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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 결렬 책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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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 결렬 책임은 어디에?

[이태경의 고공비행]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바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논의가 결렬 위기에 빠졌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9부 능선에 오른 것으로 보인 양당의 통합논의를 가로막은 장애물은 '대선연대문제'와 '대북문제'라고 한다. '대선연대문제'에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걸고 있는 진보신당과 '대북문제'에 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민노당이 팽팽히 맞섬에 따라 통합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문제들이 양당의 통합을 좌초시킬 만한 무게를 갖는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대선연대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민노당이 대선시 다른 야당과의 가치연대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진보신당은 가치연대를 "전제"로 한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당이 다른 야당과의 연대에 유연성을 발휘하는 대신 진보신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언뜻 보면 야당과의 연대방식을 둘러싼 양당의 이견 차이가 결정적이고 타협 불가능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가장 힘센 야당인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는 등 과거에 비해 한결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FTA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점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민노당 및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과 민주당을 필두로 하는 자유주의 정당 간의 정책적 차이가 눈에 띄게 좁혀진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도 총선 및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들을 액세서리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진보신당이 가치연대의 "전제"를 관철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도, 야당과의 연대에 있어서 진보정당이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진보신당이 가치연대의 "전제"가 수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노당과의 통합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진보신당의 전향적인 변화가 촉구된다.

'대선연대문제'에 비해 '대북문제'는 형편이 더 고약하다. 진보신당이 정책합의문에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문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하길 원했지만, 민노당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을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존중한다"는 문안을 고수했고, 시민ㆍ사회단체의 중재안도 거부한 것이다.

진보신당이 민노당에서 분화될 때도 '종북(從北)주의'와 '패권주의'가 분당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한데 통합에 임하는 민노당의 태도를 보면 북한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노당의 이런 태도는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민노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 탓이 크긴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행위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마당에 북한을 두호하는 듯한 민노당의 행보는 국민들의 외면을 자초할 따름이다. 집권을 꿈꾸는 정당이 취할 전략이 아닌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민노당의 애호(?)는 선거전략으로서도 낙제점이지만,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배치된다. 진보정당은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북한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전제주의국가라고 할 북한에 민주주의는 허울 뿐이고 국민의 기본권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민노당이 이를 외면하고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북한은 좋든 싫든 통일과 평화의 동반자다. 양식과 균형감각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 역시 분단체제에서 기인하는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통일과 평화의 동반자라고 해서 북한의 3대 세습이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북한 내부의 문제이고 북한이 결정할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은 유보될 수 없는 가치이며 진보의 본령이라는 점을 민노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민노당은 북한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위해서도, 잔존(殘存)과 연명(延命)을 넘어 집권을 노리기 위해서도 그리해야 한다. 평양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는 정당에 국민들이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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