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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의 본질은 '자동차 공장 때려잡기', 배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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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의 본질은 '자동차 공장 때려잡기', 배후는?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들, 힘내라!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KEC, 상신브레이크, 우창정기. 이 5개 사업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이 사업장들은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공장들이다. 지난해 2월, 금속노조가 산하 100인 이상 126개 사업장 전체를 조사한 결과, 36개 사업장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 5개 사업장 모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5개 사업장에는 더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없는 공장' 명단을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난 1년 간 자본가들이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사업장들이라는 점이다. 작년 2월 발레오만도, 6월 KEC, 8월 우창정기와 상신브레이크, 그리고 최근 유성기업까지 직장폐쇄가 벌어졌고, 발레오만도와 상신브레이크는 결국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직장폐쇄가 벌어진 사례는 20개 정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25%에 해당하는 직장폐쇄가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 쪽으로 집중된 것이다. 지난 1년은 가히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들의 수난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 수난사

직장폐쇄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예 노골적으로 금속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생산물량을 주지 않겠다는 식의 탄압도 벌어진다.

아래 '확약서'는 창원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주)센트랄에서 부회장 한규환이란 자가 현장 노동자들에게 배포한 내용이다. 금속노조 소속의 센트랄지회가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으로 변경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창원공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4번 항목에 "복수노조가 시행되더라도 사무관리직 노조를 만들지 아니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유성기업과 비슷하게 엔진변속기와 조향·현가장치 관련 부품을 완성차에 납품하는 창원의 센트랄은, 앞서 사례로 든 5개 사업장들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이다. 다행히 센트랄지회는 이러한 탄압에 오히려 공세적으로 먼저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총회를 열었다. 4월 19일, 재적인원 240명 중 235명 투표, 62명 찬성(민주노총 탈퇴), 173명 반대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잔류하기로 결의하였다.

또한 센트랄지회는 한규환 부회장의 확약서 배포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을 단행하였고, 지난 5월 3일 고용노동부가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탄압이어서, 이명박 정부도 사측의 행위를 눈감아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작년 2월에 발표된 36개 '비정규직 없는 공장' 중 6개 사업장(정확히 말하면 유성기업의 경우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7개 사업장)이 지난 1년 사이에 금속노조 탈퇴 공격을 받았다. 이를 그저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자동차 부품사 때려잡아 '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만들라!

그렇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난해 2월, 금속노조가 산하 사업장들을 조사하여 '비정규직 없는 공장' 명단을 발표하기 불과 한 달 전인 1월 19일, 청와대와 노동부도 '노사정책 추진 전략'이라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파업 시 파급효과가 큰 사업장 15곳(현대기아차, GM대우, 코레일, 발전 등 대사업장들 중심)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노사정책 추진 전략'에 담긴 내용 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자동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노사 분규가 자주 일어나는 300여 곳에 대해서는 사업장별로 담당 감독관을 지정해 면밀한 노사 관리에 들어간다." 심지어 총리실이 노사 문제를 직접 챙기면서 임단협 교섭 전후, 파업 예고, 파업 돌입 등 상황별 대응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부터 수난을 겪은 6개 '비정규직 없는 공장' 중 KEC를 제외한 5개 사업장들이 모두 자동차 협력업체(부품사)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대상을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아니라 금속노조 사업장 전체로 확대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캐리어·금호타이어·대림자동차·발레오만도·인지컨트롤스·상신브레이크·우창정기·센트랄 그리고 최근 유성기업까지 … 지난해부터 집중 탄압을 받아왔던 사업장들 대부분이 완성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자동차 협력업체들이다. '자동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노사 분규가 자주 일어나는 300여 곳'에 이들 명단이 포함되어 있을 것은 확실하다.

쟁점은 달라도 공격의 본질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구조조정)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공격과 관련해, 노사간 쟁점이 된 현안은 매우 다양하다.

발레오만도의 경우 경비·통근버스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계획에 맞서 투쟁이 벌어졌고, KEC·상신브레이크·우창정기에서는 자본가들이 직장폐쇄를 단행할 때 "노조가 타임오프 법을 어기고 한도를 넘는 전임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떠들었다. 센트랄은 '공장 살리기'를 할테니 금속노조를 탈퇴하라는 것이었고, 유성기업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와 월급제 실시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실제 자본가들이 공격을 진행한 본질적 목표가 어디 있었는가를 뜯어보면 일관된 맥이 있다.

발레오만도 노동자들이 경비·통근버스 외주화에 반발해 투쟁하자, 곧바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여 민주노조를 말살하는데 성공한 자본은, 최근 2공장 군납물품 외주화를 시행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KEC 역시 지난해 교섭에서 사측은 "타임오프는 쟁점이 아니다. 분사와 희망퇴직, 구조조정이 하고 싶다"고 운을 떼더니, 결국 최근에는 식당 외주화를 필두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상신브레이크와 우창정기의 경우에도 외부에는 타임오프가 쟁점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생산물량을 외주화 하려는 자본의 계획에 노동자들이 반발한 것이 핵심 사안이었다. 상신브레이크 노사교섭은 원만한 타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나, 작년 7월 대구 달천공단에 외주공장을 지으려는 비밀 문건이 발견되며 급반전되었다. 그러자 사측은 지난해 8월 24일, 그때까지는 별 쟁점이 되지도 않았던 '타임오프' 문제를 내세우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우창정기 역시 직장폐쇄 전까지는 타임오프가 쟁점이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 초부터 사측이 마티즈에 들어가는 키박스 생산을 조금씩 외주화하더니, 점점 GM대우와 삼성에 납품하는 부품 상당수를 외주생산으로 돌리려 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우창정기 생산물량을 안산인근의 덕창과 서영P&I, 시화공단의 대영프라텍에서 대체 생산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여 지회의 투쟁이 지속되자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 18일, 사측은 '타임오프'를 이유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게 된다.

센트랄 역시 마찬가지다. '확약서' 내용에 따르면 금속노조를 탈퇴할 경우 '공장 살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일까? (주)센트랄은 현대기아차 및 미국의 GM에 조향·현가장치 및 엔진변속기 부품을 납품하는데, 최근 몇 년간 창원공장에는 새로운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센트랄 모텍(MOTEK)'을 설립하여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내수 물량을 전부 이곳으로 넘겨버렸다. 창원의 센트랄은 주로 수출물량만 생산하다보니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심리가 가중되었던 것이다.

'센트랄 모텍'은 정규직을 전혀 쓰지 않는 '무노조 100% 비정규직 사업장'이다. (주)센트랄은 MOTEK만이 아니라 LTS, DTS 등 여러 자회사들을 갖고 있으며, 모두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다. (주)센트랄은 창원공장만 갖고 있지만, 자회사 공장들은 밀양, 아산, 울산, 부산 등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빼돌리거나 외주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센트랄 사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본래의 목표인 구조조정 공격이 남았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역시 똑같이 진행될 것이다. 민주노조를 말살한 뒤에 사내하청·비정규직을 늘리거나, 아니면 주요 부품들을 외주화하려 할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생산을 최저임금을 받는 사내하청·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의 민주노조를 모조리 깨버리고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 여기에 자본의 공격 목표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연대의 망을!

지난 5월 23일, 유성기업 직장폐쇄에 항의하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담은 대외비 문건이 폭로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기자회견 자리에 금속노조가 작성하여 배포한 참고자료를 보면 의미심장한 대목이 하나 있다.

"… 노조 간부들은 금속노조에 제발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2010년 2월 금속노조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사내하청) 사용 실태를 조사해 126개 사업장 중 36곳(28.6%)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라고 밝혔고, 언론에 보도되자, 여러 사업장에서 간부들이 현대차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힘들어했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이 이들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의 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매년 정규직 대비 10%의 인원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단체협약으로 쟁취한 사업장들, 이를테면 군산의 타타대우상용차, 경주의 DAS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장'들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이들의 연봉이 7000만원에 달한다고 비난한다. 실제로는 잔업·특근으로 1주일에 70시간, 연간 3000시간을 일해야 평균 5400만원 수준이지만, 이조차도 높은 수준 아니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파업을 벌일 때 "사내하청 연봉 4000만원"이라며 호도했던 이들 아니던가. 보수언론과 이명박 정부는 연봉 1000만원 미만이 아니면 모조리 싸잡아 비난할 것임에 틀림없다.

반대로 왜 이런 사실은 말하지 않는가? 이들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서 정년퇴직이나 자연감소 인원이 발생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을 해야만 한다. 생산물량이 늘어나 인원이 더 필요한 경우에도, 임시직·사내하청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인원충원을 해야 한다. 그만큼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를 외치며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움직임에만 주목해왔다. 비정규직 투쟁에 어째서 정규직들은 연대하지 않는가를 말해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은 자신의 사업장에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실현해왔다.

이제 우리의 눈은 비정규직 당사자만이 아니라 이들 사업장으로 확장해가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의 민주노조를 깨부수고 모조리 '정규직 없는 사업장'으로 만들려 한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를 바라고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응당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이 늘어나도록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발 언론에 우리 사업장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는 이들 '모범 사업장'의 사례는, 이들이 대자본의 공격 앞에 얼마나 외롭고 고립감을 느끼는지를 잘 말해준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야 할텐데 말이다.

이제 이들을 외롭게 만들지 말자. 우리 모두가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 서포터즈'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업장에는 비정규직이 없어요." "우리는 부족하나마 매년 몇 %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답니다." 이런 모범사례들이 곳곳의 언론기사에 차고 넘치도록 말이다. 그 출발점으로 유성기업 파업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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