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쇄신방안 발표하긴 했는데…

직원 청렴도 평가하고 재산공개 범위 넓혀…구체적 방법은 마련 못해

금융감독원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내려보내던 관행을 없애고, 직원 대부분의 재산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전직원의 청렴도를 평가하기로 했다.

4일 금감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금융감독원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을 보면 금감원은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금융회사측 요청이 있어도 거절한다는 방침이다.

이 내용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다녀간 직후 종전 안보다 더 강화됐다. 앞서 금감원은 저축은행 권역에만 한정해 임직원이 퇴직 후 2년간 저축은행 감사 취업을 제한한다고 밝혔었다. 대상권역과 퇴직 후 기간제한에서 종전보다 더 강화된 방침이 나왔다. 대처 수준이 강화된 데는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종전의 나쁜 관행을 없앤 것으로, 원천적으로 피감독기관의 '낙하산 모셔가기'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도 "감사 스카우트를 완전히 막기는 힘들다"며 "다만 금감원의 후광이 없어지는만큼, 종전보다 감사 스카우트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금감원은 직원 재산공개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 직원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등록 대상이 4급으로 확대될 경우 사실상 신입직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직원의 재산이 공개된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재산 변동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비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또 전직원 청렴도를 평가해, 결과가 나쁜 직원은 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부서 근무를 금지토록 조치하겠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고민 중"이라며 "인사 감찰자료를 활용하거나, 전문 평가자료를 이용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이와 같은 대책을 내놓는 원인은 최근 들어 기관의 신뢰도에 큰 흠집이 연달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부산지원의 한 수석조사원이 예금인출사태에 휘말려 자살했고, 같은 날 전직 간부인 KB자산운용 감사 이모씨가 금감원 재직 중이던 2009년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대표이사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지난달에만 4명의 전현직 금감원 직원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