제된 내용은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화의(WMS) 개막식에 참석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신화=뉴시스

광고 불매 운동, 한국과 영국의 민주주의 수준 차

분노한 시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언론윤리를 무시하고 언론을 사주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뉴스 오브 더 월드( NoW)>에 광고를 내지 못하도록 촉구하는 켐페인을 벌였다. 지난 7일자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트위터 이용자 폴 프렌드는 6일 <NoW>에 광고를 내는 회사 간부들의 이메일 주소를 수록한 구글 문서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자 수 백 명의네티즌들이 이 문서를 이용해서 리스트에 있는 회사 간부들에게 <NoW>의 행동을 비난하는 메일을 보내고 이 신문에 대한 광고 중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다음날 아침 당장 200명 이상의 회사들이 이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재고하겠다고 응답했다. <NoW> 광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계산이 빠른 머독이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을 짧은 시간에 결정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사실 언론을 정치적, 사업적 도구로 사용하는 사이비 언론에 대한 광고불매운동의 효시(嚆矢)는 한국의 언론소비자주권연대(언소주)였다. 한국에서는 특정 신문에 종편 특혜를 주는 언론법 개정과 관련해서 왜곡보도를 하는 조중동을 상대로 언소주가 광고불매운동을 벌여 한 때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권고 이탈에 불안을 느낀 조중동이 시장원리를 내세워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집중 공격을 받고 언소주의 광고 불매운동은 싹이 나기도 전에 밟히고 말았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이런 행동이 민주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한 방법으로 그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이 한군데도 없었다. 머독까지도 잘못을 시인하고 문제의 신문을 문 닫았다. 두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의 차이이며 한국 보수 신문이 머독의 신문만큼도 자성할 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물론 영국의 인터넷 사이트도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사회 관계망 미디어에 포위되고 있다고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머독 신문의 광고 물매 켐페인이 시장원리 저촉 운운 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언론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한 군데도 없었다.

"민주주의를 해킹했다" 머독 흔들리나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 결정 이후 <르몽드>는 "머독의 제국을 흔드는 스캔들"이란 사설에서 '머독 그룹의 언론이 이념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고 그의 모든 신문들이 극단적인 신문 자유주의와 가장 반동적인 가족 가치를 옹호하는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면'서 한 마디로 모든 형태의 보수주의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뉴스 오브 더 월드> 사건으로 전반적인 편집노선이 신뢰에 타격을 받게 됐다며 이것은 전세계 언론에 도덕적인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온라인 풀뿌리 옹호 단체인 '36도(度)' 사무총장 뱁스(Babbs)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최근의 스캔들은 단순히 우리의 미디어 뿐 아니라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머독 언론이 가진 적나라한 권력의 실체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불신과 분노를 폭발한 것"이라며 "그가 우리의 민주적 절차를 해캥했다는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탈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한 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또 머독의 언론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머독을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그에게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까지도 그의 비판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일간지 <더 선>의 직원들이 7일 저녁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 사실을 예로 들었다. 한국 국민과 한국의 보수 언론인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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