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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정말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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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정말 최선일까?

"특정 시간 게임 금지, 부작용만 낳는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셧다운제'가 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게임 업계는 물론 문화·시민단체를 비롯해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학부모들까지도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현상의 심각성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다. 다만, 셧다운제가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라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셧다운제는 일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주민번호 도용 증가 등 부작용만 낳는다는 것.

"청소년 당구 금지는 위헌,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은?"

문화연대가 27일 서울 마포 상상마당에서 연 토론회에는 전문가와 게임 개발자부터 당사자인 청소년·학부모까지 모여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병찬 변호사는 "게임 과몰입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특정 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건 적절한 수단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993년 헌법재판소가 청소년에게 당구를 금지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것처럼 게임이 오락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도 셧다운제의 문제점으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이용 등 규제 회피에 대한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고 △적용대상이 '게임'이 아닌 '온라인'으로 국한돼 불합리한 차별이 생기며 △외국 서비스업체는 규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며 △국가의 의한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을 들었다.

김민규 아주대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는 지난 1월 한국입법학회가 게임을 하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 1000명과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게임 과몰입의 문제는 법적 규제가 아닌 생활·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학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 응답자 88%가 자녀의 게임 이용을 지도한다고 응답했지만 청소년 응답자의 62%는 지도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2005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게임 과몰입 예방의 주체는 가정과 학교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지만 학부모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지도방법도 모른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과 욕구가 있는 환경에서 셧다운제는 오히려 사회적 관심과 노력을 희석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며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범위가 어디까지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7일 서울 마포 상상마당에서 문화연대가 개최한 '셧다운제' 토론회에서 청소년 패널로 참석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정재환 씨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게임 개발자·청소년이 바라보는 셧다운제는?

게임 개발자인 김종득 씨는 "법안을 추진하는 쪽에서 TV에 나와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말했는데 난 졸지에 15년 동안 마약을 만들어온 셈"이라며 "청소년 인터넷 사용율이 100%에 육박하는데 온라인에 '과도'하게 접속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게임 과몰입 방지는 개발자 입장에서도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미 한 대형 게임업체는 주민번호을 입력하지 않는 방식으로 회피책을 찾고 있고 다른 게임업체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고 해서 게임 업체 매출에 큰 피해가 가지는 않는다. 다만 (법 개정으로) 온라인 게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은빛'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정재환(17) 씨는 "청소년 건강권·수면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말로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근본적 원인인 입시교육 체제와 청소년 복지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밤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시간적·공간적·경제적인 제약이 적은 유일한 문화"라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마지막 남은 문화까지 통제하려는 건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중독' 자녀 부모도 "셧다운제, 효과無…'뛰어 놀 기회' 없는 사회가 문제"

고등학교 2학년인 자녀가 게임 과몰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혜정(45) 씨도 셧다운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 동의했다. 김 씨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은 욕심에 학습지도를 했는데 그때부터 게임을 시작하더라"라며 "병원을 다니면서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부모·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 사회는 아이가 두세 시간 밖에 나가서 놀 수 있는 짬을 두지 않고, 아이는 게임을 도피처로 삼고, 부모 역시 자신이 편해진다는 이유로 게임에 아이를 떠넘기곤 한다"며 "아이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위해서라면 게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극심한 학습노동을 강요하는 환경부터 개선시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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