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전체의 분노를 내가 더 느낀다"면서 금감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신분을 보장받지만 국민의 분노는 법을 갖고 여러분의 신분을 지키기에는…"이라고 대수술을 예고했다.
그는 "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자 일부, 합세한 공직자는 검찰에서 법에 의해 철저히 조사가 될 것으로 알고 또 감사원이 여러분의 조직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퇴직 몇 년 전부터 보직관리한다는 자백 받았다"
▲ 금감원을 불시 방문한 이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있다ⓒ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금감원 퇴임자들이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 기관 감사 등으로 자리를 옮겨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문제를 특히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저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이 들었다"면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도 있을 것이지만 여러분은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전직 금감원 출신 인사 중에 한 명이 나에게 인터넷에 (메일을) 보냈다"면서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에는 다음 갈 자리를 위해 보직 관리를 하는 관습이 금감원에 있다. 이제 자백을 한다는 뜻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부임한 (김석동) 금감위원장이 많은 것을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되돌아보면 금감원이 어제 오늘 한 두 번 위기를 맞이했던 것은 아니고 그 때 마다 위원장은 또 같은 개혁을 얘기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1997년 이후에 카드사태라든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든가에서 많은 문제가 예고됐지만 감독받는 기관이 감독하는 사람보다 더 대비를 철저하게 해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를 못 찾은 건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균 임금 9000만원 가까이 되면서도"
이 대통령은 "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겠다"면서 "생존을 위한 어떤 비리가 아니라 권력을 가지고 또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비리는 용서 받아선 안 된다. 그런 일에 협조한 공직자가 있다면 용서 받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일은 과거에 있었던 대로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양극화 현상을 언급하면서 "여러분은 어디 속하나. 직장인으로서 아마 1500명 직원 평균 임금을 따지면 9000만 원 가까이 될 것이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여러분이 그간 경륜과 경험으로 (저축은행) 대주주 비리에 합세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고 공직자 경험을 은퇴 이후에 나쁜 관습에 합세했다는 것은 남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러분 모두 오랫동안 선배들의 관습을 감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되지 않았다"고 전 조직에 대해 연대책임을 물을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불시 방문해 강하게 질책, 메스 들이댈 듯
이날 이 대통령은 금감원 개혁을 위한 태스크 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날 중으로 조직개편 문제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서도 현장 방문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이같은 불시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08년 3월 어린이 성폭행이 발생한 일산경찰서를 찾아 관계자들을 강력하게 질타한 때보다 더 격앙된 모습이었던 것. 의례적인 격려 발언 하나 없는 질책의 연속이었다. 점퍼를 입고 현장을 찾은 이 대통령의 표정도 무거웠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다른 저축은행으로까지 확산되고 국민들의 반응이 극히 부정적인 만큼 금감원에는 감사원, 검찰, 청와대 등이 한꺼번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이 금감원 퇴직자의 낙하산 관행을 강하게 질타한 만큼 재취업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KB금융지주(어윤대), 우리금융지주(이팔성), 산업은행지주(강만수) 등 거대 은행에도 이 대통령 측근들이 포진해있지 않냐는 반발도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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