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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린고비식 재정균형으로 '복지=포퓰리즘' 구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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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린고비식 재정균형으로 '복지=포퓰리즘' 구도 만들 것"

"증세로 재정 늘려 균형 맞춰야"

이명박 정부가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세입 축소 정책은 내버려둔 채 대선 전까지 재정균형을 맞춰, 차기 대선에서 복지 이슈를 포퓰리즘 논쟁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재정건전성 전략과 진보의 대안재정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3일 '2011년도 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차기 재정 운용의 핵심 과제로 '지속가능한 재정'을 꼽았다.

"MB 마지막 목표는 '재정균형' 치적"

오 실장은 "현재 이명박 정부는 최근 부상하는 복지 민심에 맞서는 대항 의제로 재정건전성을 내세우고 있다"며 "결정적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재정균형 성과를 담은 2013년 예산안은 2012년 가을, 즉 차기 대통령 선거의 한복판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 경제회복을 위해 대규모의 재정적자를 감당했다. 이후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작년 정부총지출을 2009년에 비해 대폭 줄인데 이어 올해부터는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매년 2~3%포인트씩 낮게 설정하는 재정준칙을 세웠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작년 30조 원의 재정적자를 올해 25조 원으로 낮추고, 2013년에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수준인 6조 원대로 낮추는 청사진을 세웠다. 사실상 균형재정을 만들어 후임 정부에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차기 대선에서 복지 이슈를 짓누르는 새 프레임의 등뼈가 될 수 있다는 게 오 실장의 주장이다.

오 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발생했던 금융위기로 대부분 나라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한국은 재정균형을 달성했다며 자랑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제기할 '복지지출 확대'를 '재정건전성' 프레임으로 맞서겠다는 계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차기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주장하는 복지지출 확대는 다시금 재정적자를 늘리는 포퓰리즘이 되고, 복지 개선을 시도하지 않는 MB식 재정관리가 진정으로 좋은 정책이라는 대항적 프레임 설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재정문제 핵심은 너무 적은 세수

이유여하야 어쨌든, 재정균형은 바람직하다. 과도한 적자재정은 일본처럼 정부가 정책을 펼 기력을 잃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MB식 재정균형 목표가 정상적인 세입세출 균형이 아닌, '자린고비식' 균형목표라는 데 있다.

오 실장은 "올해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는 GDP의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6%에 비해 턱없이 작다"며 "우리나라에서 재정건전성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지출 과잉이 아니라, 세수 과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재정 지출부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줄이기가 어렵다. 작년 11월 4일 김호성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이 발표한 '2011년도 세출예산안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정부 총지출 중 의무지출 증가율은 9.0%로 정부총지출 증가율(5.5%)을 앞선다. 반면 재량지출 부문의 증가율은 3.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건비 증가율을 제외하면 2.5%에 불과해, 올해 예상물가상승률보다 낮다.

즉, 정부의 정책의지에 관계없이 제도 성숙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무조건 늘어나는 의무지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재량지출을 삭감해 재정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재정적자의 핵심인 과소 세입부문은 그대로 둔 채, 더 이상 줄일 여력이 없는 재정지출 부문만 과도하게 손을 대 재정균형을 맞추겠다는 심산으로,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복지부문의 과도한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오 실장은 "이는 앞으로 복지관련 법령이 정해질 때 재정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나아가 이미 정해진 의무지출의 경우에도, 재원방안이 미흡하면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 ⓒ오건호 실장이 OECD의 'Economic Outlook'의 자료를 인용

부자 증세로 재정균형 맞춰야

오 실장은 따라서 바람직한 재정균형은 이명박 정부처럼 막무가내식으로 과소한 재정을 균형상태에 맞추려는 게 아니라, 증세를 통해 국가재정을 최소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실장은 "OECD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2007년)의 공공복지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 수치를 보면, OECD 평균이 GDP의 19.3%인데 반해 한국은 7.5%에 불과하다"며 "올해 한국의 복지지출 추정치인 GDP대비 9%를 비교하면 OECD 평균에 비해 120조 원 이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가입한 OECD 평균수준의 복지를 달성하려고 해도 최소 120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세수를 늘려 지나치게 적은 재정의 덩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한 재정균형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부자 감세'로 줄어든 20조 원의 세수를 다시 걷는 등의 증세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 실장은 "과세인프라를 정비하고 소득세, 자산세 등 직접세를 상향해 나가는 대대적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감안해 세입과 지출을 결합하는 '복지증세'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복지를 위해 늘리는 세금은 사회복지, 건강보험료 등의 특정 복지 목적을 가진 목적세로 환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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