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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김앤장의 '뒤집기' 공모, 한국경제 골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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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김앤장의 '뒤집기' 공모, 한국경제 골병든다"

[기고] "진짜 산업경쟁력 원한다면 불법파견부터 해결해야"

6월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실 주최로 '산업경쟁력과 사내하도급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열린다. 항간에 풍문처럼 들리던 현대자동차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헌법소원을 통한 대법원판결 뒤집기' 프로젝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행 파견법의 규정상 현대차 불법파견 소송 건에서 도저히 이기기 힘들다는 자체 판단 하에 새로운 '여론몰이'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 대기업의 현 국면의 돌파전략은 사내하청문제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정규직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표되는 고용경직성이 존재하는 한, 국제시장의 경쟁에 노출된 글로벌 자동차업체로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내하청의 활용은 필수불가결하다는 논리를 설파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바로 이러한 고용경직성논리와 기업경쟁력담론에 기반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작품이 오늘 발표되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고용의 경제적 비용과 효과'라는 제목을 지닌 변양규 박사의 발표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그의 주장과 논리는 철저하게 사내하청에 대한 재벌의 이익 그 자체에 근거하고 있다.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효과, 생산성향상과 내수증대효과를 더 주목해야

그는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의 근본취지인 '근로자 보호'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그 근거로 그는 이번 판결이 법으로 구제받는 노동자 외에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노동수요를 축소시켜 고용가능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불법파견으로 판결을 받은 노동자는 일부 정규직화를 통해 1차 노동시장에 진입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나머지 미해당 사내하청 노동자는 고임금에 따른 노동수요축소로 인해 해고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협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최저임금의 고용축소효과, 노동비용의 상승에 따른 노동수요의 위축, 임금격차축소로 인한 고용대체 및 노동시간축소효과 등 무척이나 다양한 분석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류경제학의 기법(tool)은 합리적이고 정밀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조건이 그대로 유지된다면'이라는 실현불가능한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데이터분석에 기초한 예측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유발시키는 긍정적인 효과, 즉 고용안정의 생산성향상효과, 갈등 및 관리비용의 축소효과, 임금소득상승에 의한 구매력증대효과 등에 따른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미 김성희와 황선웅(2005)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발생하는 임금상승과 생산성향상이 궁극적으로 전체 경제의 내수증대로 이어져 소비진작과 부가가치증가로 나타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원칙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필요노동력을 사용자가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하여 간접고용형태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최고법률기관에서도 '불법'파견이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중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비정규직과는 질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사용자로서의 실질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해결의 방법은 간단하다. 불법성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이다.

▲ ⓒ프레시안(김봉규)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비용, 체불임금의 지급으로 인정해야

한편 변양수 박사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노동수요의 위축을 통해 일자리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더해 강제적 직접고용이 추진되는 경우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그리고 산업공동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위협적인 시나리오를 들이밀고 있다. 한술 더 떠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동등대우가 적용되면 노동비용 상승으로 노동수요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조정이 불가능해져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현대차 사내하청 8187명의 정규직화로 인한 직간접노동비용의 총증가액을 약 1573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정규직화비용의 부담을 극도로 강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작년에 정규직화 비용추계액 약 1200억원을 발표했을 때, 매년 약 3-4000억원이 든다고 생떼를 쓸 때와 비교하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산을 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소위 '돈의 액수'가 아니다. 변양수 박사는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비용을 '추가비용'으로 규정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돈은 '추가비용'이 아니라, 원래 정규직으로 일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불했어야 할 돈을 이제 비로소 돌려주는 것이다. 사실상 체불임금, 아니 '지연된' 임금지불이다. 그리고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자. 현대차는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게 더 증가한다고 야단이지만, 정몽구회장이 강조하는 비용증대액은 역으로 지금까지 현대차가 불법적인 사내하청을 사용해서 얻은 초과이익을 의미한다. 이 돈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초과이익의 '공유'가 아니라, 전액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현대차자본의 '임금체불액'이다.

사내하청의 무분별한 활용, 고용경직성 때문이 아니라 허술한 법제도 때문

한편 변양수 박사는 자신의 발표문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지면 노동비용을 비롯한 사용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고용경직성이 강화되어 고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OECD 국가들의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비교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보수언론과 관변학자들의 '단골메뉴'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주장은 '정규직노조 때문에 사내하청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다. 정규직 고용경직성이 사내하청 활용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은 매우 취약하다. 노조유무에 따른 사내하청의 존재여부를 분석한 실증조사결과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확산이 원청업체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하청 활용과 무관하게 정규직에 대한 고용조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은 이러한 주장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과도한 고용보호법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사실왜곡에 가깝다. OECD가 산하 30개 회원국과 10개 신흥국의 고용보호법제도의 경직성 정도를 조사한 200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보호 경직성 정도는 2.12로 총 40개국 중 17번째로 유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수치는 OECD 30개국 전체 유연성 평균치 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고용유연성은 총 28개국 중 1999년 13위, 2004년에는 1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총 30개국을 조사한 2008년도의 경우 12위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유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8년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2.08)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다. 특히 집단적 해고에 대한 보호정도(1.88)는 신흥국을 제외하면 뉴질랜드(0.38)와 일본(1.50)에 이어 OECD 국가 중 3번째로 유연하다. 결국 지난 10년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는 고용보호 관련 법제도가 지닌 경직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보호를 위한 규제장치가 너무 유연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신뢰할 수없는 생산성지표, 해외사례는 완전히 현대차자료를 그대로 '인용'

마지막으로 변양수 박사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이어 몇 가지 지표(편성효율, 조립생산성, 1인당 생산대수 등)를 이용하여 한국자동차산업의 생산성문제를 제기하면서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자료출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가 인용하고 있는 지표는 전부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것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지표는 신뢰할 수가 없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그 지표가 만들어졌는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엄격한 기준과 공정한 심사에 기반한 하버보고서(Harbour Report)에 의해서 생산성지표가 검증되고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현대차의 생산성지표가 생산성본부와 같은 공인된 전문기관을 통해 발표된 것을 본 적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해외사례라고 소개하고 있는 폭스바겐 오토 5000모델과 GM/포드의 이중임금제이다. 특히 변양수 박사가 자신있게 서술하고 있는 폭스바겐 오토 5000 사례는 작년 10월 부산지방노동청 국정감사 때 현대차가 참고로 뿌린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논거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연구자의 기본자세이다. 오토 5000모델은 원래 5000명의 실업자와 청년취업예정자에게 5000마르크의 월급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생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노사협력모델이다. 초기에 신규채용자가 폭스바겐 정규직 노동자의 직업능력과 숙련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특별단체협약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했다. 하지만 매년 일정한 임금인상 초과분의 설정을 통해 2007년에 이미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단일단체협약을 통해 모든 격차는 완전히 소멸되었다.

변양수 박사가 주장하듯이 일시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은 것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엄연히 폭스바겐 자회사의 정규직이었으며, 2007년 이후 신규입사자도 오토 5000모델에 따라 이중임금제가 적용되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오히려 폭스바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직간접 생산부문 어디에도 도급업체를 사용하지 않으며, 2004년 이후 생산라인에 투입된 파견노동의 경우 이를 제대로 규제하기 위해서 임금 및 노동조건의 차별금지, 파견업체의 허가 및 선정기준, 파견투입 사유 및 기간제한, 일정한 규모의 제한, 정규직화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담고 있는 '특별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의 경우 사실상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차이가 없다. 생산부문에서 근무하는 파견노동자는 최소 시간당 14.52 유로의 임금을 받는다. 이 액수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으로 2323.2 유로이고, 이는 폭스바겐 정규직 월급등급 4-5사이에 위치한다. 또한 폭스바겐은 파견노동자의 비율을 평균 2년간에 걸쳐 각 사업장 총원의 5% 미만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기간 또한 최대 36개월을 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단체협약을 통해 '상시적 인력이 필요할 시' 해당 파견노동자의 개인적 문제가 없는 경우 우선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폭스바겐은 지난 2월 23일 파견노동자 2200명의 정규직전환을 노사가 합의했다.

이러한 사례는 폭스바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임러벤츠, 아우디, 베엠베는 물론, 보쉬 등 부품업체들 또한 비슷한 파견노동투입에 관한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질적인 산업경쟁력, 불공정행위를 막아야 가능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소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처지라 이번 토론회의 발표문에 대해 약간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법원의 재상고와 헌법소원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수억원의 용역발주비를 주면서까지 공을 들이고 있는 대응팀의 연구보고서 중 핵심내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과 한심함 그 자체이다. 발표문의 앞부분에 나와 있는 정규직화의 임금 및 고용효과에 대한 분석 외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었다. 작년 9월 한나라당 신지호의원 주최로 마련된 '사내하도급 실태와 국가경쟁력 제고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남성일 서강대 교수의 논리전개방식과 결론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이라는 주요 자료공급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헛돈을 쏟아붓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측은하기 조차 하다. 그들에게 사람이 없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언하고자 한다. 재계와 정부는 사내하청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기업 및 산업경쟁력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외에 존재하는 많은 기업들이 사내하청을 사용하지 않거나, 파견노동을 활용하더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 산업경쟁력에 기여하는 길은 무엇일까? 과연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도록 만드는 것이 산업경쟁력의 강화방안일까, 아니면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활용을 최대한 절제하고자 노력하는 '좋은 기업'이 중심기업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걸까? 답은 명확하다. '좋은 기업'이 질적 경쟁력을 가지도록 사회와 정부는 법제도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법과 편법을 일삼고 고용책임을 계속적으로 회피하는 '나쁜 기업'이 '좋은 기업'에게 자행하고 있는 '불공정행위'는 한국사회가 공정사회로 가는 길에 있어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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