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한·미-한·EU FTA 비준 저지와 전면적 재검토
○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 전면적 검증없는 한·EU FTA 비준 저지
○ 한·미-한·EU FTA의 독소조항 등에 대한 전면적 검증 실시
○ 국회에서의 전면적 법률 검토를 통해, 한·미-한·EU FTA에 의한 입법권, 사법권 침해 사례 방지 및 통상절차법 제정
○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 조항 신설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 저지
한·미, 한·EU FTA에 대한 "전면적 검증"이 없다면 야4당이 함께 비준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특히 여기에 '통상절차법 제정'을 합의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통상절차법은 한·미FTA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2005년 처음 제안되었다. 하지만 지난 정부때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현 정부에 와서는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다.
만 6년 가까이 이 법 제정을 주장해 온 나로서는, 특히 2008년 7월 8일 '국회개원에 대한 합의사항' 여섯 번째에서 이렇게 합의했을 때 아주 기뻤다. 곧 "통상절차법(가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제정한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여기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 "정기국회가 종료"된지가 몇 번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4.27 보선을 앞두고 야4당 대표가 통상절차법 제정에 다시금 합의했기에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특히 이 정책연합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포함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정책합의문 4번째에 들어가 있는 '약사법'개정안 저지도 약간의 배경설명이 있어야 겠다. 한·미FTA를 통털어 최악의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가 허가-특허연계조항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이 제약받고, 추정컨대 조단위의 추가적 약가부담이 늘어난다. 얼마전 국회에 제출된 약사법 개정안은 바로 이 한·미FTA 이행법안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과 한·EU FTA다. 한·EU FTA 협정문에는 이 조항이 없다. 원래 초안에는 들어가 있었다.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조항이 EU에서 '금지'되 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문제는 약사법이 개정되면 이 특혜 조항이 EU 제약업계에 적용되는 가, 아닌 가다. 2년전 보건복지부는 EU는 제외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의 제약업계가 유럽가서는 이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볼 수가 없는데도, 오히려 우리 정부는 EU에 대한 '차별대우'를 걱정한다. 월급은 우리 세금으로 받으면서 자국기업의 차별대우가 아닌, EU 기업의 차별대우를 말이다. 그래서 약사법 개정은 바로 허가특허연계 조항 때문에, 그리고 또 한·EU FTA 때문에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지금 제일 큰 쟁점이 되어 버린 유통, 상생법은 왜 문제인가. SSM법안 통과 전인 2010년 10월 28일 <시사인> 칼럼에서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SSM법안을 통과시키면 어떻게 되는가. 한EU FTA가 아직 발효된 것은 아니니 만큼,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런데 통과된 이후 언젠가 한EU FTA가 발효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SSM법안은 한EU FTA와 상충되기 때문에 그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EU측과 별도 추가협상을 통해 '대형매장'을 새로이 소매서비스 유보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그렇다면 이 아수라판은 왜 생겼나. 한마디로 협상실패 또는 준비부족의 결과다. 협상단계에서 SSM문제가 이미 쟁점이었는데도 이를 충실히 반영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대내, 대외 양쪽 모두에서의 협상실패 결과다. 이후 우리 중소상인들이 지불해야 할 대가를 고려해 볼 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EU측과 이 부분을 재협상하는 것이 그나마 경제적인 방법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월 2일 여야정 합의를 통해 유통법상 전통상업보전구역을 500M에서 1km로 확대하고, 일몰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한다고 했다. 이 합의에는 협상을 잘못해 이 모든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바로 정부측은 아예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이 잘못돼도 정부 곧 통상교섭본부는 책임이 없다. 그리고 여야정 합의문은 "정부는 한EU FTA 발효(2011.7.1)후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EU측과 협상을 통해서 개정하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이 구두합의한 것에 불과한 잠정발효라도 일단 시켜놓고, 그 다음 EU측과 협상 곧 재협상을 해 보자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작년 10월 SSM법안 통과전에 재협상할 생각은 왜 못했나. 뭐 그렇게 복잡한 협상도 아니다. 우리가 1994년 WTO가입할 때 제출한 유보안처럼, "백화점, 쇼핑센터 금지"라고 하던가, 아니면 EU 7개국이 그랬던 것처럼 '대형매장'에 대한 경제수요심사등을 소매서비스 유보안에 집어넣으면 된다.
아무리 봐도 이 번 여야정 합의문은 생색내기용이다. 농업분야 피해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예를 들어 "배합사료와 영농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FTA 발효 후 10년간 유지한다"이다. 이는 이미 시행중인 제도이고 농산물 생산비 폭등으로 인해 현재 연장논의가 진행중인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또 해줄 것처럼 변죽만 울리던 축산농가 양도세 3년 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야4당 정책연합에서 합의된 한·EU FTA에 대한 "전면적 검증"에는 비단 이러한 대책뿐만 아니라 경제효과분석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미 한·미 FTA 경제효과분석을 놓고 수년에 걸쳐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한·EU FTA도 마찬가지다. 정부측이 내놓은 엉터리 효과분석에 따르면 한·EU FTA 경제효과가 GDP 5.6%라고 한다. EU 측 분석에 따르면 0.8%다. 이 엉터리 수치에 맞추어 조세연구원에서 만든 한·EU FTA 비용추계서를 만들었다. 세수가 자그마치 2.2조 증가한다고 했다. 우리가 다시 계산해 보니 아니다. 세수가 줄어든다. 그것도 1.7조가 말이다. 이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조세총액 210조의 0.8%, 우리나라 GDP중 복지관련 지출 90조의 약2%에 해당된다. 여기에 한·미 FTA로 인한 세수감소도 감안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식의 FTA는 복지국가와 양립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EU FTA와 관련 우리의 체크리스트는 이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국익차원"에서 판단했다는 박지원 대표는 여야정 합의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올 오어 낫싱 게임이 아니라 한·미 FTA와 달리 한·EU FTA는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유리하며 농축산농가 보전은 향후 한중fta등 좋은 선례, ssm도 1km 5년상향 더욱 발효 후 재협상, 11개부수법안도 개정.1백프로 만족…."
말그대로 "1백프로 만족"이다. 5월3일자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더욱 충격적이다. "정책연합 합의문을 어제서야 봤다.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의원총회나 최고위에서 (정책연합 합의문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었는가 하는 기억이 없다."
4.27 재보선의 최대의 승자인 민주당 원내 대표는 100%만족한 반면, 정책연합에 연서명한 시민단체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다.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5월4일 처리하기로 합의한 민주당의 태도는 4·27재보선에서의 야권연대 정책연합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이 야권연합 결의를 바탕으로 21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지속· 실현해 나가겠다는 야4당 대표의 선언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작년의 6.2 지방선거때부터, 이번 4.27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야권연대는 단순히 후보단일화를 넘어 가치와 정책의 연대를 향해 조심스럽게 진화해 왔다. 하지만 4.13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인 4월 28일, 찬성 17, 반대 2, 기권 6으로 비준동의안은 통과되었다. 반대는 야권연대와 전혀 무관한 자유선진당에서 나왔다. "전면적 검증"을 위한 비준저지는 고사하고, 통상절차법, 약사법 저지도 아예 간 곳이 없다. 다들 승리감에 도취해 있을 때 정책연합 곧 야권연대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여야정 3자 합의 당일에서야 이런 정책연합 합의문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늦게 보긴 했지만 합의문에 엄연히 '비준저지'라고 씌여져 있었을 진대, 여야정 3자 합의를 통해 "100% 만족"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그 결과는 당연 비준저지가 아니라 비준동의였다. 이로써 한나라당-민주당의 FTA 대연정이 탄생한 것이다.
4.27 재보선 승리가 가져온 것은 공고한 야권연대가 아니다. FTA 대연정이다.
▲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EU FTA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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