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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여진에 빗장 건 MBC, 무슨 망신 당하려고…"

[우석훈 칼럼]"이제는 '방송 공공성'이다" <3>

홍익대 청소원 문제, 김진숙 씨의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 등 첨예한 사회 쟁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던 배우 김여진 씨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결국 출연 못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15일 아침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격주로 월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정치·사회·문화' 분야 토론의 새로운 패널로 보도됐던 배우 김여진 씨는 문화방송이 새로 개정한 방송심의규정에 의해 출연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과한 MBC의 방송심의규정 '고정출연제한 심의' 제55조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해 고정출연을 제한할 것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주 1회 이상 출연자를 고정출연자로 정의한다'는 기존 조항 문구를 삭제해 주 2회 출연하는 김여진 씨도 고정출연자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 역시 "사회적 의제에 무관심한 사람들 또는 정권의 뜻에 충실한 부역자들만 출연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비판적 성향의 출연자는 모두 솎아내는 '엠비시판 블랙리스트'를 공공연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요지부동이다. <프레시안>에 "이제는 '방송 공공성'이다" 연재를 진행하는 우석훈 박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글을 보냈다. 우 박사의 칼럼은 매주 월요일에 게재돼 왔으나, 이번에는 김여진 씨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이 최종 무산된 때에 맞춰 내기로 했다. <편집자>

- "이제는 '방송 공공성'이다"

☞<1>임화수, 허문도, 그리고 최시중의 시대
☞<2>"MB 이후, 높은 분들의 'KBS 전화질' 막으려면…"
광주 민주화 운동이 벌어질 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라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다. 아주 나이를 먹고 나서야 광주 MBC가 그 때 시민들에 의해서 불에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사정권 내내, 한국에서 방송은 막혀 있었고, 진실은 텔레비전에서 볼 수가 없었다.

86년과 87년에는 대학생이 돼 있었고, 종로와 광화문에서 열리는 가투에 나가게 되었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습관이 생긴 건, 언제 잡혀갈지 모르면서도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작은 열망 같은 건 텔레비전에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게 된 다음이다.

방송이 열렸다는 걸 상징적으로나마 느끼게 된 것은 MBC <100분토론>을 고(故) 정운영 교수가 진행할 때로 기억한다. 이 사건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정운영, 유시민 그리고 손석희에 이르기까지, 이 독특한 프로그램은 한국에 민주주의가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방송이 이번 정권 들어서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고 나는 이해한다. 이명박 정권이라고 스스로 불리기를 원한 정권이 정말 성공한 정권이 되기를 원했다면, 방송과 언론, 이런 국민들의 언로를 스스로 천명했듯이 '공정'하게 만들고, 그렇게 언로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지지하는 길을 걷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언로를 닫는 편을 선택하였다.

▲ 배우 김여진 씨. ⓒ프레시안(김봉규)
이번 MBC의 방송심의규정은, 진행자와 패널 등 고정 출연진을 '공정성'의 이유를 들어 사회적 발언을 금지한 것이다. 이 규정은 '김여진 특별 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정한 인사를 겨냥한, 행정적으로는 있기 어려운 황당한 일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런 규정에 의하면 정운영, 유시민 등 과거 MBC를 빛냈던 사람들은 이제 방송에 나오지 못하고, 자기네 방송 내에서도 논리 모순을 일으킨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진행자인 손석희 스스로가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서 질문의 형태로 자기 의견을 개진한다. 진행자와 패널은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발언을 매일매일 하는 셈인데, 자기가 사회적 발언을 하는 셈이니까 자기 방송에 나오면 안된다는 논리 모순이 벌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MBC 시사방송에 고정 출연하기 위해서는 그 방송에서 사회와 관련된 어떠한 자기 견해도 가져서는 안된다는 논리 충돌이 여기서 생겨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진보계열만이 아니라 라디오 리포팅을 하는 보수 신문의 기자들, 신문에 글을 쓰는 교수 및 전문가들, 이런 사람들도 고정 출연을 할 수가 없다. 일간지에 글을 쓰는 컬럼니스트들이 한국에 100명도 넘는다. 그 뿐인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여하간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는 사람들 역시 방송에 나올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방송'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이게 누구의 소유이냐,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은 근본적으로는 공공의 재산이고, 그래서 방송법을 통해서 이런 공익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MBC 사규가 한국의 법률 질서를 넘어서는 이런 어머어마한 결정을 할 수가 있느냐,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공영방송의 규정은 법률의 법률과 시행령 아래에 위치하는 것인데, MBC '김여진 특별조항'은 기본적으로는 방송법 위반이다. 방송법 6조 1항은 공정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바로 그 다음의 2항은 방송은 종교방송을 제외하면 신념 등의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의 내규는 바로 이 방송법 6조 1항을 지킨다고 하면서 6조 2항에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법률지식으로는 일반조항과 특별히 명기된 특별조항이 부딪힐 때에는, 특별 조항이 우선한다. 즉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특정 정치적 신념에 의해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별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정치적 신념 자체를 차별한다면? 그것은 '신념'을 갖는 것 자체를 차별한다는 말이므로, 역시 6조 2항 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일단 상위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MBC의 내규는 1987년에 개정된 9차 개정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 이사들이 법률적 권한을 가지지 않음은 물론이고, 그들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 결코 이사들의 권한으로 초헌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한 조치는, 자신들의 존재 근거인 방송법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공적 권한을 준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9차 개정헌법 21조 2항은 다음과 같이 명기하고 있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저들이 지금 도입한 새로운 규정은 언론에 대한 허가와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적 질서를 정면으로 배치해서, 출연진의 자격에 대한 검열제를 도입한 것이다. 즉 법률에 근거하지도 않은 위헌적 조치를 지금 취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같은 그런 고급스러운 얘기까지 갈 것도 없이, 방송에 대한 검열 조치 같은 것은 우리의 헌법이 허락하고 있지 않다. 헌법도 금하고, 방송법도 세세한 규정으로 차별을 금하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MBC 이사진이 그런 규정을 내규라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가?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정부부처나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 회사들까지, 헌법과 법률과는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내규를 만들어서, "우린 이렇게 하겠습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방송을 막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방송에 내보겠다는 대통령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나갔다.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한나라당 쪽 인사들도 같이 내치는 것만으로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반 정권 인사와 정권 쪽 인사를 같이 내친다고 해도, 헌법과 방송법이 금하는 차별 금지 조항을 피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역행하고 다시 전두환 시절의 방송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그 마음은 십분 알겠지만, MBC 내규가 실효를 거두는 순간, MBC의 모든 방송은 불법 방송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너무 나갔다.

아마 방송 전문가들이 방송법의 존재와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은, 길고 긴 법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만이라도 파행적 방송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싶다. 나중에는 모르겠고, 최소한 총선, 대선으로 가는 동안만이라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겠다, 그런 거 아닌가?

나는 지금도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이로 써놓은 그런 DB 형태가 아니가 '사장님 호불호'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KBS는 만약이라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면 헌법과 방송법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큰 일 난다는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MBC 사장과 이사진은, 워낙 특수한 공영방송이다 보니, 그런 KBS 정도의 수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덧붙여 얘기하면, 방송 검열과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공영방송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한국에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방송법을 지켜야 하고, 그건 상업방송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규정이다.

방송을 아예 막아버리고, 오락방송, 연성방송으로 채우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마음은 알겠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데 어쩌랴?

지루한 법률 소송으로 가기 전에, 이쯤에서 사장님께서 사과하시고, 사태를 수습하는 게 어떻겠는가? 이미 논리 모순이 생겨서, 수많은 진행자와 패널들의 트위터부터 오늘 당장 금지시켜야 하는, 더 큰 혼란이 벌어지게 생겼다. 헌법을 한 번 어기면, 수많은 불법적 조치들을 무수히 하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큰 범죄집단으로 MBC가 전락하는 것이다. 이쯤, 사과하고 수습하기를 권해드린다. 행여라도 행정 소송에서 지거나, 위헌 소송에서 지게 되면, 이게 무슨 망신이냐?
▲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위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보고 있는 김여진 씨.ⓒ참세상

- "이제는 '금융 민주화'다"

<1> "대권주자에게 묻는다…외환은행,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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