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씨는 등록금 문제가 이처럼 커진 이유로 "등록금 문제로 대표되는 대학 문제가 한국 사회의 모든 곪은 부분을 집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이제 온 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 씨는 또 "정치권이 촛불집회에 나서는 사람들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무정부주의적 해방감을 즐기는 게 정보화 사회의 시위"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진 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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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그간 북한 문제, 물가 문제, 노동자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나왔다. 왜 하필 등록금 문제로 시민들이 길거리에 다시 나왔을까?
진중권 : 등록금 문제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가장 보편적인 고민 아닌가. 한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집약하는 이슈다. 학벌로 대표되는 차별,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경제문제, 취업문제가 다 얽혀 있다. 등록금으로 대변되는 대학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낳은 곪은 부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프레시안 : 결국 대학 만능주의가 대학생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인가?
진중권 : 그렇다. 부모들은 무슨 수를 써서도 자식을 대학에는 보낸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대학이 이 욕망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다보니 문제가 쌓여 왔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프레시안 :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그 지점에 있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데,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헤게모니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부위다.
진중권 : 당장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사학 재단과 강하게 엮여 있지 않나. 그들이 과잉대표되다보니, 사립대를 공립화하는 문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반값 등록금이 만약 실현된다면, 대학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나?
진중권 : 반값 등록금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목표일 뿐이다.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대학 변화의 전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야당지도자들이 연일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진중권 : 이 문제는 정치권에 기대서는 안 된다. 지난 십년간의 두 정부 기간에도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지 않았나. 여야가 모두 공범이다.
길바닥에서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대학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 학력 차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큰 합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 거기서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다양한 안을 가져 오고, 시민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정치권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필요하다.
프레시안 : 독일에서 유학했다. 독일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이 뭔가?
진중권 : 대학생 비율부터 다르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등록금 수준은 당연히 큰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독일은 '우리의 아이를 우리가 키워서 사회가 덕을 본다'는 의식, 즉 교육이 사회적 공공재라는 합의가 강하게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학기당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내지만, 기본적으로는 초등학교에서 박사 과정까지가 모두 무료다.
독일사회는 지금도 철저하게 대학의 계급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한다. 매년 대입자들의 계층비율을 체크해서 부르주아 계층의 대학 진학률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프레시안 :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등, 촛불집회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촛불집회가 당시와 닮은 점이 많다고 보나?
진중권 : 당시보다 조금 더 전형적인 시위 형태에 가깝다. 깃발이 더 많지 않나? 다만 '놀이'가 중심이 되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요즘 세대의 집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그처럼 많이 나온 이유는 집회를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3개월간 해방구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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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진중권 : 지난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지나치게 집회를 두려워했다. 실제 나온 사람들 중 정부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사람은 정부가 판단한 규모의 절반밖에 안 됐다. 야당도 지나치게 큰 기대를 했다. 집회에 나온 사람 중 정치적으로 철저히 야당의 편을 든 사람은 역시 야당이 생각한 규모의 절반밖에 안 됐다.
나머지 절반은 그냥 재미있어서 나온 것이다. 집회가 유희의 성격을 강하게 띄었다. 이게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집회다. 시위와 집회가 결합됐다.
내가 방송할 당시, 나는 사람들이 지시하는대로 철저히 움직였다. 내가 게임의 캐릭터가 된 것이다. 그리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나를 갖고 '게임을 즐겼다.' 사람들은 집회에서 유의미한 즐거움, 즉 소셜테인먼트나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놀이를 추구했다.
이번 촛불집회도 당시처럼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의 놀이 문화와 결합한다면, 예전처럼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아직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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