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곽승준이 옳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 다섯 가지 실행방안 제시

경제개혁연대가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27일 밝혔다. 아울러 곽 위원장의 주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안까지 함께 제시했다. 곽 위원장의 방안에 대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격렬히 반발한 반면, 개혁 성향 시민단체는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곽 위원장은 지난 26일 미래기획위원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며 "대기업의 거대한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촉진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성실한 주주권 행사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에 환영"한다고 밝히고, 구체적 실행 방안 다섯 가지를 함께 제시했다.

우선 의결권 행사지침을 정리한 해설집을 내놔야 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공무원 연금 캘퍼스(CalPERS)를 본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2005년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했으나 분량이 불과 19쪽에 불과할 정도로 간소해 문제라는 것이다. 캘퍼스는 금융위기 발발 이전 국내 금융권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라며 본보기로 강조한 공공기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캘퍼스의 경우 82쪽에 이르는 자세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전문-조문-해설로 구성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한다"며 "국민연금이 해외 의결권 행사지침을 참고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결권 행사가 취해지도록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주주총회 후 14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현재의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시기를 사전에 공지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기관투자자은 모두 주총 5일 전까지 행사내역을 공시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펀드에 대한 위탁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개입우려를 불식시키고, 펀드운용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밝혔다.

또 적극적 경영권 행사를 위해 국민연금이 사후 손실보전 수단인 증권관련 소송에도 원고로 적극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참여가 보다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소송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이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이사 및 감사후보를 보유 지분 기업에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 내부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후보에 대한 검토 후 복수 후보를 대상회사 이사회에 비공개로 추천하고, 받아들여질 경우 국민연금 추천후보임을 공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투자한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위임장 대결까지 감안해 주주제안 형태로 후보를 공개추천하라고 밝혔다. 주주제안이란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주주가 주주총회의 의제를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관치금융 우려는 불식시켜야 한다며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화ㆍ상설화를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