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美 민주당 참패, 한반도에 또 하나의 '악재' 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美 민주당 참패, 한반도에 또 하나의 '악재' 될까

[정욱식의 '오, 평화']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의 앞날

미국 시간으로 11월 2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국내정책은 물론이고 대외정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강경책에 더해 공화당의 강경기조까지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반도 정세에 공화당의 승리가 '결정적 변수'는 아닐지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하고 대북 협상시 "악행에 대한 보상은 안 된다"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화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나선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나설 것이고, 이는 한반도 정세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과 러시아와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상원 비준을 추진해왔는데, 공화당의 상원 의석수가 늘어남으로써 이들 조약 비준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CTBT가 미국 핵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New START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다. 공화당 상원 의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두 조약의 비준을 찬성해온 리처드 루가는 공화당의 승리로 오바마 행정부의 권력누수(lame-duck)가 가속화됨으로써, 이들 조약이 상원에 상정조차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참고로 상원 비준에 필요한 의석수는 3분의 2에 해당하는 67석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와 MD 강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군산복합체와 강한 유착 관계를 갖고 있고 '절대 안보'를 신봉하는 공화당은 급변하는 세계질서에서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만약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압력에 밀려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이 후퇴하고 핵전력 현대화와 MD 구축에 더욱 매진한다면, 그 파장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우선 오바마가 핵군축 협상과 MD 속도조절을 통해 '재설정(reset)'을 추구했던 러시아와의 관계는 중대 고비를 맞이할 것이다. 또한 공화당은 월등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중국 봉쇄 정책을 강력히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노란불'이 켜진 미-중 관계의 회복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들 강대국 사이의 전략적 관계 악화는 6자회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는 또 하나의 변수를 만난 셈이다. 아울러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군사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경우, 북한은 이를 "핵 억제력 강화"의 구실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안전보장이사회 핵 군축 정상회의에 앞서 반기문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만장일치로 핵 군축 결의안을 채택했다. ⓒ뉴시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 로스-레티넌을 주목하라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함으로써, 이것이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내년 초 출범할 새 의회에서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을 것이 확실한 일리아나 로스-레티넌(플로리다) 의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바 출신인 로스-레티넌 의원은 북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란, 러시아, 중국, 시리아, 쿠바 등에 대해서도 초강경 입장을 갖고 있다. 9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화당은 이란, 수단, 중국, 러시아 쿠바 등 야만적인 정권들에 대해 양보와 교섭을 하는 대신에, 이들 국가의 폭정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그의 세계관은 잘 드러난다. 특히 이 성명에서는 "공화당은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과 함께 MD에 대한 완전한 예산 지원을 통해 이란과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들로부터 미국 본토와 우리의 동맹국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스-레티넌은 또한 미국 의회 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의를 주도해왔다. 지난 6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나온 직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고, 7월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과 자유를 위한 행사'에 참석해, "미국은 북한을 논쟁의 여지없이 테러지원국이라고 부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로스-레티넌은 초강경 기조는 올해 5월 중순 제출한 '2010 북한 제재와 외교적 비승인법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 법안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과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북한이 인권 개선, 납치된 일본인과 한국인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테러지원 및 불법 행동 중단, 무기 거래 중단 등 의회의 요구 사항이 충족되기 전까지 외교적 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만약 로스-레티넌이 다음 회기 때 다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의 위세와 외교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이 법안 상정을 추진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미국의 진보적 외교전문가인 존 페퍼 '포린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 공동소장은 11월 2일자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로스-레티넌은 북한에 대해 현재의 봉쇄 정책보다는 정권교체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며, 그가 주도할 하원 외교위원회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시, 이명박 정부가 중요하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론"을 앞세워 대북 강경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의 대북정책 기조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거나 반대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시 공화당은 인권 문제도 의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고, 또한 북한의 양보 조치에 대해서도 미국이 보상하는 것을 극구 반대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등 미국이 간주하는 "도발" 행위를 할 경우, 공화당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을 주문할 것이다. 이는 결국 공화당의 승리를 계기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이 중요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국내에서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평가는 대단히 호의적이다. '비핵화'를 전면에 앞세운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을 최우선시하는 대외정책 노선 덕분이다. 이는 공화당과도 코드가 잘 맞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은 공화당의 지지와 응원 속에 더욱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민족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미국 조야의 호의적인 태도는 한국 주도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할 수 있는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의 주도권이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놓고 있다. 공화당 역시 한미 대북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한 대북 협상이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온다면, 반대만 일삼을 수도 없을 것이다. 김영삼-클린턴 때처럼 한미관계의 악화를 무릅쓰고 미국이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할 경우에 공화당은 이를 정치 공세의 빌미로 삼겠지만, 한미 양국 정부의 공조체계에 따라 이뤄지는 대북정책에 대해 반대하기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그 이행조치들인 2.13 및 10.3 합의는 공화당 정권인 부시 행정부 때 나온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행정부가 먼저 전향적인 대북 조치를 취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거꾸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