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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왜 '룰라의 후계자'를 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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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왜 '룰라의 후계자'를 원했나?

호세프,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 당선…반독재 민주 투사 경력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노동자당(PT) 후보인 지우마 호세프가 브라질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등극했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이 1일 오전 2시경(현지시각) 발표한 개표 집계 결과 호세프는 56.05%를 득표해 43.95%를 얻은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 후보를 12%포인트 차이로 꺾고 낙승했다.

▲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뉴시스
호세프는 누구?

호세프 당선자는 군사 독재에 항거한 게릴라 전사였고, 룰라의 계승자이며, 또한 여성이라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다.

호세프는 지난 2월 노동자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목되기 전까지는 해외는 물론 브라질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룰라 대통령 아래에서 에너지 장관과 수석 장관(한국 국무총리에 해당)을 지내는 등 정계에서는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호세프는 1947년 브라질 남동부 벨로 오리존테의 중상류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페드로는 불가리아계 이민자였다. 호세프는 1960년대 중반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좌익 정치 행동에 참여해 반정부 레지스탕스로 지하 활동을 벌였다.

1970년 군사정권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3년간이 수감 생활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세프는 자신이 무장 투쟁 활동에는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호세프는 1980년 포르토 알레그레 시에서 브라질 민주노동당(PDT)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는 지방 정부에서 일했으며 이 기간 중인 2001년 노동자당에 입당했다.

2003년부터 에너지 장관으로 룰라 정부에 입각했으며 부패 스캔들로 위기를 맞은 룰라 대통령은 호세프를 수석 장관으로 임명했다. 호세프는 금융·에너지·석유 산업에서 국가의 강한 역할을 강조해 왔으며 복잡한 브라질의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프는 두 번 이혼했으며 외동딸을 두고 있다. 내년 8월이면 호세프는 할머니가 된다.

왜 '룰라'인가?

호세프의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그녀가 룰라 정부의 계승자라는 점이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중 그녀를 '국가의 어머니(國母)'로 칭했고 지지 유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호세프도 룰라 정부의 정통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집권 후반기임에도 아랑곳없이 82%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을 얻은 룰라의 '비결'은 경제정책의 성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결선 투표에서 노동자당과 맞붙은 사회민주당의 집권 시기인 1994~2002년까지보다 룰라 집권기에 경제 상황은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룰라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인 2002~2010년까지 8년 동안 브라질의 1인당 소득은 23%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 정권 8년 동안 소득 증가율이 3.5%였던 것에 비해 현격히 높은 수치다.

사회 보장 정책도 강화돼 물가와 연동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되어 룰라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최저임금은 65%나 상승했다. 지난 정권 동안의 임금 상승률에 비해 3배나 높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단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와 연계된 수천만 명의 봉급생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개혁이었다고 평가된다.

또한 '볼사 패밀리아'라고 이름붙인 사회 보장 정책을 확장한 것도 룰라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은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학교에 출석하고 공공 면역 체계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현금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2003년 대비 19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빈곤선 이상으로 삶의 질을 끌어 올렸으며 문맹률도 낮아졌다.

빈곤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해 수십만 명이 혜택을 받았고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수백만 명이 참여를 원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일 칼럼을 통해 룰라 정부의 경제정책 성공을 언급하며 "세하 후보는 본인이 경제학자임에도 중요한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디언>은 호세프의 승리가 미국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전했다. 신문은 "올 5월 룰라가 터키, 이란과 핵연료 교환 협정을 체결했을 때 미국은 매우 화가 났을 것"이라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 등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 신문은 "(호세프의 승리는) 미국이 바랐던 결과가 아니다"라며 "만약 노동자당이 패배했다면 워싱턴의 반동적인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승리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 31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제40대 대통령으로 확정됨에 따라 상파울루 거리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편 <BBC>는 '남미를 통치하는 여성들'이란 기사에서 호세프 당선자가 '여성'임에 주목했다. 이 방송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라 친치야 코스타리카 대통령, 미셸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미레야 모스코소 전 파나마 대통령, 로살리아 아르테가 에콰도르 대통령 직무대행, 비올레타 카모로 전 니카라과 대통령 등의 프로필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브라질 국민들, 최초로 여성 대통령 선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여성 정상들을 언급하며 "호세프는 최근 5년간의 선거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여준 흐름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호세프 역시 자신의 승리에 부여한 의미 중 하나를 자신이 여성이라는 데서 찾았다. 호세프는 당선 소감에서 "남녀 간의 기회 균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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