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김 씨보다 1년 빠른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6~7라인에서 주로 확산공정 엔지니어 일을 맡아왔다.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 씨가 증언한 반도체 공정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김 씨가 수습 시절 웨이퍼를 직접 설비 안에 넣고 빼는 실습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이 씨는 그랬던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 안에서 냄새가 났을 때도 가스 누출이 아니라 설비 안에 있는 보드 자체에서 윤활유 부족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였다"며 "2007년 큰 정전이 나서 생산직 노동자들이 대피했는데 점검을 위해 들어갔지만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유해물질 노출 원인 중 하나로 의심받는 '더미(dummy) 웨이퍼(양산형 웨이퍼가 아닌 검사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이 씨는 "2000년 이전에는 웨이퍼에 붙어있는 런 시트(run sheet)와 전산으로 관리를 병행했고 2000년 이후에는 전산으로만 관리했다"며 "웨이퍼가 어느 공정에서 오는지 모니터에 다 기록될 뿐 아니라 감광제가 묻어있어도 배기장치로 배출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양산성 웨이퍼는 가격이 수백만 원으로 불량률을 줄이는 게 관건인데 비용 때문에 더미 웨이퍼를 기준 이상으로 여러 번 사용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질문에 수긍하면서 "더미 웨이퍼라고 해서 특히 더 유해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 씨는 잔류가스가 남은 상태에서도 정비 작업을 수행했다는 김 씨의 기존 증언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반도체 설비의 초기 세트-업은 공급업체 직원이 담당해 엔지니어들은 접근하는 일이 없었고, 이에 따라 노동 강도가 강한 환경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 변호인의 반대심문에서도 그는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근무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이라며 부정했다.
어려운 반도체 용어와 복잡한 공정 설명이 이어졌던 탓에 재판부도 이 씨에게 별도로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 등 4차 변론도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5월 23일 열릴 5차 변론에서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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